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우주적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게 되다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를 읽고

"글쓰기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감히 자신있게 말씀드리는 북드라망의 신간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를 한발 먼저 읽고 서평을 써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고미숙 선생님과 같은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고, 전혀 고미숙 샘을 모르는 분도 계시고요, 연령대도 2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 다양합니다! 한발 먼저 읽은 글쓰기 이야기, 오늘부터 6일간 이어집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게 되다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를 읽고


윤혜준(경희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



글쓰기 교수님을 통해서 고미숙 작가님의 서평을 쓰게 되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도대체 어떤 책이 배송 올지 기대에 부풀었다. 얼마 후 만나게 된 책의 이름에는 ‘글쓰기 특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마침 나는 글쓰기 관련 강좌를 2개나 수강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수님이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셨구나 했다. 그런데 그 옆에 쓰여 있는 글이 조금 특이하게 다가왔다. 글쓰기의 ‘거룩함과 통쾌함’은 또 무엇일까? 나에게 글쓰기는 내 생각을 정갈하게 정리하는 것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읽고 쓰는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거룩하고 통쾌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글의 첫머리를 따라 읽어 나갔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론을 다루는 장인데 글쓰기의 존재론을 다루고 있다. 2부는 실전 글쓰기를 다루는데 실제 교수님의 강연을 옮겨 적은 듯하다. 우선 이 목차의 구성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기존에 읽어 왔던 글쓰기 책들은 그저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글쓰기 책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이지만 글쓰기와 관련된 책은 많이 읽어 본 적이 없다. 글쓰기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하면 그 내용이 뻔-하게 상상되기 때문이다. 또 글을 쓰는데 왕도가 있나 싶어서 약간의 오기이자 반항으로 피했던 것도 사실이다. 억지로 읽게 되었던 글쓰기 책들이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어쨌거나 기술적인 부분을 알려주기는 하므로) 절대 사서 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고미숙 작가님은 계속해서 글쓰기의 ‘존재론’을 고민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삶 속에서 글쓰기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책을 읽을 때 인상 깊은 구절이나 더 공부해 보고 싶은 구절은 인덱스를 이용해 표시해 둔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정확히 19개의 인덱스가 꽂혀 있었다. 이 책에 많은 인덱스를 투자한 셈이다. 이 책을 쓴 고미숙 작가님은 엄청난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 지식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 양이 꽤 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고전을 접하게 되고 그 인물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예를 들자면 48~49쪽에 등장하는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에는 아리아인들의 ‘말’에 대한 태도가 나와 있다. 그것을 보고 있자면 내 몸에 달린 귀와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만 같다. 초등학교 때 공부했던 교과서의 이름이 “말하기, 듣기, 쓰기”였는데(줄여서 “말듣쓰”) 그때 공부했던 일이 얼마나 성스러운 사건이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고전과 거리가 먼 내가 먼저 고전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고미숙 작가님의 친절한 설명 덕분일 것이다. 인용구를 읽고 고미숙 작가님의 덧붙이는 글을 읽으면서 고전은 나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킬 수 있었다. 특히 자의식의 비만에 대한 작가님의 통찰이 인상 깊었다.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이 자의식 과잉에 미치는 영향을 딱 집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통쾌함이란! 간지러웠던 부분을 긁어 주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읽는다는 것의 성스러움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글쓰기를 이야기한 고전들을 소개하는 책으로서 소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전적인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글의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계절의 원리를 빌려온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고미숙 작가님이기에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 겉핥기만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자연을 글쓰기에 적용하는 그녀만의 방식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기승전결을 계절로써 이해하게 된다면 더욱더 생생한, 살아있는 글을 완성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피어 오른다. 그리고 고미숙 작가님은 일상의 모든 것을 활용해 글을 쓰라고 이야기한다.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죠. 또 세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그게 안되면 글이 제대로 나오기 어려워요. 자신 안에서, 자의식의 굴레 안에서 맴돌기 십상입니다.” 내 글쓰기의 문제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글을 ‘나의’ 창작행위로 이해했던 나에게 네트워크로서의 글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일인지를 생각했다.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들,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것. 그리고 내 안에서만 맴돌고 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글쓰기 강의는 단순히 기술적인 팁(tip)이 아니다. 글쓰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그래서 그 본질에 가까운 것들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우주의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또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일상적인지, 얼마나 성스러운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공부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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