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자로를 두고 한 말이다. 노나라를 떠나 14년간 주유천하하면서 자기 뒷바라지 다 해줬는데 공자는 거침없이 말한다. 헌데 자로의 성격을 조금만 알면 공자의 이 말이 절대(!) 지나치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자로는 불같은 성격을 숨기지 못하고 늘 나서기를 좋아했다.『논어』에서 공자가 제자들을 향해 질문할 때면 어김없이 가장 먼저 대답하던 제자도 자로였다.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앞서서, 누구보다 급하게! 맞고 틀린 건 그에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좀 생각을 하고 나섰으면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게 하는 자로지만 절대 그러지 않는다. 일단 나서고 본다. 때론 정열을 넘어서 무모해 보일 정도로 저돌적이었던 자로. 늘 그 승질머리가 과해서 화를 입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자로. 실제로 자로는 위나라 내란에 휩싸여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싸움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 공자의 예언 적중!
자로는 딱 병화다.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충만한 양기의 열혈청년 같은 모습. 솔직하고 비밀도 없고 가식도 없어서 음흉한 사람들의 천적이 되기도 하는 성격. 화려함을 좋아하고 어디서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하는 기질까지. 하루는 공자가 전교일등 안회를 두고 칭찬한다. 그러자 자로가 옆에 있다가 자기도 뽐내고 칭찬받고 싶어서 공자에게 묻는다. [子路曰 “子行三軍 則誰與?” 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述而 10)
그러자 공자가 대답한다.
한마디로 막 나서는 인간하고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것. 자로의 火기운을 염두해 둔 것같은 발언. 불쌍한 자로. 이런 성격 탓에 병화들은 그야말로 실수연발이다. 병화사람은 밝고 환한 태양 같이 쾌활하고, 양중의 양이라 활동력도 강하고 자기를 다 태우고야 꺼지는 엄청난 에너지를 어디다 써야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디로 튈지 더 무서운 건 평소엔 이 기운을 숨기고 오히려 조용하게 지내다 일을 만나면 폭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잘만 쓰면 리더가 되거나 혁명가가 될 에너지를 품은 존재들이 병화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공자가 당대의 유명한 팜므파탈이었던 ‘남자南子’를 만나자 자로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스승이고 뭐고 없다. 커다란 수레 안에서 남자와 단 둘이 만난 공자를 엄청 의심한다. 또 공자가 두 번이나 반란세력에 가담하려고 하자 적극적으로 뜯어말린 일도 있었다. 덤벙덤벙 되기는 하지만 밝은 불처럼 사리판단이 정확하고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려는 병화를 여기서도 만날 수 있다. 문제는 태양처럼 만물을 기를만한 에너지를 어떻게 정미롭게 쓸 것인가다. 불같은 기질에 물러설 줄도 아는 힘을 자기 안에 키우는 것. 병화의 숙제다. 그러나 병화들은 이것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오로지 활활 타오르려고 한다. 위나라 정변 와중에 적군의 칼에 의해 갓끈이 끊어지자 “군자는 설사 죽더라도 관을 벗지 않느니라.”라고 외치며 갓끈을 다시 매고 죽었다는 일화는 그대로 병화의 삶이다. 죽음 앞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고 자기를 다 태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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