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주파수’에 오염된 당신의 귀를 맡겨라!
Sublime Frequencies
혹시 재미있고 자연스러우며 때로는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음악을 원하시는지? 하나의 곡이나 한 장의 앨범 또는 한 장르 안에서 다양한 음악적 즐거움을 맛보기는 힘들 것이다. 오늘은 바로 세계 구석구석을 녹음기를 들고 탐험가의 정신으로 녹음한 음원들을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삼고 있는 독창적인 레이블을 소개하려 한다. 이름 하여 ‘고상한 주파수’라는 뜻의 Sublime Frequencies (홈페이지). 부족한 글이나마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살고 있다는 이유로 필자의 글을 관심 있게 읽어주고 소개한 음악들을 찾아 감상하기도 하는, ‘락락’ 코너의 모든 동지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이 레이블을 소개하려 한다. 좋은 팁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우선 이 레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일반적인 웰 메이드 음악의 범주를 좀 벗어난 사운드들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Rajasthan Street Music’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바로 들어볼 수 있음). 북인도 라자스탄 지역을 직접 발로 누비며 필드 레코딩을 통해 제작한 이 음원을 들어보면 라자스탄 거리의 여러 공간들의 소음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어 마치 인도여행 중인 현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듯 생생한 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자랑하는 ‘숭고한 주파수’의 곡들은 깨끗하고 조용하고 심하게 가공된 믹스를 거친 스튜디오 레코딩의 음원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음악시장은 물론 전 세계가 점점 거대 자본들에 의해 단일화되고 균질화 되어가는 추세에 이런 소박하며 생생한 사운드를 통해 다양한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으로 크게 다가온다. 인터넷의 장점으로 인해, 일반인들은 평생 가보지 못할 세계 도처의 오지의 음악과 사운드를 이제는 그냥 들어볼 수 있는 시대 아닌가? 낮선 나라의 마이너리티 인디 팝, 그리고 그들의 지형에서 자연스럽게 잉태된 그들만의 오리지널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다른 언어와 문화의 사소하고 큰 뉘앙스의 차이가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나는지 알게 해주는 음악인류학적 자료를 탐색하는 것과 같다. ‘숭고한 주파수’가 제작하여 제공하는 음악들은 오리지널만이 안겨주는 신선함과 독창성이 각 앨범마다 잘 살아 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동남아시아의 깊은 숲과 들에서 녹음한 수많은 잠자리들과 벌레들의 사운드를 장장 40여 분 동안 제공하기도 하는데 (Brokenhearted Dragonflies: Insect Electronica From Southeast Asia: 링크) 이 사운드는 제대로 좋은 스피커(비싼 스피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소리 음역대 밸런스가 제대로 잡힌 스피커 또는 헤드폰이나 이어폰)를 통해 감상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압권이므로 꼭 들어보시기를 강추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운드도 제공하는 레이블의 이름이 왜 ‘숭고한 주파수’인지, 직접 감상 해본다면 좀 이해가 될 것이다. 이들은 주로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그리고 서아프리카 및 중동의 도심과 깊은 시골 마을은 물론 국경을 초월하여 민속 음악, 팝(Pop)은 물론 때로는 사운드 콜라주 음원을 제작하기도 한다. 많은 음악은 ‘숭고한 주파수’ 레이블의 가장 큰 특징이 될 필드 레코딩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음악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놓여있는 진귀한 음원을 녹음하려는 이들의 레이블 운영 철학에 기인한다. ‘숭고한 주파수’는 한 음반 당 최대 1000장 이상은 발매하지 않는 것으로 원칙을 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숭고한 주파수’ 사이트에 아티스트 회원으로 등록하면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음악 작품을 밴드 캠프에 등록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판매도 가능하다. (링크) 여러분 컴퓨터의 즐겨찾기에 ‘숭고한 주파수’ Sublime Frequencies를 등록하시고 자주 찾아 듣다 보면 여타의 잘 만들어진 음원들이나 K-Pop은 어느덧 싱겁게 느끼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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