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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현', 그것이 알고 싶다

by 북드라망 2016. 8. 1.


〈디어 마이 프렌즈〉

마성의 남자 주현을 ‘또’ 발견!!




얼마 전 “역대급”이란 찬사를 받으며 종영한 그 드라마, 네, TV 좀 보셨다 하는 분들이시라면 바로 아실 겁니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 말입니다.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출연 소식이 무색해질 만큼 ‘시니어벤저스’의 총출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네, 소식을 들은 저 편집자 k의 가슴도 두근두근 발랑발랑하였습니다. 실은 제가 노희경 작가의 (수줍은 팬임에도 불구하고, 흠흠) 전작인 〈괜찮아, 사랑이야〉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좀 시큰둥해했었는데요, 그 이유를 〈디마프〉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앞선 두 작품에는 뭔가 도드라지는 노년의 캐릭터가 없었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저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 나오는 노인들을 참 좋아했더랬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바보 같은 사랑〉에서 상우(이재룡)의 어머니로 나오셨던 여운계 선생님도 그랬고, 나문희 선생님이나 김영옥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지요(제가 저 분들의 후배 배우이거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정말 존경하는 의미로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그러니 〈디마프〉 방영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잔칫상을 받는 기분이었달까요. 이 글을 보실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빌려 노희경 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 분들과 연출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아, 이건 무슨 연기대상 받는 여배우도 아니고;;;).


좌우간 〈디마프〉에 대한 내용과 평가는 이미 항간에 자자하기에 제가 더 보탤 것은 없을 것 같고, 오늘은 다만 디마프〉에서 이성재 역을 맡으셨던 주현 선생님 캐스팅에 대한 저의 의혹(이라면 의혹;;)과 앞으로의 예언(이라면 예언;;)이라고나 할까요? 흠흠. 



그러니까 저의 첫번째 의혹은 이것이었습니다. 극중 이성재는 왜 바람둥이로 설정이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디마프〉의 ‘꼰대’들 중 가장 늦게 등장한 이성재옹은 성당에서 희자(김혜자 선생님)를 훔쳐(…라기보다는 대놓고) 보며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나중에야 둘이 서로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극 초반에는 그저 뭔가 있구나 정도이지요. 그런데 저 미스터리한 노신사의 정체(?)는 성당 자매님 1에 의해 폭로됩니다. “마리아님, 저 분 아세요? 저 분 조심하세요. 완전 바람둥이래요.” 아니, 저 양반이 뭘 했다고…. 자매님의 증언 외에는 딱히 이성재옹의 행실을 평가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갑자기 성재옹과 오충남여사(윤여정 선생님)가 썸을 타는 듯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물론 성재옹의 희자바라기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지요(사실 저는 성재옹과 충남여사의 러브라인을 은근히 기대하긴 했었습니다. 이유는 뒤에서 밝히겠습니다). 마치 성재옹이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뭐 나중에 알고 보면 양방향 썸이라기보다는 성재옹은 그저 쿨내 진동하는 인텔리 노신사였고, 충남여사의 김칫국 마시기였던 것이었지요. 둘 사이에서도 사실 성재옹이 바람둥이라고 낙인이 찍힐 만한 ‘썸띵’은 없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왜, 굳이 성재옹을 바람둥이라고 하였느냐……



저는 말입니다. 그 이유를 성재옹역에 캐스팅된 주현 선생님에 대한 노희경 작가의 장난스런 오마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게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하시겠지요. 네, 물론 저도 좀 억지스러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현 선생님은 <디마프>에서 첫사랑 희자를 재회하기 전까지 오충남 여사 역의 윤여정 선생님, 문정아 여사 역의 나문희 선생님, 장난희 여사 역의 고두심 선생님을 모두 거쳐간(?),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있어서는, 상당히 복잡한(응?) 과거를 가진 남자였다는 것이지요. 꺅! 다시 말해 노희경 작가의 전작에서 주현 선생님은 윤여정, 나문희, 고두심 선생님과 모두 한 번씩 부부의 연을 맺었더랬지요. <디마프>에서 김혜자 선생님과 재혼으로 이어지진 않은 걸 보면 역시 첫사랑은 아니 이루어지는 모양입니다그려(ㅋㅋ). 


제가 성재-충남의 러브라인을 기대했던 것은 노희경 작가의 초기작이었던 <거짓말>에서 터졌었던 주현철-윤영희의 케미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다고나 할까요? <거짓말>에서도 두 분은 어린 시절 한 동네 출신이었는데 몇 십 년 만에 어찌어찌 마주치게 됩니다. 자꾸 생각이 난다고 큰일 났다며 담배를 피우며 허허 거리던 주현철과 딸 성우에게 자꾸 ‘그 오빠’ 생각이 난다며 슬며시 웃던 윤영희의 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귀여워(흠흠)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디마프>에서는 성재옹과 희자 여사가 여행을 가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거짓말>에서는 현철과 영희의 징검다리 신이 나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개울가에서 여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주현 선생님의 능력은 여전합디다.^^ 또 이분들은 <거짓말>에 이어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도 부부로 출연하셨었는데요. 이때 주인공이었던 김혜수의 부모 역을 맡았었습니다. <거짓말>에서의 나름 알콩달콩했던 늙은 신혼부부였던 것과는 달리, 볼 장 다 본 중산층의 쇼윈도 부부를 연기했었더랬지요. 그래서 저는 사실 <디마프>에서도 두 분이 이어져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시길 바랐었으나, 개인적인 바람으로 그쳤고, 두 분이나 작가 선생님이나 모두 왕성한 활동을 하시니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아무튼 성재-충남에 대한 기대를 접고 드라마에 다시 집중하려고 하였으나, 다시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그러고 보니, 주현 선생님,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고두심 선생님이랑 부부였잖아!’. 네, 그랬죠. 당시 김두칠 역으로 요즘 말로 치면 등장할 때마다 숨을 컥컥 막히게 하는 고구마형 아버지였는데요.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시집 와 부모를 봉양하고 동생들을 키워낸 아내 영자(고두심 선생님)를 버리고 딸 뻘의 여자와 살림을 차려서 손주 뻘의 아들을 낳고 살았었지요. 김두칠의 최고의 악행(?)은 (자기의 생일이라 밥이라도 사주려고 하나 기대하고 나간) 영자에게 현재 함께 사는 병약한 아내를 위해 신장 이식을 부탁하고 결국 그걸 실현(?)시킨 것인데요. 뭐, 이 양반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고 하긴 했습니다만 정말 지금 생각해도 속이 터지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전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주현 선생님보다는 장용 선생님 생각을 많이 합니다(고…고백인건가;;). “영자야, 장기 주지 마” 하며 엉엉 울던 장용 선생님, 언젠가 노희경 작가님 작품에서 또 뵐 수 있겠지욥!


그리고, <디마프> 후반부에야 겨우 생각난 사실 한 가지, ‘맞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나문희 선생님이랑 부부였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하니까 배종옥 주연의 영화를 떠올리실 수 있사오나 이 영화의 원작은 바로, 1996년 MBC 창사 특집극이었던 동명의 드라마입니다. 이때, 나문희 선생님의 ‘미친 연기력’이 제대로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12월 초에 방영이 되었다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그해 크리스마스에 재방영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은 저도 이때 봤던 것은 아니옵고, 저는 <해피 타임 명작극장>에서 다이제스트판을 보고도 정말 통곡을 했네요, 흑. 나문희 선생님은 자식, 남편에 시어머니까지 정말 가정을 위해서만 헌신을 하다가 말기암 진단을 받고 생을 정리하는 김인희 역을 맡았었는데, 무심하며 무능력하기도 한 남편 정철 역이 주현 선생님이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역할은 김영옥 선생님.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어려운 마당에 자신이 죽은 뒤까지를 걱정하던 인희가 시어머니를 목욕시키던 중 ‘나 죽으면 이 양반은 어쩌나’ 하는 생각에 “어머니 차라리 나랑 같이 죽어!” 하면서 목을 조르던 장면이 압권이었는데, 그 신을 보고도 안 우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참으로 멀리멀리 돌아갔다 왔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전작에서 <디마프>의 여배우들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주현 선생님을 두고 이성재의 캐릭터에 ‘바람둥이’라는 딱지를 살짝 얹으셨던 것은 아닌지 저는 강한 의혹을 품고 있습니다. 뭐 굳이 풀리지 않아도 좋구요, 오히려 의혹을 품는 동안 옛날에 보았던 드라마들을 떠올리면서 참말로 즐거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저의 예언(!)은, 다음번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에서 주현 선생님이 또 나오실 경우 그 파트너는 박원숙 선생님이다, 라는 것입니다. 주현 선생님이나 박원숙 선생님이나 모두 노 작가님의 드라마에 여러 번 출연하셨는데도, 희한하게 두 분이 엮이신(흠흠) 적이 없더라구요. 물론 두 분은 98년도에 <수줍은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수줍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신 적이 있긴 합니다만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에서 제대로 한 번 만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만나 주시길(?) 바랍니다. 네, 실은 예언이라기보다는 팬심에서 우러난 제 바람입니다.   


간만에 만난 잔칫상이라 정신없이 욱여넣느라 바쁘게 본 감이 없지 않은데요, 조만간 다시 한번 정주행을 해보려 합니다. 혹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여름휴가 때라도 꼭 보셔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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