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마케팅팀 만수
밥 세 끼 먹기, 잠 충분히 자기, 운동하기, 스트레스 받지 않기. 이것은 굳이 의역학을 끌어오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강상식이다. 이 간단한 것을 못하기 때문에 병이 난다. 어쩌면 삶은 이렇게 간단한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천지만물이 돌아가는 이치란 결국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아닐까. 말은 쉬운데 실천하려면 이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세상은 사람을 단순하게 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은 삶에 치이지 않는다. 천지는 계속 변하고, 자신마저도 계속 변하는 와중에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내 삶과 몸을 조용히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 과연 몸을 혹사시킬 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스스로에게 소홀하게 만들었는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끈질기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김해완, 『다른 십대의 탄생』, 그린비, 2011, 56~57쪽
얼마 전, 덜컥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일 년 넘도록 감기에 걸리지 않아 건강을 과신하고 있던 시점이었죠. 몸에서 자꾸 열이 나고, 힘이 빠졌습니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니 할 수 있는 일도 현저히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니터를 보며 의자에 앉아 있을 때마다, 따뜻한 방에 누워 한숨 자고 싶다는 욕망과 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약도 없다는 감기. 걸리면 정말 무기력해진다.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약을 먹기보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푹 쉬는 게 좋다고 한다. 몸이 아플 땐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 신호로 생각하자!
이성은 몸보다 둔합니다. 머리로만 판단할 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내야 할 것 같지만, 그것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몸이 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끼니를 거르고, 밥 대신 빵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도 불규칙적이고…. 감기에 걸리기 전까지 저는 몸을 꽤 혹사시켰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조금 피곤하지만 금방 괜찮아지겠지'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충만했지요.
며칠 전에는 점심을 거른 채 휴게실에 누워 골골거리는 저를 보던 정군이 "만수 씨, 제발 집에 좀 가세요"라며 강제로(?) 칼퇴근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마무리를 다 못한 일이 생각나서 좀 찜찜했지요. 그러고 보니 그즈음 제 머릿 속에는 온통 일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일에 대한 압박감에 사로잡혀 무작정 끌려가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해야 할 것들을 계속 쌓아둔 채 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했던 셈이죠.
저는 제가 일복(!)이 많은 줄 알았는데, 그 일복은 '이건 내 일이니까' 하고 선을 긋고, 자꾸 제 앞에 일을 끌어다 모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조언을 구하지 않고 끙끙댔지요. 돌이켜 보니 참 부질없네요. 결국 싸매고 있던 그 일은 저 혼자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판단을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일을 넘기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능동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런 것들까지 다 고려할 때를 뜻하는 거겠죠. 경주마처럼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들을 넘는 데 급급해, 그 장애물을 왜 넘어야 하는지, 어떻게 잘 넘을 수 있는지를 더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몸이 '넌 지금 오버하고 있다'며 저에게 경고를 한 것 같습니다. 잠시 멈춰 서니 동료들이 보이고, 동료들은 제가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지고 있던 짐은 그냥 제 욕심이었을 따름이죠.
자신의 생활을 관찰할 필요는 바로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물론 일이 항상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하지만, 내 안에 갇혀 주위 상황을 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동료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가 된 것 같은 막막함이 느껴질 때에는, '혹시 이런 상태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는지?
올해에는 저를 극하는 기운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상태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질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듣기 무섭게, 그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극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기도 합니다. 저의 운은 앞으로도 쭉쭉 떨어져 내년, 내후년쯤 바닥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바닥을 찍으면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고, 또 올라가면 다시 바닥으로 내려오기 마련이니까요. 그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제 자신을 관찰하고 생활을 꾸려가야겠지요? 감기 한 번 걸렸을 뿐인데, 참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 감기가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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