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다보면 드는 생각들
어떻게 해야 공부로 길을 낼 수 있을까요?
질문 : 제가 수요대중지성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5년이 지났습니다. 공부는 매 순간 재밌지만 선생님들이 "어떤 공부가 너한테 맞니?"라고 물으시면 딱히 대답할 게 없습니다. 선생님들 말씀은 한쪽으로 공부를 해야 밥이 되는 공부가 되고, 세미나나 프로그램 없이도 스스로 하는 공부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 같은데 저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공부를 수동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정화스님 : 최소한 8천 시간은 해야 합니다. 8천 시간 되려면 멀었어요. 하고 싶은 거 하시다가 꽂히는 그 분야를 하면 좋죠.
저는 제가 공부하는 시간 중에 매일 몇 십분은 항상 과학서적을 읽습니다. 자기가 읽는 책의 몇 십 퍼센트는 항상 과학 서적을 읽어야 해요. 인문학 서적은 인간의 삶과 융합을 했을 때 배경이 그 당시의 과학이에요. 근데 그 과학에 틀린 것이 많죠. 삶으로서 훌륭한 것과 사실과 연계된 것으로 훌륭한 것은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과학 책을 최소한 20% 이상은 읽어야합니다. 현대에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책을 읽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니체가 말하는 우상 숭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이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인문학적으로 통합이 되고 자기 안에서 사유의 길이 생기면 그 때 자기의 색깔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같은 걸 보고 있으면서도 다르게 되는 거예요. 과학적 사실과 융합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해요.
무언가 맡아서 하게 될 때 느끼는 부담감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질문 : 저도 여기서 공부한지 4년이 되어 가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맡아서 하게 되는 것들이 생겼죠. 그런데 뭘 할 때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답 : 마음수련이란 곳이 있어요.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퍼졌답니다. 새로운 교단을 만든 사람들은 예를 들어 10년 하는데 5년 정도 공부한 사람들이 그 교단에서 일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배운 것과 일을 행하는 것은 많이 달라요. 어떤 단체가 확장된다는 말은 중간단계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맡아서 그 일을 많이 하는 거예요. 완성 돼서 맡는 것이 아니고, 일을 통해서 자기 나름대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4-5년이 되면 주어진 대로 그냥 하는 거예요. 그 교단을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교단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몇 개의 교단만 성공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커피집만 봐도 그렇게 많은데 2, 3년 만에 둘 중에 하나는 문 닫고 사라져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했는데 엎어지는 거예요. 또 했는데 엎어지는 거예요. 계속. 그렇게 한 10번 즈음 엎어지다 보면 안 엎어지는 방법이 설정이 돼요. 엎어지는 것 자체는 거의 필연으로 오는 거예요. 이런 인문학 공동체도 집세를 못 내서 그만두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이 안에서 자기가 아무 것도 안한 것 같고 주변 사람들도 이게 뭐야, 라고 해도 여러 번 시도하고 할 때 그 다음부터 설 수가 있어요. 어떻게 인연이 잘 맞아 1, 2번에 잘 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 꼬부라져요. 이때 이 준비를 8000 시간 했느냐 10000시간 했느냐에 따라 꼬부라지는 횟수를 줄이는 거예요.
여기의 모토가 ‘실패는 없다’ 잖아요. 경험만 있을 뿐이지. 여기서는 경험을 나누면서 그걸 해가는 것이지. 강좌를 열었는데 사람이 하나도 안 왔다. 그럼 실패한 게 아니라 아무도 안 오는 경험을 얻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되요. 『아무도 기획하지 않을 자유』를 읽어 보면 그렇게 나오잖아요. 실패한 강좌는 없다. 자기 인생에 실패한 인생은 없어요. 아무도. 성과의 인생을 설정했을 때 실패가 되는 거예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습니다.
공부하다보면 자꾸 나를 억제하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공부를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질문 : 저는 평소에도 저를 억제를 잘 하는 편인데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좋아지면서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겨요. 그리고 어느 순간 일상을 챙기고 균형을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잠을 줄인다거나 다른 할 일을 줄인다거나 다른 할 일을 줄인 다던가 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이나 활동하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 것에도 마음을 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수다도 억제하고. 나름대로 호흡을 챙겨가면서 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하고는 있는데 왜 자꾸 못 챙기게 되는 걸까? 하며 번뇌에 빠지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정화스님 : 다른 것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잠을 억제하는 것만 잘못이에요. 잠은 잘 자야 돼요. 왜냐하면 낮의 경험은 밤에 자면서 신체가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머리는 24시간 계속 풀 가동돼요. 잠자는 시간은 오늘 경험한 것들을 자기가 살아온 역사에 맞춰서 낄 때, 뺄 때 다 정리를 해요. 이렇게 있으면 정보가 들어와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단기기억인 해마에 심어집니다. 지금도 심어지고 있어요. 저녁에 잠을 잘 때, 이 장면이 필요 없으면 빼버려요. 이시간이 최소한 7시간 전후가 필요해요. 젊어서 몸이 잘 돌아가니까 6시간 정도는 자야해요. 잠을 줄이고 하는 공부는 공부하는 행위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고 신체가 하는 작용으로 봤을 때는 비효율 적이에요. 그래서 잠을 아무리 못자도 6시간 정도는 자야해요.
다만 특별한 훈련을 해가지고 4시간을 자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두 번째는 잠을 자면서도 자각몽을 꿀 수 있을 정도로 신체를 각성시키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은 다른 신체는 다 잠자는 것과 똑같은데, 자각하는 뇌의 한 부위만 깨어나요. 에너지 소비가 쪼그만 해져요. 그런 사람은 24시간 깨어있어도 괜찮아요. 이런 특별한 기술이 없는 한, 신체가 8시간 자는 것을 원해요. 그 이유는 8시간 쉬는 것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 그날의 경험들을 자기가 살아온 역사에 비춰서 정리를 해야 돼요. 수납을 해야 돼요.
그래서 잠자는 것을 빼고 다른 것을 억제하는 것은 관계없어요. 특히 인류의 ‘자유’라고 하는 말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으로서의 자유가 별로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억제’하는 자유가 커요. 내가 지금 억제하는 것은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인류가 발명한 자유의 실현방법이에요. 잠자는 것을 빼놓고는 괜찮아요. 이야기 하고 싶기는 하지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잠은 줄이면 안돼요. 다른 일들을 밀쳐놓는 것은 괜찮은데 잠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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