한글 맞춤법과 관련해 일을 하거나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걸 꼽으라 할 때 단연 ‘띄어쓰기’라고 답할 것이다(또 하나를 들라면 나는 사이시옷을 들겠다!!). 영어처럼 모든 단어를 띄어쓰기 하거나 일본어처럼 모든 단어를 붙여 쓰면 간단했을 터인데, 비슷해 보이는 조사, 접미사, 의존명사 등이 막 뒤섞이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맞춤법 관련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또 한 가지 띄어쓰기에서 ‘미치게’ 만드는 것은 ‘보조용언’인데, 이것은 맞춤법 규정에조차 “보조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라고 되어 있다(진심, 그냥 정해주면 좋겠다.ㅠㅠ).
맞다,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다! ㅠㅠ
아무튼 북드라망 블로그에는 글을 쓸 일이 종종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걸로 알고 있기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오늘은 글을 쓸 때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 조사, 접미사, 의존명사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 한다.
▶‘밖에’와 ‘밖+에’
㉠너밖에 없다!
㉡문 밖에 사람이 서있다.
㉠은 조사 ‘밖에’이고, ㉡은 바깥을 뜻하는 명사 ‘밖’에 조사 ‘에’가 붙은 것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말 띄어쓰기는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체언이나 부사 등에 붙여 쓰는 ‘조사’, 다른 단어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접두사와 접미사 등의 ‘접사’가 있는데, ‘각 단어의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기가 무색할 만큼 이 수가 많다(여기에 조사처럼 보이는 어미에다가 보조용언까지 하면....;;;).
㉠의 ‘밖에’는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을 뜻하는 조사로, 반드시 뒤에 부정의 말이 따르며, 조사이므로 당연히 앞말에 붙여 쓴다. 하지만 명사와 조사의 합성인 ㉡의 ‘밖에’는 뒤에 오는 말이 어떤 말이든 될 수 있고, ‘밖’이 명사이기 때문에 앞말과 당연히 띄어서 써야 한다. 이를테면 “너밖에 있다”라고 쓸 수는 없지만 “문 밖에 사람은 없다” 식으로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 혹시 헷갈리는 경우에는 쓰려고 하는 단어 뒤의 말을 바꾸어 보면 좀더 손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ㄹ밖에’는 ‘~할 수밖에 다른 수가 없다’라는 의미의 어미로, ‘어미’이기 때문에 당연히 용언(동사, 형용사)의 어간에 붙어서 쓰인다.
▶‘같이’와 ‘같이’
㉠친구와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 만수가 하는 것과 같이 하세요.
㉡눈같이 하얀 피부의 공주. / 새벽같이 놀러 나간다.
㉠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럿이 함께한다’는 의미의, 또는 ‘앞의 상황과 다름 없이’라는 의미의 부사 ‘같이’이고, ㉡은 ‘앞말의 특징처럼’ 또는 ‘앞말의 그때를 강조하는’ 조사 ‘같이’이다. 보통 명사 다음에 바로 붙어서 ‘처럼’의 의미로 쓰이면 조사 ‘같이’이고, ‘새벽같이’ ‘매일같이’ 등은 한정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같다’라는 형용사의 활용형인 ‘같은’은 조사가 아니므로 당연히 어느 경우이든 띄어서 써야 한다(예시 : 봉식이같이 천사 같은 토끼는 없다). 참고로 “그녀와 의견을 같이하다” “우리는 이제 공부를 같이하는 거야”처럼 생활이나 경험, 뜻이나 행동을 함께한다는 뜻의 동사로 쓸 때는 ‘같이 하다’ 식으로 띄어서 쓰지 않고 붙여 쓴다(한 단어의 동사이므로!).
▶‘뿐’과 ‘뿐’
㉠시간만 보냈을 뿐 한 일은 없다.
㉡가진 건 시간뿐이다.
㉠은 의존명사이고, ㉡은 조사이다. 구분이 비교적 쉬운데, 앞말에 명사가 오면 조사로 붙여 쓰면 되고, 앞말에 ㉠처럼 어미 ‘-을’이 오거나, ‘-다’가 올 때(예시: 말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마음은 똑같다)는 의존명사로 띄어서 쓰면 된다. 여기에서도 한 가지 주의할 것은 ‘-ㄹ뿐더러’라는 어미가 있다는 것이다!! ‘어미’다! 따라서 어간에 붙여 써야 한다. “봉식이는 귀여울뿐더러 착하기까지 한 토끼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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