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하지 않은 식상의 배우, 한석규
한석규, 열세 살 어린 소녀의 가슴을 흔들었던 바로 그 사람. <겨울 나그네>의 강석우(영화)와 손창민(드라마)이 제게 그저 스쳐가는 남자였다면, 한석규는 고요한 제 가슴에 나비처럼 날아와 사랑을 심어놓고 나비처럼 날아간 사람이었지요. <아들과 딸>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알았지요. ‘저 남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런 사람이야!’ 극중의 한석호에게 빠진 것인지 배우 한석규에게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앞으로 제가 풀어낼 글의 흐름상 한석규여야겠지요? 네, 한석규일 것입니다. 아니, 한석규가 맞습니다. 한석호의 역을 다른 이가 했더라면 그냥 ‘그랬구나’ 했겠지요. 조각미남은 아니지만 지적이면서도 뾰족하지 않으며 부드럽고 포근한 이미지를 가진 이이는 제 눈에만 띈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그…그런데 감독이 밝힌 캐스팅 이유는 “인물은 없지만 인상이 좋고 애가 착실해 보여서”랍니다. 흑). 1991년 MBC 공채 탤런트 20기로 데뷔하여 <우리들의 천국>, <여명의 눈동자>(서북청년단원-1이었답니다;;;) 등에서 단역으로만 출연하였던 그가 이 <아들과 딸>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인물이 없기는 뭐가 없다는 건지!! <아들과 딸>입니다.
해서 <파일럿>과 <한지붕 세 가족>을 거쳐 마침내 그의 출세작으로 꼽히는 <서울의 달>(사실 전 이때 백윤식-윤미라 커플 때문에 봤다는;;)에 출연하게 되지요. 동국대의 전설 최민식과 한석규 콤비는 이 드라마로 한국 영화판의 전설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이후에도 몇 편의 드라마에 더 출연하다가 1995년 <닥터봉>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후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영화 붐을 주도하게 됩니다. 이때는 영화배우, 하면 무조건 한석규였죠. <은행나무침대>, <초록물고기>, <넘버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텔미썸딩>(딩;;)까지 그의 출연작은 그대로 90년대 한국영화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3년의 공백기를 거쳐 고소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중간첩>을 시작으로 연기활동을 재개했건만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한석규 신화는 이제 끝이로구나, 하고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는 정말로 실패해온 듯합니다. <주홍글씨>, <그때 그 사람들>, <미스터 주부왕>, <음란서생>, <구타유발자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백야행>에서 영화계 데뷔작이었던 <닥터봉>에서 함께한 김혜수와 15년 만에 작업한 영화 <2층의 악당>까지 사실 이렇다 할 만한 흥행작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석규는 역시 한석규(응?)! 2011년 친정인 MBC가 아닌, SBS에서 무려 사극, 더구나 세종 이도 역으로 돌아온 한석규는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 해 겨울 SBS 연기대상을 손에 쥐게 되지요. 그리고 하정우와 함께한 <베를린>으로 다시 영화계의 명불허전으로 올해 초부터 인구에 회자되다가 얼마 전 출연한 <힐링 캠프>와 화이트데이에 맞춰 개봉한 신작, <파파로티> 덕분에 지금 포털 사이트는 한석규로 난리난리입니다.
의외로 익선관이 잘 어울리는 한석규. <뿌.나>가 제게 알려준 것은 ‘욕은 중저음으로!!’(응?)
공백기 3년을 제외하고는 인기가 많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연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 남자, 그리하여 천재 예술가가 되어 가고 있는 그래서 그렇게 되고 말 이 남자의 운명을 한번 탐구해보실까요?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힐링 캠프>에 마침 한석규가 나왔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렸지요. 저의 20대는 남편과 시작해서 남편과 끝이 났다면, 저의 십대는 한석규와 함께 시작됐고 끝났으니까요. 그를 처음 봤던 <아들과 딸>에서부터 처음으로 혼자 극장에 가서 보았던 영화 <접속>, 식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으면서 보았던 (뭐, 저렇게 맹숭맹숭한 영화가 있냐고;;) <8월의 크리스마스>……. 그립고 반가웠던 그였기에 저는 얼른 사주를 뽑아보았습니다(응)! 그런데, 아니 이럴 수가! 그는 병진 일주의 태생이었습니다, 저희 남편과 같은!! 열세 살에 그를 처음 보고 느꼈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병진 일주였나 봅니다. 비록 한석규는 아니지만 한석규와 같은 일주를 가진 사람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요. 저에게는 이 사실 자체가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 한가’입디다, 허허.
뒤이어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연지, 월지, 일지를 제대로 채우고 있는 그의 식상, 그것도 식신으로만! 그리고 20대에 시작된 정축 대운에서 50대의 경진 대운까지 이어지는 식신 대운의 향연! 그는 말이 필요없는 완벽한 식신의 사나이였습니다.
이래서 커피는 역시 맥심?!
식상, 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들이 있잖습니까. 일단은 밥, 이면서 밥을 만들어 내는 힘입니다. 해서 사주에 식상이 하나만 있어도 굶어 죽는 일은 없다고 하지요. 하지만 때로는 먹을 게 흘러 넘쳐 게을러질 수도 있는 부작용을 갖고 있는 것도 식신이니 사주에 식신이 많으신 분들은 경계하셔요. 식신은 말과도 관련이 있는데 식신은 자신으로부터 나가는 기운, 즉 바깥으로 표출되는 기운이기 때문에 나를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말과 짝 지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말을 잘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뭐니뭐니 해도 목소리가 아닐까요? 목소리가 좋으면 일단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집중을 하게 되는 그런 경험들 다들 해보셨을 텐데요. 우리 석규님 kbs 성우 22기 출신이지요. 특히 심은하와 함께 찍었던 맥심 cf에서 기타를 치며 해바라기의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 불렀을 때의 목소리는 정말 환상입니다(이 cf는 지금 재활용해도 좋을 정도+.+)! 이것도 다 식상의 힘이었다니 식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 참고로 한석규와 함께 병진 일주이자 식상 발달한 저희 남편도 목소리 좋습니다. ㅋㅋ 참! 이 중저음의 미성으로 ‘지랄-젠장-우라질’의 욕 3종 세트를 난사하며 식상을 변형&활용했을 때도 인기가 참 좋았지요. 하하.
참고로, 식상이 강해질 경우 식상에게 극을 당하는 관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식상이 발달한 경우는 조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 하거나 남 앞에서 자신을 낮춰야 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 관성은 자식인데 한석규는 식상이 이렇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넷이나 두었지요. 시주가 관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한석규와 함께 역시 kbs 성우 출신이었던 와이프 역시 튼튼한 식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여자에겐 식상이 자식이니까요.
좌우간 식상은 표현의 육친입니다. 그래서 예술의 육친이기도 하죠. 그래서 작가는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배우는 연기로 그 식상을 발휘하게 되는데요. 식상이 토인 한석규에게는 생각(생각도 토죠!)이 그의 연기의 재료입니다. 얼마 전 <힐링 캠프>에서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 자신에 대해 고백을 했는데 <뿌리 깊은 나무> 출연 전에는 정말로 세종대왕은 왜 문자를 만들었을까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지요(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흠). 최근에는 영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니 두고 볼 일입니다. 사도세자 죽음의 미스터리가 어쩌면 한석규를 통해 밝혀질 수도 있겠습니다. 흠흠. 또 그는 모든 오행의 힘을 갈무리하는 토처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가 하면 토처럼 고집스럽고 우직하기도 합니다. 성우로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공백기는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최고의 흥행배우로 잘 나가고 있었을 때나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흥행’이란 수식어가 떨어진 뒤에도 그는 계속 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그는 계속 배우일 것으로 보입니다(대운이 놓아주질 않네요;;). 그의 식상이 계속되는 한 그는 결코 제 곁을(응?) 떠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 어떤 식상한 이야기더라도 그의 식상을 통해서라면 언젠가 진면목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것도요. 그것이 한석규의 힘, 그의 식상의 힘일 것입니다. 두고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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