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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은 지금

11월 넷째주 소개코너 - 말이 필요 없는 음악?!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23.
편집자의 Weekend 소개코너

 

뮤직매니아 붕어's

"가사없는 음악특집"

 

 

이번 주의 테마는 가사 없이도 이야기가 있는 음악들입니다. 사실 저는 가사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멜로디가 세련되어도, 메시지가 없으면 텅 빈 것처럼 느껴진 달까요(하하;;). 그래서 대중가요에 손이 잘 안 가게 되나 봐요. 물론 대중가요에도 가사가 훌륭한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I'm 쏘핫’ 이나 '너무너무 멋져 GGGG BABY' 같이 직설적인 말은 저처럼 소심한 붕어가 감당하기에는 부...부끄럽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가사 없이도 메시지를 전하는 앨범들이 있습니다. 연주곡일 뿐인데 왠지 저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음악들이요. 가사가 없어지면 오히려 표현의 폭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사에서는 ‘사랑해’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연주로 할 때는 더욱 역동적으로 펼쳐내야 하니까요. 어쩌면 말로는 담을 수 없는 ‘움직임’ 자체를 전해주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클래식에도 재즈에도 먹통이지만, 이런 꽉 막힌 귀에게도 떨림을 주었던 멋진 앨범을 소개합니다(^^).

 

박주원. Sigur Ros.

 

* <더보기>를 누르시면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1. 춤춰라 - 박주원의 <집시의 시간>

 

아실 분들은 다 아십니다. 박주원은 3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너무 잘 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제가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헉 했습니다. 아하, 이런 게 집시풍이구나~ 응? 그런데 이 곡을 직접 작곡했다고? 한국인이 그게 가능해?! 네, 음악은 국경도 뛰어넘습니다(^^).

 

여하튼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눈앞에 춤을 추는 집시 한 명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뛰었다가, 달렸다가, 날았다가! 기타선율이 또 다른 악기와 새롭게 뒤섞일 때마다 춤의 모양이 바뀝니다. 몸치인 사람도 춤을 추고 싶어집니다. 아무래도 박주원 씨는 집시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셨나 봅니다. 아니, 오리지널 집시들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춤을 추고 있는 한국인 집시가 생각납니다(ㅋㅋ). 스페인 기타 연주곡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저에게 이런 충동을 일으키시다니, 훌륭하십니다. 2집에서 ‘빈대떡 신사’를 리메이크한 건 정말 최고였어요. 오리지널의 아류인 게 아니라 누구보다도 독창적인 감성을 뽐내는 집시. 저도 몸치 탈출해서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불가능...)

 

 

 

2. 떨려라 - Sigur Ros의 <Hvarf-Heim>

 

Sigur Ros는 보컬이 있는 아이슬란드 밴드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함정~ 게다가 보컬의 역할이 ‘멜로디’라기보다는 그냥 여러 악기 중 하나입니다. 전체 곡 길이도 10분씩이나 되는 대작이지요.

 

Sigur Ros에게 과연 밴드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케스트라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아주 놀랍습니다. 사람이 음악을 만들었다기보다도 대자연의 소리가 CD에 녹아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요? 직접 해 보세요~ 눈을 감고 들으면, 지금 앉아있는 갑갑한 실내가 갑자기 싹 사라지고 대신 드넓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_-*).

 

대단합니다. 우리에게 자연이란 하나의 풍경, 그럴듯한 이미지일 뿐 그 사이에 생생한 교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소리’로도 자연을 구사해낼 수 있다니요!!! 물론 이것은 자연을 베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새소리, 바람소리를 직접 녹음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이 앨범을 처음 만났을 때 평소와는 ‘낯선 떨림’의 인상을 느꼈습니다. 아, 자연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구나. 일상에 틀에 박히느라 그 동안 만날 수 없었던 아주 낯선 것들이 결국엔 모두 자연이구나. 인간이 음악이라는 것을 떠올렸던 것도 결국 이 떨림 속에서가 아니었을까요?!

 

(이 앨범은 베스트 라이브 앨범입니다. Hvarf는 피난처라는 뜻이고, Heim은 집이라는 뜻입니다.)

 

몸이 절로 춤춰지지 않나요?!

 

 

 다들 잘 들으셨나요?

너무 길다고, 생소하다고 안 들으신건 아니죠?! (울 거에요ㅠㅠ)

긴긴 겨울은 긴긴 음악을 감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에서도 겨울에는 말을 줄이고 생각을 잘 수렴하라고 하니, 저희 함께 음악을 듣죠(ㅋㅋ)

 

다음 주는 시성 편집자의 '한자코너'가 돌아옵니다.

신비주의(?)를 고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제를 미리 밝힐 수 없다고 하네요(-_-;).

시성 편집자의 팬들, 기다려주세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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