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벗을 수는 없다!
사연왕 중년들의 단짠단짠+매운맛 인생스토리,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2011년, 그리고 2022년. 십 년 하고도 1년이 더 지났네요. 이 정도 시간이면 뭐 아시다시피(응?) 개정판 나오기 딱 좋을 때 아닙니까? 그래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 이어 또 준비해 보았습니다. 바로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이하 『누드 글쓰기』) 개정판을 말이죠. 제목에서 밝혔듯이 이번 『누드 글쓰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중년’들이신데요, ‘청춘’이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면 ‘중년’이라는 두 글자를 보시고는 가슴부터 퍽퍽 치고 보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년쯤 이르면 안 봐도 비디오인, 가슴 칠 만한 사연쯤은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더구나 비겁과다, 식상과다, 재성과다 등등이신 『누드 글쓰기』의 필자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사연왕(王)’들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누드 글쓰기』를 왕들의 귀환이라고 봅니다. 그럼 어떤 왕들이 오셨는지 보실까요?
마왕(馬王)
마력(馬力)이라고 기억나시나요? 과학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75kg의 물체를 1초에 1미터만큼 들어올리는 일률(power)”을 1마력이라고 하는데요. 말 한 마리의 순간적인 최고 일률은 약 15마력, 대충 ‘말 힘 엄청 세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사주에 오화(午火)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을지 상상이 되시죠? 그런데 사주에 오화가 3개나 있다면 어떨까요? 궁금하시다면, 『누드 글쓰기』를 펼쳐 이경아 선생님의 글(「비겁과다: 빛나고 싶은 경주마」)을 찾아보세요. 오화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이경아 선생님의 삶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경아 선생님은 태어나면서부터 트리플 오화, 곧 트리플 도화의 기운을 마구 발산하셨던 모양입니다. 지리산 자락 시골마을에 ‘예쁜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문에 근방의 사람들이 일부러 선생님을 보러 오셨을 정도라고 하고요, 중고등학생 시절 남학생들의 구애는 말해 뭐합니까. 거기다 키까지 크셨으니 도화 기운과 더불어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야 띄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나셨다고 할 수 있겠죠.
말이 세 마리라 또 빠르기는 얼마나 빠른지, 남들보다 학교를 2년이나 먼저 들어가시는 바람에 대학 신입생 때는 재수생 언니들보다 나이가 어렸다고 하시고요, 직장 생활을 하시면서는 여직원 중 가장 먼저(최초)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뿐 아니라, 아이 셋을 낳고 임신휴직에 들어간 첫 케이스였다고도 하시네요. 본의 아니게(?) 남들보다 먼저 뭔가를 이뤄 내셨다고나 할까요?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샌가 삼두마차에 함께 타서 달리고 있는 기분까지도 드는데요. 이 말들이 어떻게 진정(?)이 되었을까요? 후후후, 책에 다 나옵니다.
가왕(歌王)
“아픈 동안 노래도 많이 불렀다. 종일 누워서 지내던 몇 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가요, 동요, 가곡까지 장르 불문 다 따라 불렀다. 그러다 보면 소화도 잘 되고 시간도 잘 갔다. 발병 초기 통증이 가장 심했던 79년에서 80년대 초에는 조용필의 노래가 크게 유행했다. 그 노래들을 즐겨 불렀고 그 이후 조용필의 노래는 다 좋아하게 되었다.”(오창희, 「식상과다: 류머티즘, 나의 운명 나의 스승」,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137쪽)
이번 『누드 글쓰기』에서 최고의 장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 이 부분입니다. 글을 쓰신 오창희 선생님처럼 저 역시 무토(戊土) 일간에 식상이 발달한 사주라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걸 느꼈다고나 할까요? 갑작스레 발병한 류머티즘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대소변 처리마저 어머니에게 의지해야 하는 스물한 살의 (지금 제 눈으로는) ‘여자 아이’가 하루 종일 울거나 짜증을 부리거나 의기소침해하지 않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들을 따라 부르는 장면을 보면서 낙천성과 명랑함을 의미하기도 하는 식상의 소중함을 확인+확신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어떤 상황이라도 노래(즐거움)로 바꿔 버릴 수 있는 식상의 힘이 주는 감동! 물론 이 식상이 늘 아름답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으니…, 이 식상의 반전 스토리는 선생님의 글을 통해서 직접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잡왕(Job王)
「재성과다: 바보야,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니까!」를 쓰신 강보순 선생님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교대를 나와서 교사 빼고 다 해보신 분이라고나 할까요?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을목 일간에 (놀람 주의!) 지지를 다 토로 깔고 계십니다. 한마디로 재다신약. 하여, ‘재’(財)—커리어와 재물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손을 뻗습니다. 듣도 보도 못했던 각종 자격증들을 강보순 선생님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 뭡니까. ‘잡(job)의 세계’…는 책을 통해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지 토 풀세트(진술축미)를 갖추진 못하였으나(진술축) 대망의 을미년에 정미 대운까지 겹치면서 강보순 선생님에게는 글자 그대로 존재의 ‘지축’이 흔들리는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이건 정말이지 꼭 책으로 보셔야 합니다. 꼭 재성과다형이 아니더라도 재성에 대한 집착은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고, 강보순 선생님의 글은 그 함정에서의 ‘탈출기’이기도 하니까요.
불화왕(不和王)
“사람들은 묻는다. 가정도 챙겨 가면서 어떻게 나가서 공부를 하냐고. 나는 가정을 챙기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럼 사람들은 그 많은 가사일과 남편과의 관계가 우려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가정불화는 이미 있었고, 애들이 커 가면서는 다양한 불화와 긴장이 더해져서 집안이 조용할 틈이 없다고 답한다. 사람들은 그럼 어떻게 공부하냐고 한다. 그러면 나는 그 덕분에 공부한다고 한다. 가정이 스윗하지 않아서.^^”(김희진, 「관성과다: 얌전한 척, 착한 척, 척하는 인생 고군분투기」,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248쪽)
아이고, 배야! 이 부분에선 제가 어찌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 글을 쓰신 김희진 선생님은 관성과다, 그것도 편관의 여왕이신데요. 편관과다인에게는 (무관 사주인 제 심술도 조금 반영된,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없는 괴로움도 굳이 만들어서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도 피곤하게 하는 성향이 있는데요, 김희진 선생님 글에서도 그런 편관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건만 굳이 투사가 되어 가족(엄마)과 성당과 압제자와 맞서고, 결혼도 하시고(흠흠)…. 하지만 그 꽉 막힌 것만 같았던 관성의 기운을 인성으로 흐르게 한 멋진 반전, 공부! 제가 앞에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 웃었던 것은 이 반전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었답니다. 진짜입니다! 여러분도 꼭 확인해 보세요!
음…왕
마지막으로 「고생은 내 운명: 돌봄과 사주팔자」의 이희경 선생님은 음…(그러니까 이것은 감탄사 ‘음…’입니다), 왕이십니다. 그냥 ‘왕’ 하시라고 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진짜 ‘음왕’(陰王)이시기도 한 것이, 일간을 비롯한 사주팔자의 모든 글자가 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른바, 음팔(陰八) 사주! 음은 양에 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기운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그런지 일간이신 정화는 어떤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 그 자체이고요, 그 미미한 온기로 본인 건사는 물론 어머님을 돌보시고 공동체를 책임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모든 고생과 노동의 비밀을 당신의 사주팔자에서 찾아내셨으니, 여러분들도 책으로 확인해 보시고요. 한 가지만 더 귀띔해 드리자면 이희경 선생님은 ‘음왕’과 더불어 ‘충왕’(沖王)이시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또 선생님의 인생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도 꼭 살펴보시고요!
좌우간 이 다섯 분 [누드 글쓰기로] ‘벌거벗은’ 임금님들의 더 적나라한 이야기들은 책으로 보시고요, 이제는 여러분들이 ‘상처와 번뇌[라고 믿고 있던 것들]를’ 벗어 버리실 차례입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다음엔 반드시 그것을 삶의 지혜로 바꾸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커다란 역경을 겪어도 그것을 배움의 과정으로 변환하지 못하면 모든 것은 그저 산산이 흩어질 뿐이다. 아니면 평생 원망과 분노를 안고 살아가거나. 고난과 역경을 ‘삶의 기술’로 변주하기 위한 최고의 과정이 바로 이 ‘누드 글쓰기’다.”(고미숙, 「글쓰기의 존재론: 운명의 ‘지도-그리기’」,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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