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입문 강의 - 서양철학, 왜 어떻게 공부하나요? 후기
안녕하세요 인문학 입문강의 서양철학 1~2강 후기를 쓰는 박단비입니다. 저는 몇 년 전, 남산강학원에 들어와서 인문학 공부를 접했는데요, 재미있던 공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계적인 책읽기(?)로 변하고 있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공부하면 앞으로 저의 공부 또한 막막해질 것 같아 강의를 신청했답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공부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 보고, 공부에 재미를 느낄 방법도 찾아보고자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서양철학 왜/어떻게 공부하는가는 <세미나책>을 쓰시고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시는 정승연 선생님께서 강의해주셨답니다. 첫 강 주제는 철학, 왜 공부하는가?였습니다. 이 주제를 접하니 제가 생각하던 철학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보게 됐어요. 저에게 있어 철학이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보이며, 또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기엔 궁금한 분야였답니다.
강의 초반에서는 그동안 철학에 대해 몰랐던 것이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승연샘께서는 철학의 ‘철’자가 '밝힐 철’이라는 한자를 쓴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철학이란 ‘배움을 밝힌다’라는 의미가 됩니다.(굉장히 멋진 뜻이지요) 또한 이 철학이라는 것은 심리학, 역사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들과는 다르게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특징이라 해요. 그래서 ‘철학’이란 말은 어느 곳, 어느 학문에서도 붙을 수 있습니다. 정치철학, 경제철학 등등 온갖 곳에 붙을 수 있는 말이 바로 ‘철학’이지요.
강의를 듣다 보니 철학이라는 말이 우리와 동떨어진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일상에서도 사람들은 철학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어떤 물건이나 예술 작품(심지어 어떠한 가게를 방문할 때도)을 접할 때 그 물건이나 작품을 만든 사람이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더 관심을 갖고 좋아하지요. "이 옷을 만든 사람은 철학이 남달라", "나는 이 브랜드에 담긴 철학이 좋더라고"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철학이라는 말이 우리 일상과 멀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또한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보는 이름,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탈레스는 왜 철학의 아버지일까요?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보았다고 해요. 이는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처음 생각하기 시작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탈레스는 즉 어떠한 것의 근본, 세상의 진리를 찾으려 처음 시도한 사람이라는 것이죠. 원리를 찾고자 하는 이러한 사유는 옛날 옛적의 사람들이 늘상 하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놀랍네요)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봅니다. 왜 철학을 공부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철학을 공부하면서 상대주의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승연샘께서 철학을 공부하시는 이유를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고 해요.(유발 하라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같다고 해요^^) 그런데 철학이 어떻게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요? 실제로 보이는 것의 너머를 생각하고, 원리를 향해 가려는 습성과 습관이 곧 철학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러한 것들이 하나하나 늘어날 때 우리는 상대주의적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가령 어떠한 문제를 보는 시선은 각 철학자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a철학자의 시선으로도 문제를 보고, b철학자의 시선으로도 같은 문제를 본다고 했을 때 우리가 가진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문제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동시에 내가 당장 맞닥뜨린 ‘이 문제’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또한 철학의 특징은 어떤 대상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전제하지 않고 접근하며, 그것이 왜 있는지를 따져 묻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떤 존재나 대상 자체를 ‘따져 묻는’ 것은 철학만이 할 수 있어요. 우리 또한 철학을 우리 삶에 가져온다면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를 따져 물어보며 살 수 있고, 또 그만큼 자유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더욱 자유롭게 하고,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앎과 상식을 따져볼 수 있게 하는 철학을 어떻게 공부할지 궁금해지는 와중, 두 번째 강의를 들었어요. 우리가 겪는 삶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따져 물어 가며, 그 문제와 더불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동사적 의미로써 철학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승연샘은 동사적 의미로써의 철학과 더불어 담론적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여기서 담론은 철학이라는 것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눈 역사적 담론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떤 말을 했고 에피쿠로스가 언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아보려 철학사 책을 보는 순간 갑자기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역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철학사 책을 잠깐 펼쳤다 흥미를 잃고 말지요.
그러면 우리는 왜 수많은 사람들의 담론을 접해야 할까요? 우리의 시야는 좁고, 내 생각을 벗어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보통 저와 비슷한 조건과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비슷한 포털에 매일 들어가고, 비슷한 음식을 먹고 등등)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승연샘은 니체의 말을 빌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승연샘은 어떠한 거인의 어깨에 탈지 고민하는 것에 철학사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철학사는 단순한 역사의 나열만 되어있는 것이 아닌, 사유로 엎치락뒤치락했던 거인들의 역사를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다른 철학자들보다 더 나에게 끌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철학사 안에서 나에게 끌리는 철학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는 맘에 드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알아보는 것과 비슷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떠한 것의 역사’라는 말을 들으면 졸음이 몰려오는 저이지만, 호감이 가고 끌리는 철학자를 만날 수 있는 미팅 자리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철학사 책들에 대해 궁금해지더군요.
이 마음을 아셨는지, 승연샘께서 철학사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철학사 책을 볼 때 최소 두 종을 보는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완전히 객관적인 서술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소 객관적으로 쓰여진 철학사 책과 관점이 강하게 들어간 철학사 책을 짝지어보면 좋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한 철학을 공부하면서 피해 갈 수 없는, 원전 읽기에 대한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원전을 읽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원전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해당 텍스트가 놓여 있는 상황이나 조건을 잘 몰라서이며, 당대의 철학자가 설정한 문제가 내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유용한 것이 바로 해설서입니다. 원전 해설서들은 이러한 조건이나 상황을 볼 수 있기에 원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만약 원전이 잘 읽히는 경우는 연구서, 논문을 보면 된다고 합니다. 사실 저에게 이런 상황이 올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꾸준한 노력을 이길 것은 없겠지요!
그리고 세미나책 저자로서(?) 승연샘께서는 원전을 읽을 때 꼭 다른 사람과 함께 읽는 것을 강력 추천하셨답니다. 세미나를 통해 함께 읽은 텍스트에서 다른 사람이 뭐가 좋고 뭐가 좋지 않게 느꼈는지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미나는 말을 할 수 있는 장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이라는 것은 생각 이후 나오는 것 아닌, 이미 머릿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통해 내가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모르며 어디에서 헤매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면 뭐라도(?) 말을 꼭 해야하는 것이죠. 사실 세미나에서 말이 많지 않은 제가 더욱 말이 없어질 때는 책을 덜 읽고 가거나 준비가 덜 된 날인 것 같은데요, 세미나에서 말 한마디 더 해보기 위해서라도 책 한줄 한줄을 날리지 않도록, 최대한 꼼꼼히 읽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강의 마지막 즈음 승연샘의 말씀으로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승연샘은 자기 자신에게 철학을 왜 공부하는지 물어 보라 하셨는데요, 왜냐하면 그러한 질문은 그 자체로 철학적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또 묻는 것, 질문을 계속 생성해나가는 것이 곧 철학하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긴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문학 입문 강의의 다음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글_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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