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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별자리 여행

봉사와 완벽의 별자리, 처녀자리

by 북드라망 2019. 1. 28.

봉사와 완벽의 별자리, 처녀자리



(8.23-9.23)



지난여름 지독히도 맹렬했던 더위는, 더위를 물리친다는 ‘처서’(양력 8월 23일 무렵)에 태풍과 함께 모습을 바꿔갔습니다. 바람이 분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의미지요. 그런데 작년엔 극심한 더위와 거대한 바람이 만나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자연은 결코 어질지 않다(自然不仁)는 옛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자자리를 통과하는 동안 우주만물은 마음껏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당한 양기가 극에 달하자 이제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일어납니다. 내가 창조한 것들이 충분히 괜찮은 것일까? 내가 과연 그토록 대단한 존재일까? 겸허한 태도로 자신을 돌아보는 음기, 처녀자리가 시작됩니다.



질서와 완벽함


‘처서’에서 시작하여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양력 9월 8일 무렵)를 지나 ‘추분’(양력 9월 23일 무렵) 전날까지 태어난 사람들이 처녀자리입니다. 이 시기에 농부들은 가을의 수확을 위해 마지막 온 힘을 다합니다. 그리고 좋은 열매에 양분을 몰아주기 위해 덜 여물거나 썩은 열매들을 과감하게 잘라냅니다. 단호하고 매서운 숙살지기(肅殺之氣)의 시간, 수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과 집중의 시간입니다. 


이 계절의 기운을 닮은 처녀자리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기호 를 가지고 있고, 흙 별자리의 현실적이고 성실한 성향과 분류, 분석, 통합하는 논리와 사유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성과 논리성으로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 꼼꼼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정확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처녀자리들은 반드시 약속을 지킵니다. 그리고 파트너와 함께 일하면서 조직에 헌신합니다. 그래서 조직의 생명보험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이들은 12별자리 중 가장 꼼꼼한 별자리입니다. 디테일의 끝판왕으로, 쌀알에 글씨를 새길 수 있고 현미경 같은 섬세함과 정교함으로 세계를 확장시키지요. 하지만 때론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놓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처녀자리는 깔끔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모든 물건들을 제자리에 잘 정리정돈하고, 청소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잘 하고, 목욕도 자주합니다. 


이들은 자신, 타인, 조직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고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늘 문제점을 발견하고 비판적입니다. 완벽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긴장하고 날을 새웁니다. 그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지나치면 타인에 대해 지적질을 하게 되는데요,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여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심한 자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완벽이란 무엇일까요? 처녀자리에게는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파트 공사를 할 때 철근의 두께를 규격대로 완벽하게 제작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완벽함입니다. 처녀자리 기술자들은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삶은 우연과 변수에 의해 늘 유동적이어서 완벽함을 추구해도 부족함이 생기고, 실수가 잦기 마련입니다. 그때, 그 모자람, 울퉁불퉁함, 허술함, 이상함 등을 가장 냉정하고 디테일하게 사실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처녀자리입니다. 만약 그 순간, 어쩌면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 온전한 존재가 아닐까 하고 질문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처녀자리의 탁월한 예리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비를 가리고 모순을 밝히다.


처녀자리의 대표적인 특징은 분별력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종종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가려서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의 기준은 대부분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여부예요. 그리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람이에요. 둘째, 내 생각에 따라주는 사람이에요.’라고 법륜 스님은 말합니다. 즉 좋다, 나쁘다는 내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기준이 바뀌면 좋음과 나쁨이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진정한 분별이란 무엇이 기준이 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지요. 다만 자기 기준으로 분별을 한다는 것은 자기만 옳다는 독단에 빠지기 쉽다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처녀자리의 분석 분류 능력은 결국 통합을 지향합니다. 정교하게 계속해서 쪼개고 들어가면 결국은 ‘무(無)’에 이르고 그것은 혼돈이고 끝이며 동시에 시작입니다. 연결됨이고 통합입니다. 


처녀자리들은 연구와 탐구에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모순들을 파악해내고 비판합니다. 비판, 그것은 적대적인 태도이며 거친 부딪힘이지요. 하지만 사욕 없이 위험도 무릅쓰고 아첨이 아닌 진실한 의견을 말할 때 비판은 빛을 발합니다. 이러한 용기 있는 비판은 처녀자리의 정직함, 깐깐함, 객관성과 함께 진실을 이야기 하지요. 아프지만 부싯돌처럼 맞부딪혀 불꽃을 피웁니다. 



봉사, 타인과 나의 고통을 일치시키다.


처녀자리는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의 많은 행동들이 이 심리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들에게 봉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마더 테레사는 모든 이에게 거절당한 채 고통 속에 버려진 캘커타 거리의 가난한 이들의 상황이 자신의 영성 생활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참하고 외롭고 다른 사람들에게 거절당한 그녀의 사람들과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하게 되었다.’고 브라이언 콜로디척 신부는 말합니다. 


마더 테레사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 결핍감이 자신의 그것과 같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합니다. 수녀님은 자신이 약자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과 동행 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수녀님의 행동에서 우리는 봉사란 무엇인가를 배웁니다. 마더 테레사는 처녀자리입니다. 


처녀자리의 개인의 성장을 위한 성찰과 비판 정신은 개인의 환경이자 네트워크인 조직과 사회에 대한 성찰과 비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것이 처녀자리가 사회비판적이고, 사회활동가가 많은 이유입니다. 


병원 응급실처럼 위급한 곳에서 처녀자리 간호사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일 것입니다. 그들의 철저함과 봉사 정신은 이곳에서 가장 잘 발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사, 간호사, 약사는 모두 처녀자리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입니다. 


처녀자리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고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큰 병은 잘 걸리지 않지만 세세한 것에 대한 과민함과 신경증, 완벽추구로 인한 걱정, 긴장 때문에 잔병치레가 많습니다. 특히 소장, 대장에서 소화와 배설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고 변비, 과민성 대장염을 앓기도 하고, 긴장으로 인한 복통, 걱정으로 꽉 막힌 감정에서 오는 심신성 질병이 많습니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기준을 낮추는 여유가 건강에 좋습니다.


엄청난 노력으로 완벽한 기술과 연기를 펼쳤던 김연아 선수,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고 사회비판적인 봉준호 감독, 이들은 모두 처녀자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인물들입니다. 


날카로운 비판정신은 개인과 사회를 깨어있게 합니다. 삶이 흐트러지고 흔들릴 때, 잠시 처녀자리의 차가운 사유 에너지와 함께 스스로를 성찰해 보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처녀자리가 우리에게 주는 용기이고 지혜입니다. 그 힘으로 우리는 혼돈 속에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그림 박희진. 별들 사이로 난 길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면서요.

★ 글 김재의. 친구들과 함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여정을 글과 영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재의 선생님의 글은 '인문여행네트워크 여유당'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에 관심 있으신 분, 김재의 선생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유당에 들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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