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절한 한문 선생님, 우응순 선생님의
<낭송Q시리즈 시즌 2>를 위한 한문문형특강
바로 그제, 4월 20일 수요일에 낭송Q시리즈 시즌 2, 샛별편과 원문으로 읽는 디딤돌편 출간을 기념하여, 낭송Q시리즈 시즌2를 감수해주신 우응순 선생님의 한문문형 특강이 있었지요. 우응순 선생님은 감이당과 남산강학원에서 모든 한문 고전 강의를 ‘독점’하고 계신, 한문공부의 대 스승님이십니다. 워낙 수업을 재미있게 하셔서 우응순 선생님의 수업은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듣고 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지요. 하하하^^
_독자님들을 위해 저희가 준비한 약식과 우응순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과일. 접수대가 꽉 찼습니다!
이번 특강은 『낭송 천자문/추구』, 『낭송 대학/중용』, 『낭송 명심보감』에서 유명한 구절들을 뽑아, 그 문장들을 바탕으로 한문 원문을 읽는 법을 알려주자~였습니다. 그렇지만 한문의 세계는 너무나 무궁무진한 것! 『천자문』의 첫 구절을 강의해주시는 동안만도 글자의 의미를 설명해주시기 위해 『노자』, 『주역』, 『중용』이 거론되었지요. 아아, 시간이 모자라 『낭송 명심보감』의 문장들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안타까워하셨지만, 강의를 듣고 있던 제가 더 아쉬웠습니다.
_‘친절한’ 한문 선생님, 우응순 선생님의 한문 수업의 재미 중 하나는 한문의 출전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천자문』 수업을 듣고 있는 도중에도 『노자』도 다녀오고, 『주역』도 다녀오고 그런답니다.
각 책들로 넘어가기 전마다 낭송팀이 나와서 낭송을 해주셨습니다. 『낭송 천자문/추구』를 낭송해주신 민태연 선생님, 『낭송 대학/중용』을 풀어 읽어주신 김벼리 선생님도 낭송팀에 포함되어 계셨지요.
<낭송Q시리즈> 시즌 2, 샛별편의 1권 『낭송 천자문/추구』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천자문』. 한문은 잘 몰라도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은 모두들 알고 있지요. 이런 식으로 뜻과 음을 먼저 외우는 것이 전통적인 천자문 공부법이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네 글자씩, 여덟 글자씩 짚어나가는 것이었지요.(그렇지만 그 뜻은 왠지 기억이 없고... 하하하;;;)
강의를 살짝 맛보자면, 천자문의 첫 문장은 ‘천지현황, 우주홍황(天地玄黃 宇宙洪荒)’입니다. 연암 박지원이 그랬답니다. '이러니까 애들이 천자문 공부를 안하지.' 왜 그런 말씀을 했는고하면, 예를 들면 서당에서 ‘현’자의 뜻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지요. 옛날에도 서당에서 배우기 시작할 때 천자문은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이렇게 외우고 시작했답니다. 그걸 해석해보면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다'는 말이지요. 하늘이 검다니, 하늘이 컴컴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지 요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거지요.
사실 ‘현(玄)'자는 '검다'는 뜻도 있지만, ‘현묘하다’는 뜻도 있지요. 이것은 『노자』에서 나왔던 단어로, 현묘하다 즉 '그 뜻을 다 알 수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황’자도 땅이라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중(中)의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주역』에서 황(荒)이라는 글자가 나올 때마다 중(中)과 정(正)이라는 의미로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말 안에는 '하늘은 현묘하여 그 뜻를 알 수가 없고, 땅은 중정하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이지요. 고작 『천자문』 딱 네 글자를 강의 하셨을 뿐인데도, 의미가 갑자기 아주 넓어집니다. 『천자문』은 글자를 배우기 위한 기초교과서이지만, 한편으로는 동양의 철학과 역사를 꿰뚫을 수 있는 아주 깊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과서인 것이죠. 일단 배우기 시작할 때는 그 단어들을 외우는 걸로 시작을 하고, 그 다음에 이 깊은 의미들을 배우게 했다고 합니다.(하지만 어릴때 외운 것이 지긋지긋해서 커서는 절대 안 보게 되는 것이 주입식 교육의 문제인데... 혹시 조선시대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하하하)
_우응순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천자문』과 『추구』를 듣고 있노라니, 그 원대한 세계에 접속해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들었습니다.
우응순 선생님께서는 수업을 하시는 동안에 점점 살아나신답니다. 목소리도 명쾌하시고 설명도 막힘없이 해주시고, 수업하시는 동안에도 『주역』과 『맹자』같은 것을 막 왔다 갔다 하시는 것이 참으로 멋지시지요. 수업을 듣다 보면 막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필기를 하고 있고, 고전 공부가 너무 멋있게 느껴집니다. 그걸 사진과 글로 온전히 전해드리기가 너무 어렵네요. 특히 『추구』에서 도연명의 「사시(四時)」를 설명해주시면서 그 글자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해주실 때는 한문시가 가진 멋을 실감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문 공부에 관심이 있으시고 기회가 되신다면 감이당과 남산강학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우응순 선생님의 수업을 찾아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주역 강독-<주역> 읽기-이라던가, 맹자-[2016년 트랜순] 지금은 맹자를 읽을 시간-도 있습니다.)
-수업, 놓치지 않을 거예요!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夏雲多奇峯 (하운다기봉)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봄 물은 사방의 연못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에 많다.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겨울 산고개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다.
- 「사시(四時)」, 『낭송 천자문/추구』, 185쪽
_여기, 여기 외로운 소나무입니다.
선생님도, 저희도, (아마도) 독자님들도 문장 강의에 빠져 잊고 있던 단 한 가지. 저희 특강 제목이 한문문형특강이었다는 사실! 선생님께서 중간에 40년 한문 공부의 노하우를 알려주셨습니다. 옮겨보자면 하나, 원문을 읽으면서 해석이 같이 갈 수 있게 연습할 것. 둘, 문장 속에서 동사를 찾아낼 것. 한문 문장은 위치가 품사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해석을 위해서는 꼭 동사를 찾아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번역의 순서를 맞게 번역해 버릇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순서를 아무렇게나 하면서 번역하면 안 된다는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번역과 원문을 아무 생각 없이 대조해서 보면 절대 한자가 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한글 번역을 볼 때는 그 원문의 맥락을 파악한다고 생각하고 읽고, 원문을 읽을 때는 원문에 집중해서 보아야지, 원문과 번역을 왔다 갔다 하면 몇 년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왠지 글로 옮기다보니 알쏭달쏭해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그날 강의를 들으셨던 독자님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아시겠죠? 그날 강의는 뭐랄까~ 저에게 문형특강이라기보다는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붙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왠지 저의 책장에 꽃혀있는 『천자문/추구』가 막 빛을 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
_중국은 책을 세 번 뚫어 엮는 삼침법, 조선은 4번 뚫어 엮는 사침법을 쓰는데 중국책을 수업해 오는 경우에는 수입하면서 구멍을 하나 더 뚫어 사침법으로 바꿔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낭송 대학/중용』도 표지가 사침법이라며, 알고 한 것 아니냐는 우응순 선생님. (네, 선생님. 저희가 그렇게 치밀 합니다, 암요^^;;;)
_『대학/중용』강의를 하시는 동안 빼곡해진 칠판.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끝날 때 쯤 "수업 내내 한문을 많이 써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한문 수업이었는걸요. 당연한 일이지요.
이렇게 고전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불이 붙고 있을 때! 그 불길을 이어가줄 행사가 준비되어 있지요. 며칠째 저희 블로그 오른쪽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제 2회 고전낭송Q 페스티벌이 그것입니다. 제 2회 고전 낭송Q 페스티벌이 어느덧 다음 주가 되었습니다. 4월 30일 토요일 낮 2시입니다. 필동 깨봉빌딩 2층, 감이당에서 열릴 예정이니 참가 신청을 하지 않으셨어도, 꼬옥 구경 오세요. 낭송 시범단들과 참가팀들을 통해 고전을 소리 내어 읽는 가장 다양한 방법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간식도 풍부하고, 배꼽 잡는 낭송들도 있으니 가족친구 손을 잡고 놀러오세요. 여기저기 숨어있는 북드라망 직원들께도 인사 건네 주시구요^^ 그럼 독자 여러분,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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