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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원일의 락락(樂樂)

올리비에 메시앙② <투랑갈릴라 심포니> - 음향무쌍!

by 북드라망 2016. 10. 26.

올리비에 메시앙② - <투랑갈릴라 심포니>

Olivier Messiaen, <Turangalila Symphonie>



투랑갈릴라! 곡 제목을 몇 번 소리내어 말해보라. 입안 가득 경쾌한 리듬 감각이 살아나지 않는가? 나에게 이 거대한 심포니는 감상할 때마다 이전에 들을 수 없었던 소리의 색채들과 음악 언어의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매혹적인 소리의 물결이 매 악장마다 변화무쌍한 대비를 통해 펼쳐진다. 현란하게 쏟아지는 빛의 음향이 나타나다 문득 묵직한 브라스 소리가 죽음의 그림자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타악기들의 다양한 타격의 향연이 이어지는가 하면 몽환적이고 영롱한, 마치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에 등장하는 쎄이렌의 소리가 이와 같은 음색은 아니었을까 여겨지는 신비의 가락이 들려오기도 한다. 투랑갈릴라의 주제를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놀이, 사랑, 죽음, 빛(영원)'이 될 것 같다.



메시앙의 '놀이'(릴라. 투랑갈릴라에서 '릴라'는 '놀이'를 뜻한다)는 메시앙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도 리듬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비박절적이며 불규칙적인, 그러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 나타나는 야만적이고 도발적인 리듬과는 다른 유니크한 ‘놀이’적 감성의 리듬이다. 메시앙의 음향 놀이에서는 신의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자 메시앙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새들의 소리도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다. 또 한편, 사랑에 흠뻑 빠진 자들의 충만한 감정, 즉 서구유럽 사랑의 원형이 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생사를 초월한 사랑의 도취감 역시 놀이의 화려한 음향과 대비되면서 작품의 또 다른 축을 구성한다.


오케스트라와 협주적 양식으로 주고 받으며 다양한 표정을 연주하는 피아노의 맑고 현란한 기교와 더불어 곡 전반에 걸쳐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독특한 악기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옹드 마르트노, 쎄이렌의 소리와 같다고 전해지며 사랑의 테마를 노래하는 악기이다.(*Ondes Martenot : 프랑스어 ondes musicales는 전기의 작동으로 금속선이 진동하여 소리를 내는 전자 악기의 하나로 음간의 유기적 이동이 가능하다.) 옹드 마르트노는 큰 음향속에서 때때로 마치 제우스의 입김과도 같은 음향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이미 지난 락락 코너에서 메시앙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5악장에 나타나는 '영원으로 다가서는 빛의 음향'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이 거대한 심포니에서도 그와 같은 '빛의 음향'이 다시 등장한다. 메시앙은 언제나, 그 무엇을 통해서도 신의 현존을 느꼈다. 현란한 음향의 바다에서 출현하는 신의 은총과 편재는 이 곡의 가장 중요한 근원을 형성하기도 한다.


옹드 마르트노 Ondes Martenot


'투랑갈릴라&옹드 마르티노'의 조합을 상식적으로 알아두자. 작곡가가 필요 외에 쓸데없이 악기군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방만하게 생각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악기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레이션은 확실한 구경거리이다. 그 때문인지 초연 이후 메시앙의 가장 진보적인 제자 중 하나인 피에르 블레즈는 이 작품을 ‘매음굴의 음악이라고 혹평한다. 매혹당하든지 거부하든지, 제대로 감상해본 후에 스스로 생각해볼 일이다.


제목인 '투랑갈릴라'(tour-ahn-gu-lee-lah)의 의미를 살펴보자. 작곡가는  두 개의 다중적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 단어를 이용하여 제목을 지었다. '투랑가'는 '천방지축 말처럼 달리는 시간' 또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시간'을 뜻하며, '운동과 리듬'을 의마하기도 한다. '릴라'는 놀이와 사랑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투랑갈릴라'는 결국 '삶의 시간 놀이'라는 말이 된다. '죽음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삶의 시간을 유희적으로 놀이'할 수 있으려면 '사랑'의 신성한 미약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다!^^


작곡가는 우주에 작용하는 신성한 손길이 닿는 놀이라는 의미에서 이곡을 '환희의 송가'이자 '사랑의 노래’로 작곡하였다. ‘환희의 송가’라고?  어디선가 들어보지 않으셨는지. 쉴러의 시에 곡을 붙인 베토벤의 말년 작품 9번 교향곡의 부제가 바로 '환희의 송가'이다. 그러나 두 음악은 전혀 다르다. 메시앙의 음악이 놀이적이고 신비하며 다채로운 웅장함의 연속이라면 베토벤 음악은 하나의 음형으로부터 계속 발전, 전개되면서 점점 고취감을 불러일으킨다. 독일의 히틀러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각별히 좋아하여 나치의 제의 때 그들의 위풍당당을 드러내는 곡으로 즐겨 사용하였다. 아니러니하게 동서독일의 통일을 축하하는 평화의 연주곡으로도 환희의 송가가 선택되었는데, 그때의 지휘자 역시 레너드 번스타인이었다. 역시나 음악은 즉각적인 직관에 도달하여 지각되지만 다수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음악의 경우 애초의 고유한 음악적 의도와  정체성은 모호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선거철에 이용되는 '노가바'식 활용이 가장 유치한 예가 될 것이다.


이 곡은 러시아계 미국 지휘자인 쿠세비츠키(Sergey Koussevitzky.1874-1951)가 이끌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위촉에 의하여 작곡된 작품으로 1949년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와 이본느 로리오가 피아노 솔로를 맡아 보스턴심포니에 의해 초연됐다. 40대에 도달한 작곡가의 가장 왕성한 시기의 작품으로, 변덕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악상의 대비가 심하고 복잡하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이곡의 매력이기도 하다.



메시앙의 음악 스타일에 있어 인도의 리듬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를 여행할 때 나 역시 이상한 사유의 힘이 생성되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여행하는 매일 수시로 노트를 꺼내 일기를 기록할 정도로 생각과 영감이 넘쳐났던 기억이 있다. 철학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공기가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인도에서 시간의 흐름은 수많은 의미에 의하여 잘게 나누어지고 이것이 음악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 선율적으로는 '라가'(raga), 리듬 체계로는 ‘딸라’(tala)이다. 그 중 딸라는 맥박의 순환을 음악에 반영한 것이다.


메시앙은 이를 자신만의 기법으로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식의 직접적인 리듬이 등장하기보다 부분의 조합에 의한 비박절적, 불규칙 리듬이 순환하며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설명은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상식적으로 메사앙이란 작곡가의 음악에는 인도의 리듬이 사용되고 있구나 정도로만 이해하고 들으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가만히 감상하다 보면 낭만, 고전시대의 서양 음악과는 확실히 다른 음악이라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즉 메시앙 음악에서는 발전적 전개를 이루는 음악적 단초인 모티브나 계속 등장하며 변주되는 주제의 구조적 점층적 확장은 발견되지 않는다. 전체 음악 구성이 콜라주 기법에 의한 모자이크화로 형상화된다. 모자이크 식으로 각 악장이 모듈화되어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감상을 하다 보면 어떤 공통의 형식감이 느껴질 것이다. 이 모듈식 악장 구성에 의한 전체적인 형식감(단편들의 조합)은 메시앙 음악 전반에 걸친 특징이기도 하다.



# 감상 추천!(유튜브 바로가기)


감상 추천 영상은 ‘지휘기계’라 불리던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에 ‘엘 시스테마’ 의 꽃인 볼리비아의 젊은이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추천한다.


# 음반 소개


메시앙 생전에 지휘자 정명훈과의 교류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명훈은 메시앙 음악에 큰 감동을 받아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적극적으로 그의 음악들을 지휘하였고 메시앙 또한 그의 지휘와 해석을 칭찬한 바 있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 음반은 투랑갈릴라의 여러 녹음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것이다. 느린 악장들의 해석과 옹드 마르트노의 명징한 사운드가 화려한 악기들 속에서 잘 살아있다.


# 작곡가 자신의 곡 소개


교향곡은 10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3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묶음은 2, 4, 6, 8악장으로 ‘사랑’과 관계된다. 따라서 ‘사랑의 주제’를 눈에 띄게 많이 사용한다. 둘째 묶음은 좀 더 어둡고 불길하다. 3, 7, 9 악장으로, 제목이 투랑갈릴라로 되어 있다. 5, 10악장은 스케르초 비슷한 느낌으로, 교향곡 전체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마무리하는 대목이다. 1악장은 도입부로 혼자 서 있다.


제1악장 도입 (Introduction)

피아노 카덴차를 사이에 두고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부분은 ‘동상의 주제’와 ‘사랑의 주제’를 제시한다. 두 번째 부분은 다양한 리듬의 단층을 복잡하게 쌓아 올려서 걷잡을 수 없는 힘을 느끼게 한다.   


제2악장 사랑의 노래 1 (Chant d'amour 1) 

메시앙은 이 악장의 내용과 구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템포, 뉘앙스, 느낌이 완전히 대조되는 두 개의 요소가 번갈아 나타난다. 빠르고, 강하고, 열정적인 첫째 요소는 트럼펫이 연주한다. 느리고, 부드러운 둘째 요소는 옹드 마르트노와 현악이 연주한다.”


제3악장 투랑갈릴라 1 (Turangalila 1)

삽화들이 나열된 형식으로, 3개의 주제를 사용한다. 클라리넷과 옹드 마르트노가 주고받는 첫 주제는 바순, 트럼본, 더블베이스이 연주하는 대조적인 강렬한 둘째 주제로 연결된다. 첫 주제를 현악기들이 다시 연주하면 오보에가 연주하는 셋째 주제가 등장한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첫 주제와 둘째 주제가 겹쳐서 연주되고, 셋째 주제의 한 조각을 활용한 코다로 이어진다.


제4악장 사랑의 노래 2 (Chant d'amour 2)

메시앙은 “트리오가 2개있는 스케르초”라고 이 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고전적인 스케르초와 달리 2개의 트리오는 연이어 나타나고, 그 뒤에는 함께 겹쳐서 연주된다. 끝 부분에서 ‘꽃’과 ‘동상’의 주제가 나타난다.


제5악장 별들의 피의 환희 (Joie du sang des etoiles)

‘엑스타시 속에서 외치는 소리’ 같은 이 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로 되어 있다. 트리오 부분의 복잡하고 흥분된 리듬은 스케르초 재현부까지 흔들어 놓는다.  


제6악장 사랑의 잠의 정원 (Jardin du sommeil d'amour)

메시앙의 설명. “사랑하는 두 연인은 사랑의 잠에 빠져 있다. 그들에게서 하나의 풍경이 펼쳐져 나온다. 그들을 에워싼 정원은 ‘트리스탄’이다. 그들을 에워싼 정원은 ‘이졸데’다. 정원은 빛과 그림자, 나무와 새로 핀 꽃, 멜로디를 노래하는 밝은 빛깔의 새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망각이 찾아온다. 연인들은 시간 바깥에 있다. 그들을 깨우지 말자.”


제7악장 투랑갈릴라 2 (Turangalila 2)

이 악장은 고통과 죽음을 표현한다. 피아노 카덴차에 이어 주제가 나오면 옹드 마르트노와 트럼본이 연주하는 두 개의 패시지가 서로 만나는데, 이것을 메시앙은 ‘부채가 열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악장 끝 부분에서 같은 패시지가 뒷걸음치듯 나타나는 대목은 ‘부채가 닫히는 것’이다. 리듬을 타고 달려가던 악기군이 탐-탐의 강력한 타격에 의해 한꺼번에 운동을 멈추는 ‘화음의 주제’ 대목은 불길한 느낌이다.


제8악장 사랑의 전개 (Developpement de l'amour)

여기서는 모든 주제가 다 등장하는데, 특히 ‘사랑의 주제’가 큰 역할을 한다. ‘사랑의 주제’는 다른 주제 사이에서 나타날 때마다 점점 더 길고 강하게 환희를 폭발시킨다. 메시앙에 따르면 “트리스탄-이졸데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초월했고, 마침내 교향곡 전체의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제9악장 투랑갈릴라 3 (Turangalila 3)

첫 주제를 활용한 변주곡이다. 첫 주제는 두 번 나타난다. 타악기 주자들은 이 악장 내내 매우 복잡한 리듬을 연주한다.


제10악장 피날레 (Final)

소나타 형식. ‘사랑의 주제’를 빠르게 변형시킨 제2 주제가 이어진다. ‘사랑의 주제’는 코다에서 느리게, 의기양양하게  다시 나타난다. 


 

# 악기 소개 : 옹드 마르트노

옹드 마르트노(Ondes Martenot, 프랑스어: ondes musicales)는 전기의 작동으로 금속선이 진동하여 소리를 내는 전자 악기의 하나이다. 프랑스의 음악가 모리스 마르트노가 1928년에 발표한 전자 악기로 외관은 첼레스타를 닮은 소형 건반악기이다. 진공관 발진회로를 이용하여 2개의 고주파의 울림을 합성하여 가청음역(可聽音域)의 저주파진동(低周波振動)을 일으키고, 속에 갖추고 있는 축전기(蓄電器)의 용량을 변화시켜서 주파수, 즉 음높이의 변화를 얻는다. 대형악기로서 7옥타브에 이르는 피아노식 건반은 음을 내기 위한 스위치이며, 건반악기로서 가락을 연주할 수 있다. 이 건반은 또한 자의 눈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건반의 앞에 특수한 리본이 장치되어 있어 거기 붙어 있는 고리로 이것을 미끄러뜨리면 눈금 즉 건반이 가리키는 음높이에 따라 자유로운 연속적 글리산도를 연주할 수 있다. 음은 증폭되어 스피커에서 발음되며 스피커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각기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선택과 조합에 따라 음빛깔의 변화를 가질 수 있다. 구조상 화음을 연주할 수는 없으며, 전적으로 단음의 가락을 연주하나 다른 악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음빛깔과 효과가 있다. 특히 프랑스계 작곡가에게 많이 쓰이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의 음악에도 사용된 바가 있다. 고스트 버스터즈, 8대 장군 요시무네, 아크 더 래드 등을 들 수 있다.


# 이상의 곡 설명은 메시앙이 <나의 작곡기법 >을 통해 직접 상세히 직접 설명한 것을 인용하였다.

# 이 곡 전반에 걸친 작곡가의 자세한 설명이 인용되어 있는 인터넷 블로그가 있어 첨부한다.

http://sound.or.kr/bbs/view.php?id=music5&no=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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