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사진 캠프 비스무레한 것으로 1박 2일로 전주와 군산에서 사진을 찍고 온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사진을 두 컷씩 제출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지요. 재미있었던 점은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 미션에서 단 한 장의 사진도 같은 사진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피사체가 같아도 앵글에 따라, 찍는 사람에 따라 너무 '다른' 사진이 되었습니다.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똑같은 글이 없는 것처럼, 사진도 자신의 고유한 말하기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조작법만 익히면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진, 특히 인터넷과 찰떡궁합인 디지털 사진은 양과 속도가 엄청납니다. 그런데,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그 흐름에 압도되어 휩쓸려 가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자신의 말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진으로든, 책으로든, 인터넷으로든 우리는 각기 다른 속도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사진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진으로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때에도 그것이 '언어'에 기대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부동산을 찍은 저 사진은 '인생'이라는 단어가, 지나가던 할머니와 마주친 그 찰나를 잘라낸 것이며, 문에 붙어있던 장식은 문 전체에서 일부만 잘라냄으로써 신체의 일부가 연상되는 사진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다른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은, 다른 언어를 갖고 싶다는 말과 너무도 가깝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
언어는 단순히 사고를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행위다. 따라서 다른 언어를 갖는다는 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르게 산다는 걸 의미한다. 언어는 무게도 부피도 없는 추상적 기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 물질적으로 작용하는 '힘'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언어는 차갑고 어떤 언어는 뜨거우며, 어떤 언어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어떤 언어는 사람을 살린다. 또 어떤 언어는 억압을 위한 무기가 되는 반면, 어떤 언어는 억압을 깨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 나의 언어는 어디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윤세진,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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