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생이 이런 자랑을 했습니다. "우리 다혜는 잠금해제를 해~! " 다혜는 2살인 제 조카입니다. 아직 '엄마'만 또렷하게 말하지만 벌써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다니~ 동생은 천재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땐 차마 동생 앞에서 말을 못 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양생에는 치명적이라는 것을요. 저도 스마트폰을 3년째 쓰고 있기도 하고,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너무 즐기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마력이 무서울 때도 많습니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건지 스마트폰이 사람을 부리는 건지 모를 정도입니다.
아기들한테 스마트폰을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빛의 명멸을 탐닉하느라 주변의 모든 것에 무관심해진다. 스마트폰이 양기를 몽땅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건 혁신이 아니라, 중독이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14쪽
아직 게임의 재미를 몰라 조금 만지다 던져버리곤 하지만, 자신이 만지면 빠르게 확확 변하는 화면이 신기한지 이것저것 누르고 심지어 저에게 "ㅏㅏㅏㅏ"와 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 조금 더 크면 훅~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요. 동생 부부는 조카가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에 관대하고, 흔쾌히 가지고 놀게 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런데 무작정 아이에게 금지시키기에는 스마트폰이 너무 일상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난감하고, 막막하지요.
『동의보감』식으로 말하면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생명의 기초대사다.─"신장에 있는 수(水)기는 올라가고 심장에 있는 화(火)기는 내려가야 한다." 만약 이 흐름이 단절되면 수기는 아래로 정체되고 화기는 허열로 뜬다. (같은 책, 같은 페이지)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보면, 내려가야 할 기운이 오히려 위로 뜨고 올라가야할 기운은 정체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물론 스마트폰뿐 아니라 많이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작업을 주로 하는 도시인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는 두통이 오고, 손발이 저리는 등의 신체증상도 동반되지요. 그야말로 '스마트한 일상'이 내 몸에는 '스투피드한 짓'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흑;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는 꼭 『동의보감』을 권하고 싶습니다. 금지시킨다고, 안 사주는 것으로 해결될 것 같진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동안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나 알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지혜로서, 또 몸을 위한 앎으로서 저는 감히 권하고자 합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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