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거침없이 하이킥>
얼마 전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물론 직접 만난 것은 아니옵고, TV에서 말입니다;; 그래도 반갑긴 엄청 반가웠습니다!). 한때는 일주일에 다섯 번을 만나던 사람이었는데, 그후 10년간 소식이 뚝 끊겼더랬지요. 그런데 다른 데도 아니고 <복면가왕>에서 그이를 만나게 될 줄이야! 네 그이는 ‘까칠이 이 슨생’, 이민용 아니 최민용이었습니다.
그러게 그동안 뭐하셨습니까?;;;
아, ‘하이킥’…. 시즌 3에 해당하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보지 않았지만(정말 ‘안’ 봤습니다. 이유는 아실 만한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근황의 아이콘 최민용이 출연했던 <거침없이 하이킥>과 그 후속이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을 저는 정말 사랑했었습니다. 그리고 내내 잘 웃겨 놓다가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대폭발하고 마는 김병욱 감독식의 비극미에 (매번) 큰 상처를 받았더랬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사랑합니다.
<복면가왕>에 최민용이 출연하기 전에는 <SNL>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의 ‘호박고구마’ 에피소드가 개그맨 권혁수에 의해 리메이크(?)되면서 <거침없이 하이킥>에 대한 향수(응?)를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는데요. 이 인연으로 권혁수가 당시 나문희 할머니가 출연하시던 <디어 마이 프렌즈>에 보조출연하게 되었는데, 나문희 할머니가 권혁수를 보시고는 “호박고구마”를 해보라고 시키셨다고 합니다(아, 귀여우셔요!^^).
많은 사람들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나문희 할머니 하면 바로 저 ‘호박고구마’를 떠올리는데,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45회의 ‘방귀보감’편입니다(하하;). 문희(극중 이름이니 이제부터 ‘할머니’는 빼고)는 중년백수인 큰아들 준하와 이혼남 작은아들 민용 뒤치다꺼리에 열성적인데 그 정도가 얼마만큼이냐 하면 준하의 방구(편집자지만 편의상 방구라고 하겠습니다;;) 냄새만 맡고도 준하의 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그것이 당신 탓이라며 열공 모드에 돌입, 그리고 당장 준하의 방구 냄새 잡기에 들어갑니다. 그 와중에 탄생한 것이 바로 『방구보감』.
“육류를 줄이고 야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최고의 처방이라 판단되어 녹즙을 계속 먹이고 있다. 또한 변비 해소에 좋다는 다시마와 청국장을 섞어 먹여 봤으며…”
“반신욕기를 이용 아침저녁으로 삼십분씩 체내 노폐물이 빠지도록 조치…”
“처방 이틀째. 아직도 냄새가 혼탁하고 무겁게 가라앉아 쉽사리 흩어지지 않는다. 또한 줄방구 일 때가 많으며 소리는 불불불하고 난다.”
한의사인 남편 순재조차 “더러워서” 읽을 수가 없다고 덮어 버린 『방구보감』. 하지만 문희의 노력 끝에 그 마지막은 이렇게 맺어집니다.
“처방 칠 일째. 마침내 소리가 ‘뽀옹’ 하고 맑고 청아해졌으며, 냄새 또한 혼탁하지 않고 무겁게 가라앉지 않으며 공기 중에 가볍게 퍼져 나간다.”
아, 드디어! “나는… 나는 느낄 수 있다. 준하의 장이 다시 건강해졌음을…”이라는 내레이션과 문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 이르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 버립니다.
나중에 메이킹필름을 보면 밀가루의 퍼짐으로 준하의 청정한 방구를 표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공개되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어떤 신보다도 공을 들인 장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 처음엔 <거침없이 하이킥>의 주옥같은 에피소드를 소개시켜 드리면서 함께 추억의 그 시절로 돌아가 보아요, 하는 것이 집필 의도(응?)였건만 어쩌다 보니 방구 얘기만 줄창하다 끝을 내 버리게 되었네요. 마음 같아서는 순재 도련님과 식모 문희의 러브스토리(이때 순재의 아역으로, 훌쩍 성장한 <순풍 산부인과>의 정배를 보게 되는 것이 또 묘미였었죠), 묘하게 귀에 맴돌던 노래 ‘사랑은 개나 소나’, ‘혜자존니’, 닳고 닳은 여자 서 슨생과 까칠이 이 슨생의 러브 스토리, 오케이(혹은 싹퉁바가지) 해미와 민용의 대결(?) 제가 보기엔 약간 작위적이었던 유미 가족 등등 돌아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참 많았는데 아쉽지만 여기서 접어야겠습니다. 요즘 mbc 에브리원 채널에서 토요일 새벽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재방영해 주고 있으니 그 시간에 못 주무시고 계신 분들은 한 번 보시고요. 저는 이제 몸이 따라 주질 않네요;;
뭔가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우니 마지막으로 『낭송 동의보감 잡병편(2)』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갑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뿡!
음식에 상한 식상(食傷)은 대부분 과식 때문이다. 음식이 소화되어 내려가지 않고 명치 밑에 머물러 있어 배가 불러 오르고 답답하다. 음식을 싫어하고 잘 먹지 못하고, 신트림이 나며, 냄새 나는 방귀가 나온다. 배가 아프고 토하며 설사하기도 한다. 식상 증세가 심하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또, 왼쪽 손목의 관맥(關脈: 진찰하는 촌·관·척의 맥 중 가운데 맥)은 고르고 오른쪽 관맥은 팽팽하고 성한데, 이것은 다 음식에 상한 것이다.(허준 지음, 『낭송 동의보감 잡병편(2)』, 박장금 외 풀어 읽음, 북드라망, 2015,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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