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벚꽃보다 드라마... 그래도 봄엔...

 

벚꽃잎이 흩날리면 생길 수 있는 일들

 

 

며칠 전 일이 있어 전철을 타고 당산철교 위를 지나는데요, 저 강 너머로 벚꽃 행렬이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뭐랄까, 아주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저란 여자의 가슴에도 꽃잎이 날렸다고나 할까요. 그래,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여의도로 벚꽃을 보러 가야겠다, 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라구요. 그…그러나 현실은, 저녁을 먹으니 배가 부르고, 배가 부르니 만사가 귀찮고, 만사가 귀찮으니 단숨에 ‘벚꽃은 얼어 죽을’이 되어 버리더군요(--;). 그리하여 저녁을 먹은 후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긴 갔는데, 그래도 초큼 아쉽기는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달래자고 다시 여의도로 달려가거나 진해 군항제에 찾아갈 작정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 여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저란 여자, 간접 경험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가졌다 믿는 소박한 여자. 그리하여 벚꽃 드라마로 벚꽃 구경을 대신할까 합니다. 올해는 벚꽃도 넘나 빨리 피고, 바깥 공기는 넘나 안 좋고, 빨리 핀 만큼 넘나 빨리 져 버려서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하신 분들, 어서 오세요. 같이 봐요! 벚꽃도 드라마도^^.

 

벚꽃은 뭐 특별히 변하는 건 없어요. 늘 이 정도?

 

그 드라마는, 아, 연말부터 징하게 우려먹은 <프로듀사>…, 정말 죄송합니다. 그…그치만 여의도 벚꽃놀이를 포기한 순간, 바로 이 드라마가 떠오르더라구요. <프로듀사> 초반의 시간적·공간적 배경은 모두 벚꽃입니다. 벚꽃이 만개한 계절에 KBS 예능 신입 PD로 입사한 백승찬(김수현 분). 서울 법대를 나왔지만 고시를 포기하고 예능 PD가 된 이유는 짝사랑했던 누나의 곁에 있고 싶어서였지요. 하지만 서울대에도 척 붙어, KBS에도 척 붙었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행운도 척 붙는 것은 아니지요. 출근 첫날부터 그 누나가 사내연애 중임을 알아 버리게 되고(그것도 후일 자신의 직속상관이 되는 PD와), 그리하여 십 년 공부(언론 고시를 정말로 10년 동안 준비한 것은 아니고요;;)가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버린 그 상황에서 새로운 ‘누나’에게 ‘찍혀’ 버리게 되었으니 그녀는 바로, <뮤직뱅크>의 탁예진 PD(공효진 분). 예진은 처음에는 승찬(아버지)의 외제차 문을 찍고, 선배라고 봐 줄 생각 말고 가감없이 청구하라는 자신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수리비 83만원을 청구한 승찬을 무개념으로 ‘찍어’ 버립니다.

 

문만 열었을 뿐인데 83만원이;;;

 

생돈 83만원, 고까짓 것 확 물어줘 버리고, ‘저걸 죽여 버릴까’ 싶기도 하지만, 동탄에 아파트를 마련하는 바람에 현재 유동 자산이 달리는 상황이라 일단 꾹 참고 승찬에게 제안을 합니다. 수리비 83만원을 현금이 생길 때마다 할부로 갚겠다고요. 줄 땐 앉아서 주고 받을 땐 서서 받는 법이라더니, 2만원, 3만원, 5만원…, 이렇게 질금질금 받으면서도 오히려 승찬이 예진에게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며, 예진의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하게 됩니다.

 

고마워? 그럼 과자 좀 사와 봐!(어흥)

 

여의도의 길이란 길마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봄밤, 벚꽃 구경 인파로 인해 주차장은 만차인 데다 이중주차까지 되어 있는 상황. 예진이 자기 차를 막고 있는 차를 힘껏 밀어보지만, 어리지 않은 여자를 도와주는 손길은 전무합니다(망할 놈의 세상!). 결국 핸드폰으로 인맥을 동원해 보는데, 어쩌다 보니 섭외된 자는 채권자인 승찬. 승찬의 도움으로 차를 뺄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 예진은 승찬에게 또 추가 결제(정확히는 ‘변제’인데 예진-승찬은 결제라고 쓰고 변제라고 읽습니다;)를 약속합니다. 그런데 승찬이 갑자기 예진보고 어디 사냐고 묻습니다. 흑석동에서 살다가 곧 동탄으로 이사를 갈 것이라는 예진에게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습니다. 웬 뜬금포인가 싶으시겠지만, 실은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누나와 사귀고 있는 라준모(차태현 분) PD와 예진이 한 집에서 살고 있는가, 아닌가를 떠보기 위함이었지요(예진과 준모는 오랜 친구로, 현재는 예진의 이사 날짜가 꼬여 준모 집에 동생과 얹혀 있는 중입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승찬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었고요). 아무튼, 없으면 그냥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예진이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띠리링’(?) 하는 효과음이 포개지면서 화면에는 벚꽃잎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왠지 얼이 빠지는 승찬. 어떤 상황인지 아시겠지요? 벚꽃이 뭐라고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순간이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뭐, 직접경험은 없지만 아주 이해가 아니 갈 것 같지는 않고…, 흠흠.

 

 

오늘도 결제를 한 예진, 오늘의 심부름은 호떡입니다. 녹차 5개, 그냥 5개. 원래 자신의 돈이지만, 은근히 용돈을 받는 것 같기도 하고, 공돈 같기도 해서 예진이 너무 고마운 승찬은 또 그 길로 호떡을 사러 달려 나갑니다. 예진 선배를 위한 호떡, 그렇기에 당장 섭외를 위해 호떡이 아니라 호떡집이라도 바쳐야 할 신디(아이유 분)에게도 주지 않고 저렇게 꼭 안고 있었는데요. 신디에게도, 신디의 소속사 대표에게도 “이건 안 됩니다. 임자가 있습니다” 하고 호떡을 내놓지 않는 것도 웃겼지만, 술이 취해서 초점이 풀린 눈을 하고도 호떡을 꼭 끌어안고 터덜터덜 벚꽃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또 저에게는 어찌나 웃기던지요. 이걸 세 단어로 정리한다면 전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벚꽃, 호떡, 성공적."

  

 

‘벚꽃보다 드라마’라는 야심을 가지고 오늘의 드라마극장을 준비해 보았습니다만, 그래도 봄엔 역시 벚꽃이죠. 오늘만큼은 드라마보다 나가셔서 봄을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4월 뉴스레터에서 벚꽃 구경도 하실 겸 낭송Q시리즈 시즌 2 출간 기념 우응순 선생님의 한문 문형특강을 들으러 오시라고 했었는데, 올해 벚꽃이 하도 일찍 피어 버리는 바람에 그때까지 벚꽃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사옵니다. 하지만 벚꽃은 져도 봄은 남아 있을 테니 겸사겸사 오셔요^^ (블로그로 신청하실 분들은 '비밀댓글'로 성함, 연락처,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추신..............

 

사실 ‘벚꽃보다 드라마’로 제일 먼저 생각났던 것은 <조선 여형사, 다모>였습니다. 왜 그 “아프냐, 나도 아프다” 할 때 이서진과 하지원 뒤로 꽃이 만발하였었는데, 그 꽃들이 당연히 벚꽃일 줄 알았었지요. 그…그런데, 벚꽃이 아니라 매화랍니다;;; 광양의 청매실농원이 촬영지라고 하네요. 벚꽃이랑 매화는 꽃 모양만 보면 구별하기가 힘든데요, 그래도 구별하는 방법이 없진 않겠지요? 궁금하시면 요기 눌러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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