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새기며"
안녕하세요, 붕어입니다~ 어느 새 10월의 마지막 주가 왔습니다. 저는 이번 달(경술庚戌월) 내내 관성과 재성에 꽉 붙잡혀서 정신없이 밤을 샌 기억 밖에 없네요(;;). 벌써 올해가 3/4도 넘게 지나갔다는 씁쓸함도 함께... 다음 달은 한 해 중 가장 쓸쓸한 11월입니다. 막막한 이십대에 돌입한 지도 어연 1년. 돌이켜보니, 스무살이 된 올해 저에게 찾아온 것은 애인이 아니라 주방보조매니저였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야채들과 부대끼며 살아본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고충이 몸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 늦가을 새벽 옆구리 시린 저를 위로해주는 것도 식기들 뿐...(ㅠㅠ) 아무리 올해 재성복이 터졌기로서니, 애인도 없고 뒹굴거릴 시간도 없는 채로 이렇게 올해가 가도 되나요? 정말?!?
시성편집자는 저에게 눈 몇 번 깜빡거리면 자기처럼 배가 나온 삼십대가 되어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제가 뭐라고 울부짖든 시간은 흐르고 저도 시성편집자처럼 되는 날이 올 겁니다(-_-;).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결국 좋은 추억이 되는 것도, 특별한 활동들이 아니라 내가 그 당시 이렇게 온 마음을 쏟으며 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닐까요. (아니라고 해도 달리 도망갈 구석은 없습니다-_-;;) 네, 열심히 야채를 씻는 겁니다! 새해는 매번 다시 오고 기회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오니까요 좋은 만화, 좋은 음악과 함께 오늘도 간바레~
만화킬러 북블매's
이 만화책 재미있더라
1.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케다 리요코 지음, 대원씨아이)
추억의 만화를 써보자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베르사이유의 장미>이다. 국민학교 시절(아마도 91년이나 92년)에 처음 읽었고, 그 뒤로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내가 루이 16세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내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케다 리요코의 다른 작품인 <올훼스의 창>도 좋아했다. 두 작품 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러브 스토리이지만,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이라는 시대배경이 무척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등장하는 인물들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기도 했었다. 그때 어렴풋하게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이 다 역사에 기록되지는 않는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다. (오스칼이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을까? ^^;) 아직도 '프랑스 혁명'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이 책이 떠오른다.
2. 왕가의 문장 (호소가와 치에코 지음, 랜덤하우스 코리아)
처음 읽은 것은 <나일 강의 소녀>라는 이름의 두 권짜리 소설(?)이었다. 나중에 <신의 아들 람세스>라는 만화 해적판으로 이 이야기를 만났는데, 원래 제목은 <왕가의 문장>이란다. 고고학을 전공하던 여학생 캐롤이 이집트 발굴 현장에서 우연히 고대 이집트로 가게 되고, 파라오인 멤피스를 만나 여차저차 하여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철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등 캐롤은 이집트에서 여신 대접을 받게 된다. 히타이트, 페르시아 등 고대 이집트 시기의 역사적 사건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정말 좋아하긴 했던 모양이다. (이집트는 아직도 가보고 싶은 나라! ^^;)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뮤직매니아 붕어's
이 음반 끝내주더라
Rising Sand (Robert Plant & Alison Krauss)
이 앨범이 나온 게 2007년 무렵이니까 아직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너무 파릇파릇(?)합니다. 하지만 굳이 이 앨범을 고른 까닭은 이제는 머리가 다 하얗게 세어 할아버지가 된 Robert Plant 때문입니다. 전설의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보컬! 늙으면 '유'해진다는 말이 맞는 것인지, 젊은 나날의 거친 샤우팅은 사라지고 더욱 깊어진 목소리가 자리합니다. 그가 겪어왔을 시간이 느껴집니다. 역시 예술가는 오래 살아야 하는 건가요~ (여전히 지존이십니다ㅠㅠ) 이 앨범은 Alison Krauss라는 가수와 듀엣으로 작업한 블루스풍 앨범인데요, 듣고 있으면 저절로 건조한 잿빛 사막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절대 '무미'건조하지 않다는 거!! 17트랙이나 되지만 그만큼 오래오래 들을 수 있어서 더 소중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Cry...Our Wanna be Nation (유앤미블루 2집)
이 앨범은 제가 4살 때, 그러니까 1996년에 나왔습니다. 제가 유앤미블루를 알고 있는 연령대는 아니지만, 뒤늦게 이승열(오빠)의 팬이 되는 바람에 운 좋게 이 독보적인 2인조 밴드와 만나게 되었어요. 유앤미블루란? 달랑 2집 내고 해체해버린, 시기를 잘못 만나 그렇게 유명해지지 않은, 90년대 모던락의 선두주자...라고 들었습니다. 글쎄요, 제 귀에는 '모던'하기보다는 '순박'하게 옵니다. 곡이나 보컬의 목소리나, 저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한 방'은 없습니다. 이런 게 90년대 감성인 걸까요? 그래도 어찌된 것인지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ㅎㅎ). 추억이지만 저에게는 동시에 낯선 앨범입니다~ 최근에 다시 재결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기대해도 좋을까요^^.
한자덕후 시성's
이 한자 떠들고 싶다
한가하다. 세미나도 빵꾸가 나고 햇살은 좋다. 배때기를 두드리면서 공부방에 앉아 여유 있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신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할 게 없어지니까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괜히 청비탐 애놈이 뭘 하고 있는지 가서 기웃거리고 임꺽정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한다. 개잠이라도 자볼까 싶어서 드러누워도 잠도 잘 온다. 아! 쉬는 법을 까먹어 버렸나 보다. 이런 제길슨! 그래서 또 이렇게 뭐든 쓰고 있다.
수요일에 사주를 봐달라고 누군가 찾아왔다. 전날 밤에 문자를 보내서 청소를 도와주겠노라고 다짐도 했다. 청소와 사주. 사주를 봐주고 청소를 선물로 받는다. 이거 참 재밌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걸 좀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도 불끈 솟는다. 그런데 9시가 넘어도 이 양반, 오지 않는다. 기다릴까도 싶었지만 그냥 청소를 시작한다. 한참을 쓸고 닦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다다다다다 도로를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신발을 요란하게 벗는 소리가 들리더니 2층으로 뛰어올라 온다. 미안한 기색에 얼굴에 가득하다. “화장실 청소 할까?” “아니요, 거기도 다 밥그릇이 있어요.” 맞다. 요새 베어하우스에 공부를 하러 나오는 감성 1학년 관식이 화장실을 밥그릇 삼아 살아가고 있다. 매일매일 물청소를 하고 변기를 닦는다. 내 똥도 잘 나온다. 도담형 왈. “화장실 청소가 공덕이 제일 많이 쌓여. 제일 드러워서 사람들이 잘 안 하려고 하는 거. 그런 걸 하는 게 공덕이고 음덕이야.” 이후 그는 오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다. 그의 밥그릇을 빼앗을 순 없지. (공덕도 밥그릇 싸움이 되어 가는 시대다. 요즘 베어하우스에선^^) 그 양반에게는 1층 청소를 맡긴다. 요새 사람들을 잘 부려먹는다. 예전엔 그냥 내가 다 하는 게 제일 속 편하고 깔끔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다. 요샌 그냥 일을 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재성이란 게 그런 욕심이라는 거. 다 내가 해야 되고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거. 결과물에 대한 집착이기도 할 것이고 그게 내 마음이나 생리적 리듬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거. 요새는 그걸 그냥 막 퍼준다. 니가 해, 저건 너다, 그건 그놈에게. 이렇게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공간에 붙는다. 책임을 주고 일을 맡기면 자기 나름대로 오행을 펼치는 것도 같다. 목화의 기운을 막 써서 과도하게 항진된 상태로 일을 하기도 하고 금수의 기운을 써서 일하면서 배운 걸 자기 지혜로 아물리기도 한다. 그게 그의 몫이고 그의 지혜이고 그의 살일 거다. 또 가끔은 세상의 모든 일이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윗사람이 시키건 옆의 동료가 부탁을 하건 내가 나와 약속을 하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하건. 그렇게 부림을 당하는 것, 그것이 운명(運命)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게 뭐 어떤가라는 생각도 한다. 많은 경우 부림을 당하면 괜히 짜증이 나고 하기 싫었는데 요새는 쪼금 마음이 변했다. 일하면서 몸을 쓰고 배우고 오욕칠정의 강을 건넌다. 부림을 당한다는 생각보다 이게 물질적이고 신선하고 생생하다. 아니 가깝다.
운명(運命)은 흔히 명(命)을 운전한다(運)는 뜻으로 풀이한다. 방점은 명(命)이 아니라 운(運)에 있다고도 한다.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명(命)이 펼쳐지는 반경도 광경도 다르다는 거다. 그래서 찾아봤다. 운명(運命)이 뭔지. 일단 운(運)은 걷는다는 뜻의 착(辶)과 군대를 뜻하는 군(軍)이 모여서 만들어진 글자란다.
착(辶)의 윗부분(두 점)은 ‘네거리’의 상형인 행(行)의 생략형이며, 아랫부분은 ‘발바닥’의 상형인 지(止)의 변형으로, ‘거리를 걷다’가 본뜻이다. (김언종, 『한자의 뿌리』, 문학동네, p.111)
군(軍)자는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일까? 형성자로 보는 설과 회의자로 보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군(軍)은 성부(聲符)인 균(勻)과 형부(形符)인 거(車)로 구성된 글자로 보는 것이 전자이다. 사람 인(人)자의 변형과 수레 거(車)를 더한 글자로 보는 것은 후자이다. 금문과 소전의 글자 모양을 보면 수레를 탄 왕이나 장군을 호위하는 사람들, 즉 병졸들의 의미로 보고 그런 대형을 군(軍)이라 했다는 후자가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한다. (같은 책, p.980)
그러니까 운(運)이란 군대가 걸어간다는 뜻이다. 군대. 이게 뭘까. 설마 이게 내 몸이란 얘긴가. 내 몸에 있는 수억 개의 세포들, 이것들이 군대라는 소린가. 이걸 움직인다는 게 운(運)이라는 건가. 진정! 아, 이렇게 보니 운명이라는 게 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런 거 같다. 지금 내가 몸에 있는 모든 세포들을 움직여서 하고 있는 거. 그게 그냥 운명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 나는 철저하게 운명대로 살고 있는 거구나. 내 존재 자체가 곧 운명이라구나. 요런 생각이 절로 난다. 또한 운명은 늘 현재적이라는 거. 원래 운명이란 현재성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건이 발생한 순간, 이렇게 말한다. 아~ 이것이 운명인가 하노라. 맞다. 드러난 것만이 운명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이 운명적이다. 샤방샤방. 옆에 있는 사람도, 옆에 있는 책도, 내 몸에 낀 때도. 이것들이 나의 운명이다! 그럼 명(命)은 뭐지?
금문에 그 형체가 처음 등장하는 명(命)은 그 윗부분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아래를 향해 있는 사람의 입(口)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를 꿇어앉은 사람(卩)을 꾸짖고 명령하는 상급자의 입이라 여긴다. 아래에 있는 또하나의 입(口)은 영(令)을 듣고 대답하는 사람의 입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를 ‘지붕’의 상형으로 보아 ‘집에서 주인이 입으로 명령을 내리고 하인이 이를 듣는 모양’의 상형으로 여긴다. 이 경우 아랫부분 왼쪽의 입은 명령하는 주인의 입이 된다. 그러나 윗부분을 ‘명령하는 입’의 상형으로 볼 경우에는 대답하는 하인의 입이 되고 마니 상당한 차이가 있는 해석이라 하겠다. 널리 쓰이는 ‘목숨’은 파생된 뜻인데 혹 주인의 한마디에 왔다갔다하는 하인의 파리 ‘목숨’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같은 책, p.810)
명(命)이란 명령을 하고 명령을 받는다는 뜻이다. 명령대로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뜻이다. 무시무시하다. 이 글자! 그런데 누가 명령하고 누가 받는다는 건가. 하늘이 명령하고 내가 받는 것인가. 무엇을 명령하고 무엇을 수행하는가. 아~ 이 글자 너무 어렵다. 패스~~!^^ 공자는 오십줄이 돼서야 천명(天命)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돼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명(命)을 안다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잘 모르겠다. 아직은. 그러나 하나는 알겠다. 명(命)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는 거. 그걸 알게 되면 자유로워진다는 거. 운명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거. 내 몸을 믿고 공자를 믿고 운명을 믿는다. 신심(信心)!!!!!!!! ^^ 오늘도 열심히 부림을 당하기 위해서 시험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다. 재시만은 피하고 싶다. 아~~ 내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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