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을) 샘물 같은 배우, 류승룡
북드라망 독자 여러분, (지나친 뒷북이기는 하나;;) 모두 설 잘 쇠셨지요? 아무리 짧은 설연휴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설인데 다들 영화 한 편씩은 보셨겠지요? 명절 때 극장 찾는 거 이제는 ‘민속’ 아니던가요? 그리고 명절 땐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족영화가 최고(스크린에서라도 가족 사랑을 찾아야 명절을 어찌어찌 보낼 수 있겠지요, 크흑). 하여 2013년 계사년 초두를 강타한 바로 이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대개들 보셨으리라 믿고 (저는 <베를린>을 봤지만…흑) 오늘의 사주명리 인물탐구의 주인공으로 류승룡 아저씨를 소환하고자 합니다.
이…이렇게 얼띤 얼굴 뒤에 감춰진 반전의 일간 소유자;;;(영화 <7번방의 선물> 홈페이지에서)
최신작에서는 비록 6살 지능의 딸바보 아빠였지만 이전 작품만 해도 조선왕조 최고의 이단아 허균,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여자들을 후린 더티섹시남, 오랑캐(‘어떻게 알았지?’ 하는 그 오랑캐 말고;;), 인민군 대장 등 주로 굵직굵직한 역을 도맡다시피 했던 이 남자의 일간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었더랬지요. 그리고 이내 허걱. 이 남자는, 이 남자는 반전 있는 남자였습니다. 놀랍게도 이이의 일간은 ‘계수’(癸水). 임수(壬水)만 되었어도 제가 이리 놀라지는 아니 하였을 것입니다. 이 남자가 음간이라니, 게다가 계수라니! 좌우간 일단 사주부터 풀어놔야 하는데 어딜 뒤져보아도 시가 나오질 않네요. 일단 ‘삼주’라도 갖고 우리 이 남자의 삶을 탐구해 보아요.
계수라는 점이 (저에겐) 참 납득이 되진 않지만, 물상적인 측면에서 보면 ‘물가(亥)의 검은(癸) 물소(丑)’이니 이제 좀 ‘그랬구나’가 되네요. 물소처럼 야생적인 남자, 그래서(?) 휴가 때는 (非여자인─언니 미안요ㅠ.ㅠ) 송은이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었던 남자, 심지어 송은이와 술을 먹으면서 옆테이블에 남은 안주 도둑질을 시켰던 남자, 그러고도 결혼은 다른 여자랑 한 속이 시커먼 이 남자, 이 속을 알 수 없는 변신의 귀재, 계수 맞습니다. 맞네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가랑비(癸) 같이 이 영화 저 영화에 뜨문뜨문 출연하던 그가 지금은 어느새 한국 영화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큰 물줄기가 되어 버렸는데요. 그 비밀 역시 그의 사주에 있는 듯합니다. 얼핏 보았을 때 약한 계수인 듯싶지만 사주에서 일간과 일지와 함께 중요성 탑3에 해당하는 월지에 해수가 따악, 버티고 있습니다. 해수는 바닷물이자 천간의 임수와 비슷합니다. 물의 시작과 끝을 다 가진 강력한 물 기운의 소유자인 이 사람, 미친 존재감이 된다고나 할까요? 2011년 <1박 2일> 명품조연특집 출연을 고민 끝에 고사했던 것은 이런 자신의 운명에 대한 확신이 아니었을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올해 새롭게 바뀐 그의 대운을 따져보면 천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 배우의 지금이 아주 예측 불가능했던 것은 아닐 듯합니다. 작년은 임진년, 올해는 계사년, 그리고 올해 새롭게 시작된 대운은 또 임진년, 다음 대운은 계사년……물의 해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겁이 세진다는 것(물론 어느 부분에서는 이 비대해진 비겁으로 약해지는 부분이 분명히 생기겠지만)은 그만큼 자신감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연기변신을 펼쳐온 그였지만 앞으로는 상태에 따라 제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물처럼 그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온갖 것으로 바꾸어 가며 우리 속으로 스며들겠지요.
연기도 연기지만 그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그의 유머감각입니다.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 이것 또한 계수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상을 받고도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하겠다던 이 남자, 얼핏 보면 상을 받게 한 작품을 내팽개친 무례한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제를 독식한 작품 대신 상대적으로 소외된 작품을 언급함으로써 개념과 매너라는 두 마리 새로도 모자라 “하루 할당량이 있는데 그걸 다 소비하고 나서도 나의 현란한 손놀림 때문에 고생한 이름 모를 젖소”에게도 미안함과 감사를 표하면서 유머라는 세번째 새까지 한번에 후려친 이 남자, 바로 계수 류승룡입니다(심지어 최근 젖소의 근황을 직접 전했는데요, 그 젖소가 류승룡의 손맛을 본 뒤 주인이 와서 젖을 짜도 젖이 안 나오게 되어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_-;;).
젖소와 임수정을 동시에 사로잡은 더티섹시남.(사진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한 장면)
본인이 물인 데다가 밑엔 축토를 깔고, 해수를 끼고, 정화는 고립인 사주 구성상으로는 (비록 시주를 모르는 상태이기는 하나) 너무도 차가운 이 남자, 하지만 위에서 보셨다시피 이 사람은 이름 모를 강릉의 젖소에게도 마음을 쏟을 줄 아는 따뜻한 남자입니다. 뿐인가요. 젖소 발언 이후 그에 대한 미담이 웹상에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촬영장에서 주연 배우들에게 준비해 주는 의자에 자신의 이름을 써놓지 말라고 한 이야기(자기 이름이 쓰여져 있으면 스태프들이 앉지 못한다며, 의자에는 다리 아픈 스태프들이 앉는 게 맞다며), 아이들이 보고 싶지만 촬영장에 아이를 데려오면 자기 아이들 때문에 스태프들이 고생한다, 그건 민폐라고 말했다는 이야기 (송은이 관련 일화만 좀 거시기하네요. 흠흠. 그건 어렸을 때니까;;;) 등등……. 이 남자 너무 뜨끈+후끈합니다! 무엇이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불의 장(場)인 영화판이 아닌가 합니다. 물 사람인 이 남자를 말려버리지는 않으면서도 기분 좋고 포근한 온천으로 만들어주는 영화판, 그곳이 바로 승룡씨에게는 용신이자 승천하는 용이 될 수 있었던 등용문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우리 스크린에서 오래오래 만나요~! <7번방의 선물>도 얼른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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