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속이 깊어도 너~무 깊어 알 수 없는 임수 사람!

壬水 - 알 수 없는 마음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 만하니
눈 감을밖에


블라디미르 쿠쉬, <존재의 응시>



물의 달, 壬子월이 왔다. 9번째 시간지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도 적당한 시를 물색한다. 사실 조금 찔리기도 했다. 이거 너무 잘 알려진 시 아닌가? 혹여 독자들이 진부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려나? (이렇게 나의 얕은 밑천이 다 뽀록난다^^)


하지만 사실, 임수는 나에게 가장 알 수 없는 천간이다. 예전에는 나머지 오행을 모두 품은 토(土) 기운을 가장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토사람들의 덤덤함은 일관되기라도 하지! 아마 내가 평생을 가도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은 내 남동생일 것이다. 그 아이의 일간은 임수다. 그 녀석은 과묵하기는커녕 아주 가볍고 장난스럽다. 내가 아무리 구박해도 오버액션과 막말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_-;). 그런데 이렇게 가벼운 아이가 불쑥불쑥 돌연 다른 사람처럼 돌변할 때가 있다. 그렇게 날뛰는 와중에도 상황을 꿰뚫어 보는 눈, 호쾌함 안에서 우울함이 드러날 때마다 나는 그녀석이 낯설다. 또 내가 경험했던 임수 사람은 같이 공부하는 언니 중 한 사람이다. 이 분은 내 동생과는 정반대로 첫인상부터 과묵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고 좋다싫다는 말도 잘 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청난 과격파였음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이 모습을 감추고 지금까지 살았는지…. 예고도 없이 모드전환이 이루어지고, 진심이 드러난다. 뚜렷한 경계 없이 어느 순간에 확 범람하는 이 정서.

 

이것이 내가 본 임수의 모습이다. 수(水) 기운 중에서도 양기(陽氣)인 임수는 바다, 호수, 댐 등등의 큰물을 상징한다. 물은 투명한 성질이다. 하지만 이 물이 모여 깊이를 이루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수면 위는 잔잔해도 수면 밑에서는 수백 종의 생물들이 자생적으로 생태계를 이뤄, 도대체 저 밑바닥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 건지, 호수를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이 시에도 호수가 나온다. 하지만 시를 그냥 얼핏 보면, ‘호수’는 결국 내 얼굴은 가려도 널 보고 싶은 마음은 도저히 못 가리겠다는 닭살멘트를 위한 수식어처럼만 보인다. 내 얼굴크기 작다는 자랑과 널 보고 싶어 죽겠다는 염장질(?)을 단 30글자에 담아낸 이 용자시인. (교과서대로 해석하면 그리움을 절절하게 성찰한 시라고^^)

 

그런데 한 줄 한 줄 곱씹어 읽다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왜 하필 호수였을까? 왜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호수’에 빗대고 싶었을까? 호수는 거대한 물이다. 하지만 시인이 단지 ‘크기’ 때문에 그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 거다. 세상에 커다란 것은 바위, 산, 들, 하늘, 태양 등등 많고 많으니까. 호수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것은 바로 물이라는 유동성이다. 어떤 의미에서 물은 오행 중에서 움직임이 가장 자유롭다. 땅으로 스며들 수도 있고 지면을 따라 흐를 수도, 공기 중으로 날아가거나 얼어버릴 수도 있다. 호수처럼 옴폭 파이면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이 살게 된다. 어떤 고정된 상태도 거부한  이것이 바로 30개의 글자 속에서 ‘호수’라는 짧은 단어를 통해 시인이 보여주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네가 없으니까 슬픈 표정, 슬프다는 단어, 당장 이런 것들은 고작해야 “손바닥 둘로 / 폭 가릴” 수 있는 것이다. 얼굴은 모든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간판 같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자신조차도 판단불가능한 것이다. 내 마음은 나의 것이 아니다. 뭐가 튀어나오고 흘러 다니고 폭발할지 예측불가다. 너를 향한 마음도 ‘그립다’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거대한 호수다. 큰물이 범람하듯 나에게 주어진 표현수단의 경계를 범람하는 마음. 그 운동의 정체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저 “눈 감을 밖에.”


깊고 깊은 바다처럼, 이들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시는 포커페이스에 달인인 임수의 시라고 해도 좋겠다. 그들의 깊은 마음은 거대한 바다와도 같아서 철썩거리는 그 움직임이 표정이나 감정으로는 좀처럼 모습을 다 드러나지 않는다. 하긴, 꼭 임수만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두 손으로는 가릴 수도 담을 수도 없는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내 마음에 거대한 호수 혹은 바다가 있는 것이다. 의뭉스럽다고 말하지 말라, 내 마음 나도 모르는데! 이 심연을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 역시 눈 감을 밖에(^^).


 

_ 김해완(남산 강학원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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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능금 2012.12.12 20:55 답글 | 수정/삭제 | ADDR

    저희 딸 일간이 임수라는 것을 알고 어쩐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 키울 때 보다 둘째 딸키울때가 더 힘들더라구요. 고분고분한 아들과는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딸... 말을 시작하면서 문득문득 던지는 한마디에 "헉"하고 놀라 찔렸던... 아무튼 나한테는 너무 감당하기 힘든 딸에 대해 이해되면서 왠지 더 두려워지는 느낌이 드네요~ ^^; 이제 또 무엇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올지...ㅋㅋㅋ
    전 일간이 정화거든요... 그래서 매번 딸이 힘든가봅니다 ㅋㅋㅋ

    • 북드라망 2012.12.12 21:45 신고 수정/삭제

      정화와 임수가 만나면 합이 되어 목이 되지 말입니다~ ^^
      일간으로만 볼 때에는 궁합이 나쁜 편이 아니랍니다. 하하;;
      하지만 모녀 사이에는 일간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관계가 형성되겠죠?
      그래도 일간을 알면, 서로 쵸~~큼 덜 힘들지 않을까요?
      따님과 함께 일간 공부를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해수임수 2014.01.20 13:57 답글 | 수정/삭제 | ADDR

    임수와 해수가 다른게뭔가요?
    임수도 호수 바다 해수도큰물 바다호수인데
    알수없는것은 바다인 해수도마찬가지아닌가요 ?

    • 북드라망 2014.01.20 14:54 신고 수정/삭제

      말씀하신 것처럼 임수와 해수는 양수(陽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수는 천간, 해수는 지지에 속하므로 그 풀이 또한 달라집니다.
      예를 들자면 천간의 경우 지향점이고, 지지의 경우 현실에 펼쳐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천간에 임수가 있는 것과, 지지에 해수가 있는 것은 당연히 다르겠지요.

      공통점을 기반으로 이 글자들이 다른 글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사주명리학의 특징 중 하나인 '유연함'이라 생각됩니다.
      배치에 따른 천간지지의 물상이 더 궁금하시다면,
      『사주명리학 물상분석론』을 한번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해수임수 2014.01.20 15:16 답글 | 수정/삭제 | ADDR

    지지는 현실인가요 ?
    그럼 일주를 봤을때 본인의 성격은 지지로 보는것이 맞나요 ?
    또 한가지질문요
    시주에 지지는 그사람의 성격으로 논할때 성격적인 어떠한부분이 되는것인가요 ?
    예를들어 신미일이라하면 시주가 경인시 이면 일주는 본인 겉과속 시주에 인은 성격이 어떻게 나타난다고 해석해야할까요 ?
    미래 자녀 일에 완성 말고 성격해석으로요~

    • 북드라망 2014.01.20 16:40 신고 수정/삭제

      지지와 천간 해석은 함께 이루어지고,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글자는 일간, 일지, 월지로 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사주명리학 초보 탈출』과 『사주명리학 완전정복』을 참고하시면,
      궁금증이 많이 풀리실 것 같습니다. ^^

      또한 사주가 개인의 삶에 어떻게 펼쳐지는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누드 글쓰기』를 함께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