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金 - 辛金世代
어느 신문에선가 요즈음 신세대들을 두고 황금 같은 세대라고 하는 걸 읽은 적 있다.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글로벌 세대(G세대)라느니, 성취도가 탁월한 세대라서 놀라운 스펙을 보여 주는 세대라느니, 도무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빛나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제 국가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자원들을 가진 듯하다. 간혹 이 세대가 모두 김연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외신 기자들 앞에서 영어로 깔끔하게 인터뷰하는 연아. 그 인터뷰를 보던 내 옆에 있던 어떤 분 왈, “내 딸도 저렇게 완벽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말에 뭐라도 대거리하려다, “아, 예...”하고 입안에서 우물거리고 말았다. 그 찬사에 동참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소릴 들을 지 모르겠다싶어 대충 지나간 것이다. 아니면 혹시 나도 그런 딸을 욕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싶다. 글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허구다. 초등학생은 점수 ‘올백’에 매달리고, 고등학생들은 단 한 번의 입시 도박에 모든 것이 묶여 있고, 대학생들은 취직과 고시에 꽃다운 청춘을 낭비한다. 더구나 청년 고용률 20%대 그물을 뚫은 행운의 직장인들(?)도 월급과 승진만 바라보며 제 인생을 갉아 먹는다. 그 정점에는 오직 그들을 파멸로 인도할 부르주아적인 계산만 기다릴 뿐인데도, 그 길 위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앞으로 달려간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이 가고 있는 그곳이 모두 폐허라는 것을, 그곳에 도달하고 나서야 알게 될 것이다. 이처럼 후회로 점철될 생을 어찌 황금 같다 할 수 있겠나. 타인의 눈에 따라, 황금처럼 가꾸다 끝내 비듬처럼 떨어질 쓸쓸한 금가루. 결국 황금세대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포기하여(Give-Up) 만들어진 세대가 아닐까? 그래서 G세대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게 금가루로 날아가 버릴 폐허에 가서야 비로소, 정말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그때서야 신기루같은 황금 껍질이 비듬처럼 벗겨지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다른 보석이 풍파로 달구어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다. 하여, 이렇게 거꾸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황금세대는 그곳에 가서야 거추장스러운 황금옷을 벗고 뜨거운 불로 달구어진 진짜 보석, ‘신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속히 폐허로 가라. 그리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금세대가 되어라.
_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너는 똑바로 서야지 세워져서는 안 된다." -아우렐리우스
※ 12월(임자월)에는 '임수' 특집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간지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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