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의문의(?) 대통령 특집
오구구구, 이게 그렇게 무서웠쪄요?
대선 직후에 유시민 작가님이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봉하마을에 가셨었는데 거기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지요. 요새 글이 잘 안 써지신다고요. 돌아서면 또 기사 한 번 확인하게 되고, 돌아서면 또 인터넷을 보게 된다고요. 누구 때문인지 아실 만한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이런 얘기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요 코너는 저 편집자 k의 사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그냥 하죠 뭐^^. 네, 저 요즘 새정부의 증세 없는 안구 복지에 취해 삽니다. 이전까지 저만의 안구+심신 정화 방법은 토끼 사진(^^;)을 보는 것이었는데, 요새는 대통령 사진도 봅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분의 인생이 드라마나 마찬가지이니 오늘의 드라마극장은 대통령 사진 퍼레이드로 대신하고 싶었지만 참았고요. 대신 영화를 골랐습니다. 바로 문 대통령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은 영화입니다.
바로 그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 보신 적 있으신가요? 북드라망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흠흠) 고전의 정의 중 하나가 다 읽은 줄로 착각하는 책이라지요? 이 영화도 그런 ‘고전’인 것 같습니다. 한국 공포영화의 원조로 명성은 대단하지만 봤다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어렵더라고요. 언젠가 TV에서 한 번 방영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저는 그때 잔뜩 기대를 하고 보다가 실은 초반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채널을 돌렸더랬지요. 시작하자마자 봉분이 반으로 쩍 갈라지면서 관이 직립을 하는데, 이건 뭐 유령의 집인가 싶고…(지금 보니 포스터가 열일했네요;;). 그땐 그랬지만, 이번엔 꾹 참고 보았습니다(유튜브에 있어요^^).
아무튼 봉분을 쪼개고(?) 등장한 귀신은 주인공 월향(영화 부제가 ‘기생월향지묘’입니다). 억울함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원귀이지만 본인의 한풀이보다 급한 것은 아들의 생명입니다. 월향을 죽음으로 몰고 간 남편의 후처가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인 아들 영진이까지 독살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덤을 뚫고 나왔건만 거기서 모든 기를 소진한 탓인지(;;) 택시를 잡습니다(심야 할증도 붙었을 텐데 말이죠). 심지어 자신이 귀신인 걸 알아채고 기절해 버린 택시 기사님을 막 흔들어 깨웁니다. 정신차리라고(아, 여기서도 위험했지만 또 참았습니다).
‘난 넘어가지 않아!’ 하시더니 결국 기절;;;
다행히 기사님이 깨어나셨는지 어쨌는지 월향은 자신의 집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과연 남편의 후처이자 한때는 자신의 시중을 들던 찬모 난주가 그 어머니를 사주해서 아이에게 약을 먹였지만 얼른 젖을 먹여서 다시 살려놓고 두 모녀를 응징하려 하는데, 그만 새벽닭이 웁니다. 귀신들의 통금시간이 닥친 것이지요. 월향은 어쩔 수 없이 스르르 사라지고 영화는 이제 이들의 사연을 풀어냅니다.
월향의 본명은 명선으로 학생운동을 하는 오빠와 그 친구를 애인으로 두고 있었는데요(참고로 시간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입니다). 그 두 사람이 검거되고 명선은 둘의 석방과 옥바라지를 위해 기생 월향이 됩니다. 월향의 오빠 춘식은 동생의 애인 한수에게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쓸 테니 나가서 동생의 곁을 지켜 달라고 부탁합니다. 결국 한수는 석방이 되고, 사업가로 성공하여 월향과 아이도 하나 낳아서 잘살게 되었지요. 춘식은 몇 번이나 탈옥을 시도하는데 그때마다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무기수가 됩니다. 이에 월향은 마음의 병을 얻어 몸져눕게 되는데, 병수발 들던 찬모 난주가 월향에게 가짜 약을 먹이면서 병이 더 악화되었던 것이지요. 이를 눈치 챈 의사는 이 집 재산을 가로채고 싶어서 더 적극적으로 난주를 돕고요.
난주는 이제 월향의 남편 한수에게도 본격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런 작업입니다. 남의 방에 가서 누워 있기;;;
뭐, 당연히(?) 한수는 너무도 쉽게 넘어가 버리고요. 그런데 하필 그날 새벽, 한수의 방으로 처남 춘식이 찾아듭니다. 또 탈옥을 한 것이지요. 한수와 동침하고 있는 여자가 동생이 아닐 줄은 꿈에도 모르고 오라비가 왔다며, 부끄러워할 것 없다, 이리 나오너라 하는데 동생은 다 죽어가는 꼴(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냥 막 예쁩니다)로 다른 방에서 뛰쳐나오고, 오빠는 눈이 뒤집어져서 친구이자 매부의 멱살을 잡고…. 까딱하면 월하의 살인사건이 일어날 판인데, 그 지경에서도 월향은 자신이 오래 앓아 찬모를 남편 방으로 들인 것이라며 남편을 두둔하고 일단 오빠를 안심시킨 뒤 도피시킵니다.
하지만 여자의 ‘괜찮아, 나 화 안 났어’는 결코 괜찮은 것이 아닌 법. 이때부터 월향은 자신의 방에서 가야금만 타며 찬수를 거부합니다. 이미 난주와 여보-당신 하면서도 찬수는 그런 월향에게 분노하고, 이런 상황에서 난주의 후속 작업이 또 시작됩니다. 월향이 방에 외간남자를 들인다는 누명을 씌운 것이지요. 월향이 왜 자살을 택하게 됐는지 아시겠지요?
여기까지가 과거의 이야기이고, 새벽닭이 울어 월향이 사라진 후 시간이 흘러 또 밤이 됩니다. 과연 월향은 다시 돌아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상 <월하의 공동묘지>였습니다.(응? 갑자기 저도 모르게 <출발 비디오 여행>식 마무리를;;;)
오로지 대통령님에 대한 팬심으로 열심히 영화를 보았지만 도무지 어디가 공포영화인지…, 물론 지금 저의 눈으로 그런 것이고 영화가 개봉된 1967년에는 정말 무섭긴 했겠지요. 어쨌든 저는 아무리 보아도 무서운 걸 찾을 수가 없어서 문 대통령님이 혹시 <원한의 공동묘지>라는 영화를 <월하의 공동묘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요(<원한의 공동묘지>는 80년대 작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러적인 요소들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당신이 고등학교 시절에 보신 영화라니 <월하의 공동묘지>가 맞네요.
추측건대 귀신을 무서워하셨을 것 같진 않고요.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음식에 약을 타고, 누명을 씌우고, 심지어 아기까지도 죽여 버리려고 하는 (처음엔 아기를 약을 먹여서 죽이려고 했는데 월향이 살려내자 칼로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난주 엄마는 그러면 흔적이 남는다고 다른 방법을 권하고;;;) 인간이 존재한다,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서워하신 게 아닐까 합니다(지금보단 인심이 덜 흉흉했던 1960년대 후반이니까 정말 희대의 사이코패스지요).
아무튼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저한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난주와 함께 살인을 공모하고, 때론 성급한 난주를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완전범죄를 기도했던 난주의 어머니 역할이 <전원일기>의 노할머니 정애란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런 악역을 맡았던 적도 있으셨을 줄이야….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몇 번이나 ‘노할머니, 안 돼요. 안 돼!’를 외쳤는지 모릅니다.
비포 & 애프터?;;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하야, 납량 특집으로 즐길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만… 팬심이 있다면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달린 댓글도 “대통령도 무서워하신” “소문 듣고” 왔다는 댓글 일색이네요.ㅎㅎ
마...마무리는 움짤 하나 투척하고 갑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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