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 몸 속을 아는 것이 먼저
아난아, 너도 이와 같느니라. 너의 신령스런 마음이 모든 것을 분명하게 아나니, 만약 너의 그 분명하게 아는 마음이 몸 속에 있다면 그때에 마땅히 몸 속의 것부터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 중생이 먼저 몸 속을 보고 난 다음에 밖의 물건을 본다더냐?
비록 염통·간·지라·밥통은 볼 수 없으나 손톱이 자라고 털이 자라며 힘줄이 움직이고 맥박이 뛰는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하는데 어찌하여 알지 못하느냐? 이렇듯 몸 속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밖을 안다고 하겠느냐?
- 불교간행회 편, 『능엄경』, 2014, 민족사, 18쪽
살면서 화가 나는 일이 겨우 한두가지일리는 없다. 음…, 내 경우를 생각해 보자면, 최소 하루에 한번은 가볍게 화를 낸다. 그러니까 그 정도는 말 그대로 ‘최소’인거고, 좀 잦다 싶은 날에는……, 뭐 하루 종일 화가 난 상태이거나, 화낼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일 때도 있다.
민족사 <불교경전> 시리즈, 『능엄경』
화를 내는 건 마치 삽질하고 비슷하다. 땅을 막 판다. 화가 날수록 더 깊게, 오래 판다. 그렇게 파놓은 곳에 곧 우울감이 들어차게 된다. 원망스럽고, 내 신세가 분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때, 가장 크게 불행한 느낌이 든다.
아난이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 마치 방 안에 등불을 켜 놓으면 그 불빛이 반드시 방 안을 먼저 비추고 난 뒤에 방문을 통하여 뜰과 마당을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중생들이 몸 속은 보지 못하고 몸 밖만 보는 것은 마치 등불이 방 밖에 있어서 방 안을 비추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 같은 책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는 건 아난존자의 말과 같은 뜻이다. 원망스럽고 분하지만, 내가 어떤 마음을 품었던 것인지는 이미 잊은지 오래다. 저 바깥에서 나를 괴롭혔을 뿐, 나는 아무 허물이 없다고 여긴다.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 나는 나에게 어떤 큰 능력 하나가 주어진다면, 잘 싸우고, 나아가 싸워서 바꾸는 그런 능력을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잘 참고, 잘 참아서 원망과 분기를 언제든지 가라앉힐 수 있는 능력이 있기를 원한다. 보너스로 한가지 더 골라보아라 한다면, 그렇게 가라앉히고 금방 거기에서 떠나 다른 즐거운 것에 몰두할 수 있는 ‘결별의 능력’ 같은 것이 있기를 원한다. 말하자면 ‘바깥’보다는 나의 ‘안쪽’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세상과의 ‘격리’를 의미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작은 등불이 방안을 빛으로 가득 채우는 것처럼, 내 몸 속을 훌륭하게 돌보면, 내가 맺고 있는 네트워크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면 그만 아닌가. 세계가 변한다면, 그렇게 밖에 안 변한다고 믿는다.
능엄경 - 불전간행회 엮음/민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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