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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별자리 여행

조화와 중재의 별자리, 천칭자리

by 북드라망 2019. 2. 11.

조화와 중재의 별자리, 천칭자리


(9.23-10.23)

(9.23-10.23)



3월 21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았다가 점점 낮이 길어지는 춘분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6개의 별자리를 여행했습니다. 자신을 강력하게 드러내며 탄생한 양자리, 물질을 확보하면서 자신을 확장시키는 황소자리,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쌍둥이자리, 깊은 내면을 안정시키고 터전을 마련하는 게자리,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창작하는 사자자리, 조직과 더불어 자신을 성장시키는 처녀자리까지 6개의 개인적인 별자리를 통과해 왔습니다.


이제 다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부터 시작해서 밤이 길어지는 가을, 겨울 음기 에너지를 가진 사회적 별자리 6개를 지나가게 됩니다. 개인적 별자리에서는 내가 중심이지만, 사회적 별자리에서는 나와 남이 늘 함께 있습니다. 타인과 분리된 나는 없습니다. 인생의 나이 42세부터 49세에 해당하는 천칭자리가 바로 그 시작입니다. 



저울의 수수께끼 : 조화와 균형


추분(양력 9월 23일 무렵)부터,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를 지나 상강(양력 10월 23일 무렵) 전 날까지 태어난 사람들이 천칭자리입니다. 기호 Libra.svg는 지는 해, 또는 저울을 상징합니다.


이 시기엔 추수가 시작되고 봄, 여름의 성과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풍요의 시간이고, 노력한 만큼 거두어들이는 정직한 결과의 시간입니다. 옛날엔 가을에 모든 처형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풍요로울 때 죄의 경중을 따졌지요. 이처럼 풍요와 냉정함이 함께 있는 계절, 천칭자리는 이 계절을 닮아 부드럽고 동시에 냉철합니다.


처녀자리에서 자신과 타인의 성장을 위해 날카롭게 비판하던 기운은 이제 천칭자리에서 부드러운 사교의 기운으로 변화합니다. 우주는 늘 이렇게 하나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다른 기운으로 변화합니다. 


천칭자리는 예의바르고 친절하며 타인에 대해 늘 고려합니다. 1:1 관계에 가장 능통한 별자리이고, 이견이 있을 땐 토론을 통해 합리적 타협점을 찾아가고, 공정하려고 애씁니다.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엔 저울의 균형을 잡고 조화를 이루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울은 균형을 잡을 때보다는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기울며 중심을 잡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천칭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동안 날을 새고 일하다가 며칠은 내리 잠만 잡니다. 한없이 부지런하고 부드러웠다가, 한없이 게으르고 까칠해집니다. 정말 헷갈리게 하지요. 무척 상반된 모습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그것이 천칭자리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데, 그때 천칭자리의 모습은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천칭자리는 어떤 상황이 만장일치로 가려고 하면 갑자기 반대쪽 입장에 서서 토론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천칭자리의 논리성에 의아함이 생깁니다. 하지만 천칭자리는 공정함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논쟁을 이끌고 갑니다. 아마도 이들의 이런 기질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직업이 판사일 것입니다. 끝까지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또한 이들은 타고난 중재자입니다. 양쪽의 입장을 차분하게 잘 듣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양쪽과 대화하고 설득해갑니다. 그래서 불화의 자리에서 분쟁을 해결하고 합의를 도출해냅니다. 


그렇다면 천칭이 추구하는 그 공정한 조화란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저울은 균형을 잡아가는 걸까요?

 


중용 : 치우치지 않고 진실한 마음을 다하다.


동양에는 ‘중용(中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용은, 양극단이 아닌 중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절반, 하프라인에서의 타협도 아닙니다. 북송의 도학자 정이는 ‘치우치지 않는 것을 중(中)이라 하고, 변치 않는 것을 용(庸)’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용이란 치우치지 않고, 사리사욕 없고 거짓 없이 진실한 마음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어떤 고정불변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그때그때 때에 맞는 최선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용이 바로 천칭자리가 조화와 균형을 잡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용과 더불어 천칭자리의 또 다른 중요한 정신은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이들은 늘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타인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은 다르게 보이지요. 천칭자리 정치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악의 참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저 깊은 심연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다른 존재와의 이러한 긴밀한 관계성을 알게 되면 조심스러움이 생기고 함부로 하지 않게 됩니다. 나의 진심을 말함과 동시에 타인의 진심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리고 타인의 진심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진심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의 진심을 잘 듣는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유한다는 것이고, 심사숙고하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신과의 대화 능력이 곧 타인과의 대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평화를 사랑하다.


천칭자리는 10월의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닮아 미의식이 발달한 별자리입니다. 그리고 가을의 풍성한 감성의 기운을 받아 사랑과 연애에 대한 욕망이 큽니다. 그래서 늘 조화롭고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짝을 찾습니다. 운동도 테니스나 탁구처럼 짝을 지어 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천칭자리는 극단적인 감정적 상황을 경계하고 극단적인 견해를 피합니다. 맹목, 편견, 부당한 비난을 싫어합니다. 감정을 다룰 때도 철학적으로 사유를 합니다. 


늘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라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신장 건강이 중요합니다. 신장은 우리 몸의 ‘물’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신장이 약하면 얼굴에 열이 나고, 탈모, 뼈와 눈 건강을 해치는 등 몸의 전체적인 균형이 깨집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생활습관을 줄이고, 적당한 휴식과 운동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또한 상대와 상황에 대한 천칭자리의 지나친 고려는 때론 결정 장애와 우유부단함이 될 수 있습니다. ‘유보한다’는 이들의 말버릇은 지연의 에너지를 잘 보여주지요. 천칭자리와 연애를 할 때는 먼저 프러포즈를 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칭자리가 한 번 어렵게 결정을 내리면 고집이 엄청 셉니다. 자신이 힘들게 결정한 의견에 대해서 타인이 동의해 주길 바라며 비판은 힘들어 합니다. 


천칭자리는 12별자리 중 가장 우아한 별자리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아함이란, 늘 타인을 고려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부드럽고 공정한 몸짓일 것입니다. 


비폭력저항을 했던 마하트마 간디,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니체, 푸코, 루쉰, 그리고 음악적 예술성과 반전평화, 평등의 사회적인 메시지를 함께 노래한 존 레논은 천칭자리입니다. 

 

작년부터 남북 관계에 커다란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복잡한 국제 정세와 남북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상호 이익을 위한 무수한 대화와 협상, 약속과 실천의 노력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보며 천칭자리의 중용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긴 여정이겠지만 이 길이 행복한 공존과 평화의 길이길 바랍니다.


★ 그림 박희진. 별들 사이로 난 길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면서요.

★ 글 김재의. 친구들과 함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여정을 글과 영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재의 선생님의 글은 '인문여행네트워크 여유당'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에 관심 있으신 분, 김재의 선생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유당에 들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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