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지은이 인터뷰

『68혁명, 인간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은 68혁명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68혁명 이후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요. 여전히 68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68혁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68혁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을 때 저는 약간의 농담을 섞어 “68은 혁명의 <어벤저스>다”라고 대답하곤 하는데요. 그 설명은 사실 처음 68혁명을 접했을 때 제가 느낀 감상이기도 합니다. <어벤저스>는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여러 히어로들이 한 무대에서 좌충우돌 얽히는 영화죠. 마찬가지로 68에서도 수많은 역사의 거인들이 세계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조우하고, 또 평범했던 사람들이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에 휩싸여 혁명의 주인공으로 변모합니다. 그러한 구도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나 매혹적으로 다가왔어요.


한데, 좀더 68을 파고들다 보니 그것이 단순히 ‘이미 지나간 과거의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68에서 처음으로 촉발되었거나 68을 계기로 주류 담론에 들어선 어젠다들은 오늘 바로 여기,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격렬하게 다루어지는 것들인데요. 반세기 전의 혁명에서 오간 논쟁과 실천들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큰 영감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된다면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68이 남긴 다면적인 흔적은 기준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오늘날의 세계를 구성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때문에 68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지식을 축적하는 행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서 있는 이 세계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실천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68혁명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벌어진 순서대로 서술하는 대신, 주제별로 구성하여 보여 주고 계십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인간에 대한 질문, 베트남 전쟁과 미디어의 문제, 흑인민권운동과 소수자운동, 세대 갈등의 문제까지 다채로운 관점에서 68을 바라보고 계신데요. 이렇게 주제별로 이번 강의-책을 구성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매우 간단한 이유인데,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68혁명은 전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주제와 수많은 형태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운동이며 심지어 그 각각의 운동이 별개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며 교차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혁명을 주도한 학생 지도자들이 몇 주 뒤면 독일에 나타나 또 다른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거나 하는 일은 아주 흔하죠. 때문에 이 사건들을 단순히 시간상으로 배열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일뿐더러 보는 입장에서도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정한 사람 한 명을 찍어 그의 행보를 추적한다거나 아니면 특정한 주제를 선정해 그 주제를 둘러싼 흐름과 변화를 살펴보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제가 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68과 현대의 우리를 연결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 강의를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68로 다룰 수 있는 수많은 지점들 가운데 특히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지점들을 포착하기 위해 애썼고 그 주제들을 바탕으로 강의를 짜 나갔습니다. 저는 그래야만 반세기 전의 혁명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하면서도 유용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3. 선생님께서 68혁명을 통해 다루고 있는 미디어의 문제, 소수자 운동의 문제, 세대 갈등의 문제는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들로 보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68혁명의 무엇을 참조하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68혁명은 결코 완벽하고 이상적인 혁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다른 수많은 혁명들과 마찬가지로 68에는 새로운 변화를 향해 스스로를 던지는 과감한 용기와, 또 그들 각자가 갖고 있었던 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이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열기에 도취되어 저질러진 서투른 과오들이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세계의 변화 속에 표류했던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흔히 그것들을 명암이라 부르며 밝은 면은 본받고 어두운 면은 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만 사실 그게 쉬운 일이겠습니다. 현상 속에 그 양면은 절묘하게 뒤섞여 있기 마련이고, 모든 일이 끝나고 돌아보며 평가를 내리는 것과 시시각각 급변하는 맹렬한 흐름 속에서 나아가며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니까요.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나아갔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좀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그 꿈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실천하더라도 내가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바로 그때 68의 기억은 우리에게 영감과 힌트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68이 이뤄낸 성과와 실패를 참고해 지도와 나침반으로 삼되, 그들이 처했던 현실과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 유사할지언정 분명 다름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합니다. 68에서 오갔던 수많은 사상적 언어와 실천의 성패에 더불어, 무엇보다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 그게 68에서 우리가 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이 책은 ‘차명식의 역사 강의’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데요. 앞으로 어떤 강의와 책을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선은 68혁명 강의의 나머지 부분을 작업하게 될 것 같습니다. 68혁명 강의는 8회로 기획되었고 이번 책에 담긴 부분은 그 전반부인 4회에 해당하거든요. 이번 책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했지만 아직 68혁명에 대해서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남아서, 그것들을 갈무리해 일단락을 짓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솔직히 말씀드려 아직 잘 모르겠네요. 지금 제가 공부하고 있는 주제들이 있긴 한데, 역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라 아마 다음 강의와 책은 역사보다는 좀 더 당대적인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68혁명을 통해 살폈던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휴머니즘과 포스트 휴머니즘의 문제라거나, 현대의 미디어 이미지와 정동의 문제, 소수자 운동과 타자성의 문제와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중 어느 것이 되건 간에, 가능한 한 빨리 다음 작업으로 이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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