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입문 강의』 지은이 인터뷰
1. 선생님께서는 서문에서 『주역』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인생의 가이드북”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데요. 『주역』은 어떤 책인지, 왜 읽어야 하는지 좀 더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때’[時]가 계속 바뀌어 가는데, 『주역』은 그걸 64괘로 정리해 놓은 텍스트입니다. 『주역』의 본문에 해당하는 역경(易經)은 괘사와 효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4괘의 괘사는 각각의 괘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설명이구요. 여섯 개의 효사는 괘에 해당하는 상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가는 것이면서, 특정 상황에서 서로 다른 사회적인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 주지요. 똑같은 괘(상황) 안에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각자 입장에 따라 관점과 욕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상세하게 밝혀 놓은 것이 효사인 거죠.
어떤 사회, 어떤 국면 안에서 살아가든지 우리는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하고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괘사와 효사를 깊이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어떤 때에 해당하는지,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어떻게 얽혀서 작동하고 있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갖게 되는 생각과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주역』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상황의 변화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읽어 낼 수 있는 통찰력! 그 지혜에 접속할 수 있는 최고의 고전이기 때문입니다. 『주역』은 끝없이 변화하는 시절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를 알고 그 때에 맞는 최선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 줍니다.
잘못된 욕망을 쫓아 맹목적으로 내달릴 때 우리는 아까운 생명력을 낭비하며 재앙을 자초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욕망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게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될까요? 『주역』을 공부하면서 여러분도 각자 자신의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 이 책은 ‘이론편’과 ‘실전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주역』을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고 공부하면 좋을지 활용법을 말씀해 주세요.
한자와 한문을 읽을 수 있다면 쉽게 접근 가능한 다른 고전들과 달리 『주역』을 읽어 내려면 역(易)의 기본 개념과 풀이의 규칙을 익혀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건너뛴다면 『주역』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이지요.
이 책의 ‘이론편’에서는 『주역』의 기본 코드와 괘사와 효사를 읽어 내는 법을 살펴봅니다. 사실 『주역』의 기본 개념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음(陰)과 양(陽) 딱 두 가지니까요. 그 외에 복잡한 개념들은 모두 음양에서 파생된 것일 뿐이지요. ‘태극→음양→사상→팔괘’로 이어지는 역의 원리에 의해 『주역』의 기본 코드에 해당하는 8괘가 만들어집니다. 이걸 이해하는 것은 영문을 읽기 위해 알파벳을 익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역을 풀이하는 여러 규칙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주역의 경문(괘사와 효사)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기를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전편’에서는 <주역점 치는 법>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64괘>가 나옵니다. 대나무 산가지를 이용해서 시초점을 치는 법, 시간이 없을 때 동전점을 치고 해석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드리니 직접 따라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때’[時]의 변화를 읽어 내는 삶의 지도인 『주역』에서는 각 괘가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점사를 해석할 때는 물론이고 괘사와 효사의 의미를 음미하기 위해서도 상황과 조건에 해당하는 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기원전 1000년 무렵 문왕이 『주역』을 중천 건, 중지 곤, 수뢰 둔, 산수 몽 … 수화기제, 화수미제의 순서대로 배치하며 괘사를 지었고, 공자가 64괘가 순서대로 이어지는 이치를 「서괘전」(序卦傳)으로 밝혀 두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64괘’를 통해 중천 건괘부터 화수 미제괘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64괘가 각각 어떤 상황에 해당하는지와 각 괘마다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를 파악해 보시기 바랍니다.
3. 책의 ‘실전편’에서는 시초점과 동전점을 쳐서 점괘를 뽑고 그 점괘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계십니다. 『주역』에서 점을 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점을 치는 행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역점을 치는 것은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중대한 결단을 앞두고 의문이 생길 때, 간절한 마음으로 답을 구하는 과정입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나 마음을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점쳐서는 안 됩니다. 상황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거나 마음을 정할 수 없을 때 그 문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음양의 감응을 통해 변화의 징조와 흐름을 읽어 내는 방법인 거죠.
점괘를 뽑으면 우선 내가 어떤 시간대에 있는지가 확정되는 겁니다. 64괘 중 어떤 괘에 해당하는가가 정해지면 알 수 있게 있지요. 그리고 변효를 적용해 보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주역』의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점사는 ‘당신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한다면 길함(吉)·흉함(凶)·허물없음(无咎)·부끄러움(吝)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알려줄 뿐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 선택하고 감당해 나가야 합니다.
점사에서 ‘길함’과 ‘허물없음’을 만났다면 그 방향으로 움직여 나아가면 되지만 ‘흉함’과 ‘부끄러움’을 만났다면 무엇이 나의 눈을 가리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점괘가 어떻게 나오든지 상관없이 최종적인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니까요. 결국 나의 말과 행동이 나를 둘러싼 세계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점을 치는 것은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천지의 기운을 빌려 도움을 받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각자 당면한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점을 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 혜안을 기르기 위해서 ‘평상시에 괘상을 보고 괘사와 효사를 음미한다(居則 觀其象而玩其辭)’(「계사전」)를 실천하시면 됩니다. 괘사와 효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대가 어떤 때인지, 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어떻게 얽혀서 작동하고 있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갖게 되는 생각과 욕망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삶의 지도를 체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이 책은 입문자들을 위한 강의를 표방하고 있는데요. 입문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주역』을 더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요?
이 책으로 『주역』의 세계에 첫걸음을 떼셨다면 64괘의 괘사와 효사를 직접 읽어 보셔야 하겠지요. 그런데 『주역』의 지혜를 제대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괘사 효사는 물론이고 그것을 풀이한 단전과 상전을 포함한 10개의 해설서인 10익(翼, 계사 상・하, 단전 상・하, 상전 상・하, 문언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야 합니다. 특히 괘사와 효사에 나와 있는 말들은 생략이 많은 데다 3천 년 전 사람들이 사용하던 비유와 상징을 담은 표현이기 때문에 한문을 해석한 내용을 읽어 보아도 그 의미가 바로 와닿기 어렵습니다. 그 의미와 맥락을 짚어 내 줄 수 있는 선생님의 안내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적어도 한 번은 『주역』 강의를 들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인문학당 상우(尙友)>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주역』 강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모임이 어려워졌지만 줌(zoom)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주역』의 세계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상우의 강좌에 함께하셔도 좋고 여러분 주변에서 『주역』 강의를 찾아 들으셔도 좋습니다.
일단 강의를 통해 길 안내를 한 번 받으신 다음, 『주역』을 탐구하는 세미나를 열어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역(易)의 핵심은 변(變)하면 통(通)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관점과 생각이 변하면 삶의 행로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길을 떠나고 멀리 가려면 함께 길을 나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점과 생각을 바꾸기 위한 공부는 빨리 가는 게 아니라 먼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일입니다. 그러니 벗들과 함께 인생 텍스트 『주역』을 긴 호흡으로 탐독하면서 생각과 행동이 서서히 변(變)하고 화(化)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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