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과 배려의 별자리, 게자리
(6.21-7.22)
하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이 절기엔 뜨거운 태양의 열기 때문인지 감추는 것이 힘이 듭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감정은 통제력을 잃고 훅 튀어나오지요. 그래서 이때엔 오히려 느긋함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꼭 해야 할 일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고, 되도록 일을 너무 많이 벌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욕심을 줄이고 멍 때리고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입니다. 날씨가 덥고 기운이 뻗쳐나갈수록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자연의 기운에 상응하는 인간의 지혜일 것입니다.
‘하지’(양력 6월 21일 무렵)를 지나면 ‘소서’(양력 7월 7일 무렵)가 찾아옵니다. 소서엔 삼복더위와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가 자랄 여건을 만들지요. 즉 양육의 토양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그 토양에서 모는 쑥쑥 자랍니다. 이렇게 하지의 자기 낮춤과 소서의 양육의 에너지를 가진 별자리가 우주의 네 번째 별자리, 게자리입니다.
감정을 중요시 여기는 양육자
여성의 유방을 상징하는 기호 를 가지고 있고, 21세에서 28세의 에너지로 이제 성인이 되어 스스로 자기 토대를 만들어 가는 기운이 게자리입니다.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게처럼 게자리의 감정은 스펙트럼이 넓고, 밤하늘의 달처럼 그 모양을 자주 바꿉니다. 게자리는 감정과 정서에 예민한 별자리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귀신처럼 빠르게 느끼고, 쉽게 물듭니다. 기쁨과 슬픔, 비관과 우울, 단호함과 강인함 등 다양한 감정들을 순식간에 오갑니다. 이런 게자리의 감정변화 속에서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묻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 모든 감정이 그 순간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느낌과 감정으로 삶을 대하는 게자리는 게의 속살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면 게의 딱딱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감추고 침묵합니다. 그것이 게자리가 상처받은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에게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화가 나더라도 오래 가지 않습니다. 감정 변화가 잦기 때문에 또 다른 감정으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만약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감정에 휘둘리면 과민함과 신경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게자리는 섬세함과 예민함으로 말을 못하는 갓난아이와도 소통할 수 있는 뛰어난 양육자입니다. 아이도, 식물도, 동물도 게자리의 손이 닿으면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래서 게자리를 어머니의 별자리라고 합니다.
또한 양육을 하기 위해 현실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돈의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정 관리와 저축에 있어서는 12별자리 중 가장 뛰어납니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연민이 강하여 그들을 돕는 일에도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들입니다.
게자리의 집에 가보면 아마도 거실 벽에 커다란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자리는 가정과 집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데, 불안과 우울함을 쉽게 느끼는 성향 때문에 이들에게 집은 안전한 귀의처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유대는 특별합니다.
받아들임과 배려의 삶
게자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돌봄을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성적 소통보다는 감정적 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타인을 잘 받아들이고, 자신을 바꾸어 타인에게 잘 맞출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감정적 친밀함을 원합니다.
그렇다면 친밀함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불완전함도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7세기 선사인 승찬 스님은 참된 자유란 ‘불완전함에 대해 근심이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불완전함도 받아들입니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형성됩니다. 이것이 게자리의 친밀함이고 사랑입니다.
게자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낌으로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졌기에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서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압니다. 배려. 게자리의 중요한 특징이자 화두입니다. 게자리는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별자리입니다. 하지만 ‘자기배려’가 없이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을 돌보고, 자기 자신에게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을 변형하는 자기배려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야 타인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하듯 배려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 베풂을 배려라고 착각하여 타인을 의존적으로 만들고, 자신은 감사받지 못한 배려에 우울해할 수 있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게자리는 자식이 어렸을 때는 조건 없는 사랑을, 자식이 성년이 되었을 때는 과감하게 떠나보냄으로써 자식의 독립을 소망하는 단단한 모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마음이 지나치면 헬리콥터 맘이 되어 자식을 돌보면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렇게 성년이 되어서도 독립하지 못한 자식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오히려 부모에 대한 원망을 품게 될 수 있지요. 마치 게가 소중한 것을 집게발로 꽉 잡듯이 게자리가 집착에 빠지면 잘 놓지 못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것이 게자리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입니다.
현실적이고 영적인 보호자
게자리는 물의 별자리여서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불안과 맞물리면 망상이 뜨면서 괜한 걱정에 휩싸입니다. 그래서 작은 것도 크게 느끼게 되지요. 게자리는 자신의 내적 안정감이 무너지면 자기연민, 자기 방어가 심해집니다. 따라서 모든 것은 변화하고 순환한다는 우주의 이치를 기억하고, 오히려 자신의 변화무쌍함을 무기삼아 현재의 감정들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서적인 과민함과 걱정은 게자리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위와 유방 건강이 약한데, 부정적인 사고를 버리고 가볍게 생각하는 생활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내성적이고 조심성 많고 수줍은 성격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데, 때때로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게자리의 타고난 예민함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버림받은 영혼을 돌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매의 별자리라고도 하지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에 가서 생명수를 구해오는 바리데기(바리공주) 신화는 게자리의 영성을 잘 보여줍니다.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영적인 능력을 가진 게자리, 이들은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키우는 진정한 보호자입니다.
작품으로 인류의 영혼을 돌본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네루다는 모두 게자리 작가들입니다. 그리고 자비심과 자애로움으로 지구인들의 영혼을 돌보는 달라이 라마, 남아공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차마 볼 수 없어서 흑인 인권 운동에 평생을 바친 넬슨 만델라는 모두 게자리의 따듯한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살아가다보면 우리 모두 게자리의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합니다. 오늘 하루도 여러 감정들이 우리를 스치고 스미며 지나갑니다. 이런 감정들을 겪어낼 때, 잠시 이슬람 시인 ‘루미’의 시구를 떠올리며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인간의 삶은 여인숙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여행자가 온다.
기쁨, 슬픔, 비열함 등
매 순간의 경험은
예기치 못한 방문자의 모습이다.
(……)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감사하라.
이들은 모두
영원으로부터 온 안내자들이다.
★ 그림 박희진. 별들 사이로 난 길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면서요.
★ 글 김재의. 친구들과 함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여정을 글과 영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재의 선생님의 글은 '인문여행네트워크 여유당'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에 관심 있으신 분, 김재의 선생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유당에 들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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