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음양오행으로 설명했는데요, 음양이 물질적으로 발현된 형태를 오행 목, 화, 토, 금, 수로 보았습니다. 물질적으로 발현된 형태라는 말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먹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음양과 오행이 우리 생활 속 다섯 가지 맛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갖는 에너지(이것을 선천지정이라고 하지요)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숨을 쉬고, 움직이는 것은 끊임없이 정(精)을 소모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음식으로 이러한 정을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이것을 후천지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을 보충할 때, 내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과한 것은 피한다면 훨씬 몸이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우리의 몸은 음식을 통해 부족한 기운을 채우려는 자아조절 능력이 있습니다. 단 것이 막 땡길 때, 매운 것이 땡길 때, 술이 땡길 때(응?) 등등. 괜히 뭐가 먹고 싶은 게 아닙니다. 특정한 맛의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에 담겨 있는 기운이 몸에 흡수되면서, 작용되지요. 예를 들면 매운 맛은 오행 중 화(火, 불)를 뜻합니다. 우리 몸에서는 매운 맛이 금(金) 기운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은 오장 중 폐(肺)의 기운을 북돋는다고 합니다. 불과 금, 폐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기로 하죠!
목 - 신맛
신맛의 겉은 금(金)이다. 신맛의 외형은 금 기운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신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금 기운을 느낀다. ‘초 산(酸)’의 부수에 들어 있는 ‘닭 유(酉)’는 또한 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금은 수렴하는 작용을 한다. 신 음식을 먹으면 “어우, 셔!"하며 얼굴의 눈, 코, 입이 한군데로 오그라드는데, 이건 금 기운이 작용한 예이다. 신맛은 금의 수렴하는 작용을 통해서 금극목(金克木)의 작용을 한다. 그 결과 신맛은 오장 중 목(木)의 장부인 간(肝)에 작용한다.
─ 류시성, 손영달 지음, 『갑자서당』, 124쪽
간은 몸속의 독소를 해독해 피를 맑게 한 후 심장에 보내주는 역할을 하지요. 신 것을 많이 먹는 사람은 화를 잘 낸다는 말이 있는데, 간은 오행에 배속된 감정 중 ‘분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부가 신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아이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간의 활동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술 먹은 다음날도 신 음료가 끌리는데, 간이 해독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은 신 음식을 주의해서 먹어야 합니다. (목 기운이 토 기운을 극하기 때문, 토 기운에 연관된 장부는 비(脾)입니다.)
화 - 쓴맛
쓴맛의 겉은 수(水)이다. 몸살이 나서 열이 펄펄 날 때 입안에 쓴맛이 감돈다. 몸에 화기(火氣)가 치성하면서 화기와 연동되어 있는 쓴맛이 함께 살아나기 때문이다. 쓴 음식을 먹었을 때 입안에 알싸함이 감도는데 이 느낌은 쓴맛의 수 기운이 특유의 응축하는 작용을 한 결과이다. 쓴맛은 수극화(水克火)하여 오장 중 화(火)의 장부인 심장에 작용한다.
─ 류시성, 손영달 지음, 『갑자서당』, 125쪽
쓴 음식의 대표 주자로 커피를 들 수 있습니다. 커피는 열대지방에서 재배하고 불로 로스팅한 화기의 집약체인데요, 커피를 마시면 심장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집중력이 올라가게 됩니다. 저도 일을 하고 집중하려고 할 때 꼭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습니다. 제 활동 에너지의 팔 할은 ‘카페인’이라고 농담할 정도였지요. 이 설명을 듣고 제가 사랑하던 치맥(치킨+맥주)은 끊었지만 커피는 여전히 끊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폐의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은 쓴맛을 피하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화 기운이 금 기운을 극하기 때문, 금 기운에 연관된 장부는 폐입니다.)
감 - 단맛
단맛의 겉은 목(木)이다. 단맛은 입안을 감미롭게 한다. 단 것을 먹으면 사람들의 표정이 부드럽고 만족스러워지는 것은 목의 유한 성정이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맛은 어른보다 어린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어린이들에게서는 단맛을 느끼는 미각이 더 발달되어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단맛의 목기는 목극토(木克土)하여 토에 가서 작용한다.
─ 류시성, 손영달 지음, 『갑자서당』, 126쪽
예로부터 단맛은 다섯 가지 맛의 주인으로, 다른 맛을 중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맛은 비장에 작용한다고 합니다. 식전에 먹는 애피타이저는 주로 단맛이 나는 음식들인데, 이는 비의 소화작용을 돕기 위한 것이지요. 하지만 토 기운은 수 기운을 극하므로 단맛은 신장의 활동을 저하시키기도 합니다. 단맛이 신(腎) 기운을 억제하여 노폐물의 배출을 저지시키기 때문인데, 몸에 붓기가 잘 안빠진다는 분들! 평소에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신 - 매운맛
매운맛의 겉은 화(火)이다. 보통 매운 음식은 색이 붉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화끈한 열기 때문에 온몸에 땀이 뻘뻘 난다. 그래서 입을 벌리고 열기를 입 밖으로 내뿜는다. 이것은 매운맛의 화기가 몸에 작용하여 몸에 쌓인 기운을 발산하게 만든 예이다. 매운 맛은 화극금(火克金)하여 폐에 작용한다. 매운맛은 폐가 약한 사람에게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 쓰이는 약재는 맵고 더운 성질의 것들인데 이들은 쇠약해진 폐기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 류시성, 손영달 지음, 『갑자서당』, 127쪽
기운이 다운되고, 우울할 때 왠지 매운 것이 먹고 싶어집니다.(저는 그래요;;) 폐가 ‘슬픔’을 주관하는 장부이기 때문인데요, 매운 것을 먹으면 폐 기운이 강해져서 슬픔이 더 고조될 수도 있습니다.(응...?) 그래서 매운맛이 땡길 때 어떤 감정 상태에 머물러 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단, 금 기운은 목 기운을 극하기 때문에 간이 좋지 않은 분들은 매운맛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체로 간이 건강한 사람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함 - 짠맛
짠맛의 겉은 토(土)이다. 짠맛은 토 기운의 조화하는 성정으로 맛들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아무리 심란한 맛이 나는 음식이라도 소금간만 잘 맞추면 웬만큼 구제될 수 있다. 짠맛의 토기가 흐트러진 맛의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짠맛의 또 다른 중요한 작용은 경직된 것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것이다. 이를 연견(軟堅)작용이라 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토 기운이 작용한 것이다. 짠맛은 토극수(土克水)하여 신에 작용한다.
─ 류시성, 손영달 지음, 『갑자서당』, 128쪽
토 기운은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작용을 합니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나면 배추가 부드러워지는 것도 다 토 기운의 작용 때문입니다. 변비가 있는 사람이 소금물을 마시면 변이 부드러워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뭉친 곳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종양이 생겼을 때에는 망초(芒硝)라는 짠맛 계열의 약초가 쓰인다고 합니다.
이렇듯 몸(그리고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싶을 때에는 짠 음식을 권합니다. 생리통이 심한 여성분들에게는 ‘강화쑥’이 좋은데, 이 쑥은 염분을 잔뜩 머금고 있기 때문에 어혈을 풀어 주는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 짠 음식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신의 응축작용이 완화되어 심장·소장의 화기가 치성해질 수 있습니다. 고혈압 등의 심·소장 계통의 질병이 있으신 분들은 짠맛을 주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 다음주에는 오행과 색(色)에 관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또 만나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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