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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

북드라망의 살림꾼 Y를 소개합니다!

by 북드라망 2013. 4. 8.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전 북드라망 살림살이를 돌보고 있는 Y라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북드라망 이야기를 해볼까 해서 요렇게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반갑습니다.

첫날이니만큼 제가 처음 북드라망 사무실에 들른 날의 이야기로 시작할까 해요. 처음 방문한 그날, 우왕좌왕, 새로운 동네의 모습에 혼이 쏙 빠졌었거든요.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줄곧 ‘인천’에서만 생활해 왔었던 저인지라, 익숙한 동네가 아니면 정신줄을 놓아버리거든요. 물론 대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20살 때부터 서울로 매일 등하교를 했지만, 학교가 있는 동네만 다녔던지라 다른 동네는 영 젬병이었지요. 왜 익숙한 곳만 다녔냐구요? 전 길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길치’를 넘어 ‘길맹’에 가까운 능력(?)의 소유자이거든요.(그래서 택시도 안 타... 아니 못 탑니다. 길 설명을 못해서요. 덕분에 걷기 능력이 향상되었어요.^^)




그리하여 북드라망 사무실이 있는 ‘사간동’에 처음 방문하기로 한 전날, 저의 능력을 너무나도 잘 아는 북드라망 식구가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방법을 매우 상세히 설명해 주셨죠. 그래서 전 가르쳐 주신 방법대로 지하철을 갈아 타고 광화문까지 오게 돼요. 물론 처음 가보는 역에서 환승할 때도 헤매는 능력(?)을 가진지라, 지하철을 갈아타면서도 조금 헤매기는 했지요. 그래도 광화문까지 잘못 타지 않고 ‘한 번에!’ 잘 왔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이제 지하철역 광화문 역에서부터 사무실까지 가는 것이 문제일 것 같지요? 하지만 전 걱정 없었답니다. 북드라망 식구 한 분이 역까지 마중을 나오기로 했었거든요. 요것도 저의 능력을 잘 아는 북드라망 식구의 배려라고나 할까요?! 하하하~

마중 나온 분[편집자 k]을 만난 순간, 전 그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길 한복판에 동상이 있길래, “저건 뭐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편집자 k가 놀라며, “세종대왕이요…” 아아… 세종대왕… TV에서 많이 봤던 것도 같네… 하고 생각했지요. 그래도 그건 괜찮았어요. 세종대왕 뒤쪽에 궁궐처럼 보이는 저건 뭘까 또 궁금했어요. 그래서 또 망설이지 않고 물었죠. “저건 뭐예요?” 하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역시 편집자K가 또 놀라며, “경복궁이요, 경복궁 몰라요?”(요건 k의 명예를 고려해 순화시켜 표현한 거랍니다.ㅋ) 아… 경복궁… 그 순간에도 전 경복궁을 모르는 제 자신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어요. 이 동네 안 살았으니 모를 수도 있지 뭐..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초등학생조차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는 걸 제 10살짜리 조카에게 물어보고 알았습니다.(해가 바뀌었으니 이제 11살이네요…) 조카는 종이로 된 도면을 오리고 붙여서 경복궁을 만들어서 책장에 놓기도 했더라구요. 네… 전 대학까지 나왔지만, 경복궁을 글로만 배운, 그런 여자였던 거에요. 그제서야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 다음에도 이 동네엔 무슨 ‘터’가 그렇게 많은지 .... 규장각터, 한성북부관아터, 사간원터... 곳곳에 있는 ‘터’들 덕분에 편집자 k로부터 교육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생활 속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국사 과정을 다시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이제 기본적인 상식은 알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태정태세문단세… 조선왕조 계보라든가, ‘함흥차사’라는 말의 유래는 무엇인지 등등 말이지요. 이젠 부끄럽지 않아요. 하하하…


뉴스에서 보던 그곳!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의 모습입니다. ^^



직접 만든 책갈피들, 예쁘죠?

요렇게 관광객의 필수코스인 경복궁을 비롯해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북촌 근처에 근무하게 되면서, 사실 역사상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재미지만 제가 정말 좋은 건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사무실에 앉아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경복궁의 근정전 기와와, 인왕산과 북악산이 한눈에 다 보이거든요. 요것이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볼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접하게 되는 것 같아 한순간 기분이 좋아져요. 지난 가을에는 경복궁 담벼락을 걸으며 생애 처음으로 곱게 물들여진 낙엽들을 골라 보는 경험도 해 볼 수 있었구요.(요 낙엽은 독자님들을 만나뵐 수 있는 자리에서 가을의 느낌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책갈피”로 변신했었지요…)


또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었잖아요. 이곳에 길게 늘어선 나무들 위로도 눈이 수북이 쌓였었어요. 수북이 쌓인 나무 위의 눈들이 해에 반사되어 빛이 나는 순간을 목격했지요. 그걸 본 저는 출근길이었음에도 넋이 빠져서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나무들을 쳐다봤었어요. 영화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주변 풍경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저도 눈쌓인 나무와 저만 있는 것처럼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북촌의 풍경’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북촌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한낮 풍경이요. 흔히 볼 수 없는 한옥집들을 정신없이 구경하며 오르다 보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이르게 됩니다. 이곳에서 본 모습은 단순한 동네 풍경이 아닌, 빛을 뿌려놓은 것처럼 마구마구 빛나고 있었어요.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효과를 실제 풍경에서 볼 수 있음에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잠시 해야 할 일은 미루고 산책 가고 싶어지네요. 오늘 오후엔 잠깐 짬을 내서 주변 골목을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전, 다음에 조금, 더~ 재미난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I’ll be back ^^



Y(북드라망)


짬을 내서 산책하기 좋은 계절~ 이 즐거움을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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