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壬水: 재아-잠드는 물, 깨어나라!
재아가 공자에게 묻는다. “부모님의 삼년상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 군자가 3년 동안 예를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너는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하냐?”[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期可已矣.”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陽貨 19)] 따지고 들자면 공자가 재아를 심하게 밟는 장면이다. 그런데『논어』에서 재아는 거의 최고의 반항아로 등장한다. 뭘 잘해서가 아니라 공자와 사사건건 대립했기에 오히려 유명할 정도다. 하지만 재아가 공자에게 3년 상을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한 발상을 획기적이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다른 제자들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것들을 재아는 간혹 질문한다. 비록 그때마다 공자에게 꾸사리를 먹고 물러났지만 재아의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질문하려는 성향을 높이 살만 하지 않은가.
이런 재아의 탐구심은 임수의 성향이다. 선천적으로 두뇌가 총명하고 창의력이 뛰어나고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 큰 강이나 바다가 고요하면서 쉼 없이 흘러가듯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모든 방면에 박식하고 매사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전진하려는 성향.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듯이 재치가 있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재주가 많아 매사에 자신감이 강한 모습. 웬만한 일에 다른 사람과 동조를 잘하고 타협에 능해서 대립하지 않는 성품. 하지만 한번 틀어지면 의심이 많아 남을 못 믿거나 포용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임수의 모습은 꼭 재아를 연상시킨다. 재아는 공자 제자 가운데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능한 인물이었다. 특히 자공만큼이나 말빨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인물. 말을 하기 시작하면 막힘이 없이 청산유수와 같이 말을 쏟아내던 인물. 이건 임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머리가 좋고 언변이 좋은 나머지 남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임수다. 자칫하면 자기 자신을 너무 과신해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기도 한다. 한번은 노나라의 제후가 재아에게 옛 제도에 대해서 물은 적이 있었다. 이때 재아는 자신감 있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은 다 틀린 대답이었다. 이를 두고 공자는 “다 이루어진 일에 해명하기 뭣하고, 다 매듭지어진 일에 다른 생각을 말하기 뭣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잘잘못을 따지기 뭣하다더니!”라며 체념해 버린다.[哀公問社於宰我. 宰我對曰, “夏后氏以松, 殷人以栢, 周人以栗, 曰, 使民戰栗.” 子聞之曰,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八佾 21)]
오나라의 책사 주유, 그는 죽는 순간까지 "왜 하늘은 주유를 낳았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라고 통탄했다고 한다.
너무 경솔하게 나서고 때론 권모술수가 지나쳐 사기성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는 임수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또 임수들은 매사에 시작에 비해 마무리가 부족하다. 재아가 낮잠을 자자 공자가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 할 수 없다. 내 재아에 대하여 꾸짖을 것이 있겠는가.”라고 말한다.[宰予晝寢.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杇也, 於予與何誅?”(公冶長 10)] 이건 재아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고 태만한 모습을 보이기에 공자가 그를 채찍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똑똑하고 지혜롭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강렬한 탐구욕을 가지고 있지만 방만한 것이 문제가 되는 임수. 잠자는 물! 하지만 강렬한 지적탐구와 창의적으로 살아가려는 임수의 삶은 매력적이다.
_ 류시성(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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