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터키 속담왕 에네스도 울고 갈 『임꺽정』 속 속담 대방출!!


속담,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너미룩내미룩', '가리산지리산', '뻑쓰다', '왕청 뜨게' 등 지금은 사라진 질펀한 구어들이 대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이 말들을 써 보고 싶어 혓바닥이 근질근질할 지경이었다.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인트로, 15쪽


네, 저도 저 기분 압니다. 고미숙 선생님(이하 ‘곰샘’)이나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어떤 책을 읽고 거기에 나온 말이나 행동을 따라해 보고 싶어서 “혓바닥이 근질근질”하고 좀이 쑤셨던 것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특히 사투리와 육두문자(;;;)에 홀릭을 하였었는데, 특히 욕에 대해서는 한 단어, 한 단어 사전에서 찾아가며 그 뜻을 익힌(?) 덕분에, 아주 신중하게 써먹었답니다. 지금 제 입을 “마구 난 창구멍”(『임꺽정』에서는 6권 102쪽에 처음 나오는 말로, 되는 대로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말합니다. 예: “저 자식의 아가리는 마구 난 창구녕이야”)으로 여기시는 많은 분들께, 저는 조심한 게 이 정도라고, 이 자리를 빌려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편,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읽고는 꼭 전라도 사투리를 써보고 싶었었지요. 단순히 조사나 어미가 아니라 정말 지역민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단어를 써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알아들을 만한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요. 하지만, 때는 왔습니다! 마침 전라남도 해남에서 나고 자라셨던 외할머니가 오셨던 것입니다. “엄마 올라믄 멀었냐?” “아따, 당아 멀었당께.” “오메, 워찌 그런 말을 다 아냐?” “다 책에서 배웠지라.”(^^) 아, 마치 네이티브 스피커라도 된 것 같은 이 뿌듯함(참, ‘당아’는 ‘아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다고 “금이 쏟아지나, 은이 쏟아지나”(『임꺽정』 9권 307쪽에 나오는 말로 해봤자 아무 이득이 없는 일을 나무랄 때 쓰는 말이지요. 요즘엔 “돈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로 많이 쓰지요) 하시겠지만 그래도 전 그런 게 참말로 재미있었답니다. 





그러니 저도 당연히 곰샘처럼 『임꺽정』의 말들을 써먹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요. “살찐 놈 따라 붓는다”(실속없이 남이 하는 짓을 무리하게 모방하는 것을 말합니다. 8권에 있습니다)는 말도 있지만, “배운 도적질”(버릇이 되어 버린 일은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4권 196쪽에 나와요~)이니까요, 후훗. 좌우간 그 어느 날, 한 친구에게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어찌어찌 연락이 닿았는데, 다시 시작해볼까 어쩔까 하며 “손톱 여물을 썰다”(걱정을 품고 혼자만 애를 씀. 8권에 나옵니다)가 저한테 연락을 한 것이었지요. 이런 경우 대개 저는 ‘한번 깨진 쪽박은 백 날 천 날 이어 붙여 봤자 깨진 쪽박’이라며 평소 약에 쓰려 해도 찾아볼 수 없는 적극성을 발휘하여 뜯어말리곤 하는데, 그날은 저도 모르게 “서방과 무쇠솥은 새것이 언짢다”(1권 115쪽)는 말을 하고 있지 뭡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실은 그들의 연애사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어쩌자고 저런 말을 했는지(;;;). 그저 저 말 한번 써 보고 싶어서 그만……. 그…그래도 지금 결혼해서 잘 사는 걸 보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구요.^^ 하기야, 자기들 좋으니까 결혼도 하고 했겠지요. “천이 천소리 하고, 만이 만소리 한들 소용이 있나”(남들이 아무리 말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음. 5권 169쪽)요(호홋). 제가 평상시처럼 말려 봤자, “말만 귀양 보낸”(상대방의 반응이 없어 기껏 한 말이 소용없이 됨. 7권) 꼴이 되었겠지요.  


여기까지 쓰다 보니 참 별 말도 아닌 것을 “오뉴월 쇠불알 늘어지듯”(행동이 축 늘어져 활발하지 못함. 6권 230쪽) 늘어놓았네요(;;;). “사당 치레하다가 신주 개 물려 보낸”(부수적인 것에 힘을 쓰다 실질을 잃음. 7권) 꼴이라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만… 뭐, 어쩝니까. 요기까지가 제가 할 수 있는 한계인 걸요, 흑. 좌우간 허접한 글이긴 하나 이번 포스팅은 터키의 속담왕 에네스 카야에게 바칩니다. 같은 속담형 독설가로서 “맘 좋은 년 시애비가 열둘”, “열 계집 마다하는 사내 없다” 등 한국형 빨래터 속담을 전수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하늘에 방망이 달”(불가능한 일이라는 뜻. 7권) 일이겠지요. 그래도 혹시 “뜨물에도 아기가 설지”(가당치 않은 일이 혹시 성사될 수도 있음. 일이 여러 날 지연되기는 해도 반드시 이루어짐. 9권 252쪽) 모르는 일이니 희망을 가져 볼랍니다! 




에네스, 이 글 보면 우리 페북(https://www.facebook.com/bookdramang)에 댓글 남겨요. 누나가 『임꺽정』은 못 줘도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은 한 권 줄게요. 내 JTBC 앞으로 가리다. 책 받으러 올 때 독일 다니엘 데리고 나오는 거 잊지 말고!(^^;;)


* 인용된 속담의 권수와 쪽수는 『임꺽정』(사계절출판사) 4판의 것입니다. 참 빨리 알려 드렸지요? 죄…죄송;;;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 10점
고미숙 지음/북드라망
임꺽정 - 전10권 세트 - 10점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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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노지 2014.10.08 08:21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속담을 많이 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ㅎㅎ

    • 북드라망 2014.10.08 14:18 신고 수정/삭제

      저도 그래서 속담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ㅋㅋ

  • 나물 2016.04.22 08:39 답글 | 수정/삭제 | ADDR

    꺄악~~ 저와 비슷한 욕구를 가지셨으되 저로서는 엄두도 못내본 실천력을 가진 당신은 누구세요? 하긴 저는 속담보다는 글 속에 묘사된 음식들의 자태에 강력히 홀릭하는 쪽인데요. 그래서 책만 읽고 나면 엄청난 시장기를 느끼면서 그 비슷한 음식들을 찾아 해먹었어요. 언어와 음식은 모두 입으로 통하긴 합니다만ㅡ.,ㅡ 속담을 써보고 싶은 욕구에 져 내용을 포기하다니.. 입이 떡 벌어지게 감탄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