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
이번주 편집자의 소개코너 키워드는 '즐거움'입니다. 사실 저는 요새 야근(?)이 잦아져서 억지로라도 즐거움을 찾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ㅠㅠ). 착, 몸을 낮춰서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 과정들을 한 스텝 한 스텝 즐길 수 있는 경지가 왔으면 좋겠네요.
지친 우리들에게 발랄하고 후리한(?)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만화와 음악들, 그리고 힘을 불끈불끈 일으켜 줄 한자 <근육筋肉>과 함께 이번 주를 마무리합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어쨌거나 긍정적인 게 최고 아니겠습니까(*-_-*). 야근도, 추위도, 늘어나는 뱃살도 나를 막을 순 없다! 죽지 않아!!
만화킬러 북블매's
삶을 노래하는 피아니스트들
자유롭게, 즐겁게, 노래하듯이
이번 주에 소개하고 싶은 만화는 『노다메 칸타빌레』와 『피아노의 숲』이다. 칸타빌레는 음악용어인데, ‘노래하듯이 부드럽게’라는 뜻이다. 노다메는 악보를 못 보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똑같이 연주하는 타고난 천재이다. 『피아노의 숲』에 나오는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피아노가 숲에 있었고, 그냥 막 치고 놀았는데 알고 보니 천재! 음악인으로 영재 교육을 받았던 소년보다 이렇게 막 친 소년이 더 천재라는 뻔한 구도로 보인다. 원래 이런 구도에서는 타고난 천재를 못 따라가는 법! 갑자기 논어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엄훠;; 내가 왜 이러지~)
「子曰 知之者 不如好知者 好知者 不如樂知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겨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노력형 천재가 타고난 천재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공자님도 꿰뚫어 보셨다는 말씀. 그래서 노다메가 학교에서 부딪쳤던 문제, “자유롭고 즐겁게 치는 게 뭐가 나빠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도 모르게 공감했다. 그래, 즐겁게 하는 것이 왜 나쁜 거야 왜? 공자님도 즐겁게 하는 게 최고라고 하셨단 말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 부르지 않듯 ‘즐겁게’라는 말에도 많은 함의가 있다. 노다메는 악보를 보기 전에도, 악보를 볼 수 있게 된 후에도 여전히 즐겁게 피아노를 친다. 하지만 그 즐거움의 결은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 이 즐거움의 비밀은 뭘까? 만화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이 즐거움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
「노다메 칸타빌레」애니메이션 중, 노다메의 연주를 느껴보세요~^^
뮤직매니아 붕어's
좋아서 하는 밴드들
제가 인디음악을 접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솔직함이었습니다. 외국 음악을 들을 때는 거의 가사를 무시하고 듣게 됩니다(영어에는 먹귀라서요;;). 하지만 홍대인디씬의 밴드들은 저에게 이런 일상적인 한국말로도 신선한 곡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달까, 여하튼 충격이었습니다(^^;). 멜로디가 좋냐, 발성이 좋냐, 이렇게 하나하나 평가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겠지만 한 번 들으면 '좋아져버리는' 음악의 비법은? 정말로 음악이 좋아서 하는 게 느껴지니까! 좀 서투르면 어때요, 음악을 직접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인들의 흥이 그대로 전염되는데요(^^).
10cm - "그대의 잇몸에 김가루 내게는 It's so nice"
10cm! 이미 인디씬의 아이돌이죠. 저는 사실 그들이 뜰 때 조금 분개했습니다. 아니, 나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어찌보면 이들의 음악은 허술하기도 합니다. 통기타 한 대에 젬베 한 개가 전붑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이 뜰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10cm, 이 남정네는 솔직하게 야합니다(*-_-*). 나 좀 봐~~ 나 섹시해~~라고 대놓고 말하는 과감한 대중가요 가사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야하다는 게 꼭 선정적이어야 하는 걸까요? 10cm의 경우에는 오히려 절박한 진심으로 다가옵니다. "그대의 빵꾸난 스타킹 내게는 It's so nice(sexy!)"라고 고백하는 건, 결국 지금 내 옆에 있는 너가 <좋다>고 내 몸과 맘과 뇌와 인식기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는 뜻에 다름 아니겠습니까(^^).
검정치마 - "날 좋아해줘"
검정치마는 저에게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헉, 미국인이 한국말로 노래를 한다! 알고 보니 재미교포가 하는 원맨 밴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조휴일(검정치마의 보컬)은 심플하고도 신선한 비유를 자주 합니다. 몇 번 얼굴 보면 친한척 하는 한국인의 사교문화를 "내 여자친구는 친구도 여자도 둘 다 맞는 거 같은데 내 친구가 맞다는 사람들 모두 다 틀린 거 같아" 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의 최강무기는 절대로 무거워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이가 어느 새 삼십줄에 들어섰는데 왜 검정치마는 여전히 가볍고 뻔뻔한 걸까요! 우리 같으면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꾹꾹 담아둘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날립니다. "날 좋아해줘, 엄마 아빠보다도" 그게 그의 치명적인 매력입니다(ㅠㅠ). 날 좋아해 달라고? 얼마든지!!!
한자덕후 시성's
몸(맘)의 근육을 키우리!
(근육)
여기저기서 몸짱 열풍이다. 초콜릿 복근이다, 식스팩이다, 꿀벅지다. 아주 벗은 몸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하여, 눈을 어디가 둬야할지 실로 난감하다. 어찌나 그렇게 몸들이 다 좋으신지. 그럼 내 몸은 어떠하냐고? 음... 글렀다.^^ 임신 6개월이라는 선고를 받은 두툼한 배와 그 둘레를 힘차고 돌고 있는 햄만 붙어 있다. 간혹 생각한다. 아, 어떻게 이렇게 몸에 근육이라고는 단 한 가닥도 돌출된 것이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상관없다. 사실 난, 근육 없는 맨질맨질한 몸에 더 끌린다. (우후~^^) 그리하여 다분히 의도적(?)으로 저런 몸들을 배격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몸이 되려고 했던 것도 결코 아니다. 나도 내 몸매에 대한 이데아가 있다! 헌데, 사람들은 왜 저런 몸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공력을 쏟아 붓는 것일까. 대체 근육(筋肉) 따위가 뭐라고?
근(筋)은 月(肉)+力+竹. 살 속의 힘줄, 특히 대나무 따위에서 볼 수 있는 섬유 줄기의 뜻에서 일반적으로 ‘줄기’의 뜻을 나타난다.
-『한한대자전』, 민중서림
그러니까 대나무처럼 질기고 단단한 섬유조직이 근筋이라는 소리다. 과연 과거에 이 대나무의 근육들 참 많이 봤다. 옛날엔 마을마다 대나무를 키웠다. 죽은 사람의 상여가 나갈 때 만장(輓章)을 달 대나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만장을 단 대나무들은 대개 어린아이들이 들곤 했는데 나도 이 알바(?)에 종종 투입되곤 했다. 그때마다 대나무의 아주 튼실한 허벅지들을 참 많이도 만졌다. 이게 筋의 어원일 줄이야!
筋은 우리 몸에서는 간(肝)에 배속되어 있다. 이걸 전문용어로는 간주근(肝主筋)이라고 부른다. 간(肝)은 좀 웃긴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장기 가운데 하나다. 간(肝)은 일명 파극지본(罷極之本)이라고 불리는데 ‘피로를 견디는 근본’이라는 뜻이다. 결국 몸에 있는 근육들이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되시겠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한지. 맨날 피곤에 절어 사는지. 다 ‘간 때문이야~’ 아니 ‘근 때문이야~’였던 거다. 몸에 근육이라고는 도통 없으니 외부의 충격이 그대로 몸에 전달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 뭘 잡으려 해도 꼭 틀어쥐지 못한다. 간(肝)이 약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코스를 밟는데 이것도 筋 때문이다. 뭘 꼭 붙잡으려고 해도 筋이 없으니 될 일이 있겠나. 알겠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근육을 탐(貪)하는지. 그럼 육(肉)은?
육(肉)은 살결이 보이는 고깃덩어리를 그렸으며, 이후 따로 쓰거나 상하 구조에는 肉, 좌우 구조에는 月로 구분해 썼다. 肉이 둘 중복 되면 多이고, 손(又)에 고기를 쥔 모습은 有이다.
-하영삼, 『한자야 너무 미안해 너무 쉬워서』, 「부수편」, 랜덤하우스, p.306
아~ 이 글자는 참 좋다.^^ 완전 고기들의 향연이 따로 없다. 많을 多도 고기가 많다는 것이요, 있을 有도 고기를 틀어쥐고 있다는 글자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자들인가. 더구나 肉은 마블링이 제대로 간 고깃덩어리라고 하니 이 글자와는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다. 나만 그런가?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닐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肉은 몸에서는 비(脾)의 나와바리다. 비(脾)는 위(胃)와 단짝인 소화기관 가운데 하나다. 사실 몸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비(脾)가 없으면 그냥 허당에 불과하다. 소화기관에서 얻은 음식물의 곡기(穀氣)를 비(脾)가 폐(肺)로 올려서 호흡으로 들어온 청기(淸氣)와 짝을 이루게 해야 몸에 양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脾)의 올려주는 이 기능이 없으면 삐쩍 말라서 아주 볼품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만다. 반대로 몸에 토실토실 살이 올라 있는 사람들은 이 비(脾)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실해도 너~~무 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니 이 비(脾)가 肉만큼이 소중한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더구나 이 肉이 적당히 있어야 사람이 힘을 쓴다. 씨름선수들을 보라. 그들의 육(肉)이 곧 힘 아니던가! 肉 is power.
그러고 보면 筋과 肉 모두 우리들의 활동력과 관계되어 있다. 활동력이 왕성할수록 몸에 筋肉이 붙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요샌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筋肉을 키워야 한다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마음이 많이 쓰라는 얘기다. 몸과 마음, 둘 모두 筋肉으로 뒤덮이는 날은 과연 올까. 이번 생에 그것을 바라는 것은 탐심(貪心)인 것일까. 아니면 아직 가능한 것일까. 일단 배가 고프니 먹고 생각하자! 아그작아그작!
일어나! 움직여! 춤추고 노래하고 내달려! 이 겨울에 우리에게 필요한 명령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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