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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설수설

[행설수설] 나라의 모든 게 불교 그 자체인 티베트와 거기에 감화된 전쟁 국가 몽골

by 북드라망 2023. 10. 24.

나라의 모든 게 불교 그 자체인 티베트와 거기에 감화된 전쟁 국가 몽골

*이 글은  <2021고미숙의 行설水설 – 달라이라마, 칸을 만나다!>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몽골군에게 비폭력으로 대응한 티베트
티베트 토번왕국이 분열이 된 후, 티베트 불교는 일상 속 곳곳으로 들어가 밀교가 되었습니다. 티베트는 불교와 뗄 수 없는 나라가 됩니다. 그런데 불교가 너무 밀교적으로 갇혀있으니까 인도에서 아티샤 존자가 와서 티베트에 다시 계율과 승단을 만들면서 대승 경전을 철저하게 학습하는 새로운 종파를 구성합니다. 

티베트가 다양한 국가들로 쪼개지고, 여러 불교 종파들이 만들어지는 사이 몽골은 강성해진 겁니다. 그래서 몽골이 침입했을 때, 몽골에 저항한다거나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은 나올 수가 없었죠. 달라이 라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티베트는 나라를 통합할 정도의 강한 국가도 없었고, 민족주의는 굉장히 미약하고 승단의 힘은 매우 셌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1240년쯤에 칭기즈칸의 손자, 우구데이의 아들, ‘고단 칸(Godan Khan)’이 정찰대 수준의 소규모 병력을 티베트로 보냈어요. 정찰대는 몽골 방식으로 사원에서 승려들을 죽이고 약탈을 했어요. 하지만 상대가 저항을 안 하는데 계속 싸우는 건 이상하잖아요. 약탈을 지휘했던 장군이 거기서 불교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고, 그러다 ‘사카 판디타(Sakya Pandita)’라는 승려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판디타(Pandita)는 위대한 고승이라는 뜻입니다. 이 몽골 장군이 ‘사카 판디타는 붓다의 화신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게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왜 유목 제국은 이렇게 불교에 관심이 많을까요?

 



티베트 불교에 흥미를 갖게 된 몽골
몽골 장군은 고단 칸한테 사카 판디타라는 인물에 대해 보고합니다. 그랬더니 고단 칸은 사카 판디타한테 편지를 보냅니다. 몽골로 초청하는 편지를 보내요. 티베트와 몽골은 엄청난 학살, 약탈 그다음에 항복이라는 일반적인 전쟁을 하지 않았어요. 바로 몽골에 복속을 했지요. 전쟁 대신 몽골은 티베트로부터 최고의 고승을 초청하게 됩니다. 고담 칸이 보낸 편지에 뭐라고 적혔냐면, ‘가장 강력하고 번영한 짐 고단은..’ 고단은 대칸이 아니지만 자신이 다스리는 영토에서는 최고의 칸인 거예요. ‘내 무지한 백성들에게 도덕적이고 영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라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린다’, 그러니깐 우리 몽골 인민들이 전쟁은 잘하는데 도덕적이고 영적인 비전이 없다는 소리죠. 너무 솔직하지 않나요? ‘네가 이걸 좀 가르쳐 줄 걸 알린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안녕을 기도해줄 이가 필요하다’,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나 봐요. ‘그 일에 네가 가장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게 참 해학적이고 솔직한 말인데요, ‘나이가 많다는 둥, 길이 멀어서 여행이 어렵다는 둥의 변명은 용납지 않겠다. 네가 그런 변명을 하면 많은 군사를 보내서 너를 데리고 올 수도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초청장을 보냈어요. 

그래서 이 사카 판디타는 몽골로 떠납니다. 떠나면서 열 살의 조카를 몽골에 데리고 왔어요. 이게 중요해요, 열 살의 조카. 이름이 ‘팍파(Phagpa)’, ‘파스파’입니다. 이름 자체가 신동, 천재라는 뜻이래요. 몽골 가는 길에 라싸의 조캉사원에 들려서 열 살의 팍파는 승려 계를 받고 떠나요. 그리고 간쑤성에서 고단 칸을 만납니다. 그런데 그때 몽골군이 그 지역의 중국을 다 정벌을 하고 나서 중국인들을 대량으로 처형을 하는 중에 사카 판디타가 간 거예요. 그래서 일단 고단 칸을 설득을 해서 수천 명을 강 속에 던져서 죽이는 것을 멈추게 해요.

고단 칸은 점점 사카 판디타한테 감화되어요. 저는 사카 판디타도 대단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이렇게 감화받는 몽골 장군들이 더 신기해요. 우리가 아는 장군들은 전쟁의 화신들이 잖아요. 다들 폭력에 중독이 되고 기질도 너무 난폭한데 몽골 전사들은 어떻게 이렇게 감화 될 수가 있을까요? 사카 판디타의 얘기를 듣고 바로 처형을 멈춘 것이 놀랍지 않나요.

 

 


한 사람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티베트와 몽골의 영적 관계
고단 칸은 중국에 가까운 티베트 지역은 몽골에서 직접 다스리는 걸로 하고, 티베트 중부는 사카 판티타를 총독으로 임명합니다. 4년 동안을 사카 판티타는 몽골 야영지, 고단 칸의 야영지에서 보냅니다. 그러는 동안 조카는 영적인 능력을 터득해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카 판티타가 죽기 직전에 편지를 썼는데, 고단 칸에 대해 이렇게 씁니다. ‘그는 불교를 막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더 머무른다면 티베트를 넘어 불심을 퍼뜨릴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 조카 팍파에게 모든 걸 다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죽는 것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통치자, 비통치자에 대한 현재 국제법이나 서양 개념으로 보면, 우리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영적인 관계로 정치, 경제가 통합될 수 있다는 이런 식의 국제관계를 이해하지를 못하죠. 하지만 몽골과 티베트는 지금까지도 불교적 연맹체로 이어져 있어요. 이 출발이 바로 사카 판디타와 고단 칸의 만남입니다.

또 사카 판디타는 티베트와 몽골을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조카를 키워 배출했잖아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 나의 생각과 진리가 다음 사람들에게 이어지면 그러면 나는 짧은 인생을 살아도 불멸인 거죠. 후에 팍파는 쿠빌라이 시대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강의_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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