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 출판기념회
"백수 시간을 알차게 보낸 덕에 나온 책입니다."
지난 2월 2일, 길진숙 선생님의 새 책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 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길진숙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시는 남산강학원 & 감이당 학인들이 '오랜만'에 나온 길샘의 단독 저작을 이대로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며 잔치(?)를 준비하신 거지요. 이런 아름다운 자리에 저희 북드라망이 빠질 순 없지요. 저희도 책과 간단한(이라고 쓰고 풍성하다고 읽는) 이벤트를 준비해서 필동 깨봉빌딩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100% 수제 제작 포스터들이 저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인들이 길샘에게 보내는 축하 메세지들도 있었지요. 저희도 서둘러 준비해 간 포스터를 붙이고 북드라망 행사용 부스를 꾸렸습니다. 따끈따끈한 신간과 꽝이 없는 100% 출간기념 행운만 뽑기!
학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 "백수여! 영원하라!"
출간기념회이니 준비한 판매용 책은 단 한 종!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
정말 거짓말 안 하고 30분 정도 되었을까요, 준비한 책이 손에 꼽을 정도의 개수만 남고 팔려 버렸습니다! 정말 깜짝 놀랄 속도였지요. 다들 길샘의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셨던 걸까요? 저희가 준비해 간 신간뿐 아니라 '행운(만) 뽑기'도 오신 분들께서 많이 좋아해주셨는데요, 좋아해주신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이벤트를 준비한 보람을 느끼게 한 사건이 곧 발생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 길샘께서 뽑으신 상품이 바로바로바로~ USB메모리 였다는 것! 선생님의 원고를 안전하게 담아 줄 상품을 고르신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아, 역시 길샘은 (벗어날 수 없는) 소중한 북드라망의 저자시구나~ 하고 말입니다. (선생님, 다음 원고도 잘 부탁드립니다^^ 꼭 안전하게 저장하세요~)
선생님, 그 메모리에 다음 원고를 꽉꽉 담아주셔요~ 데햇~
곧이어 남산강학원의 대표이시자, 대표 연예인이자 대표 MC이신 문성환 선생님께서 진행과 축사를 맡아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길샘께서는 저희랑 많은 책을 내셨지만 '옮김'이나 '풀어 읽음'이 아닌 '지음'으로 내신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문성환 선생님께서 길샘의 약력을 무슨 정치인처럼 준비해서 읽어주신 데다가,『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가 실은 길샘의 '첫번째' 단독 저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하시는 바람에 길샘께서는 많이 당황하셨지만 덕분에 저희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식순은 문샘의 (위와 같은 ^^;) 개회식과 후배 학인들의 낭송, 퀴즈 이벤트에 이어 길샘께 책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퀴즈 이벤트의 상품은 바로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각 한 권씩. 여기서 잠깐 한 문제 내볼까요? 마지막 문제였는데요, "책에 나오는 4명의 백수 지성 가운데 김창협의 호는 무엇일까요?"입니다. 너무 쉽죠? 하지만 객관식이었습니다. 보기 1번은 '농협'이었지요. ^^;;;;
깨봉빌딩의 공식 대표 MC, 문성환 선생님께서 길진숙 선생님의 약력을 쭉 말씀하시면서 몇번이나 강조하신 말씀. "14년만에 나온 단독 저작입니다."
「처음의 나로 돌아가라! : 환아잠」부분을 낭송하고 있는 철현과 기범.
퀴즈 이벤트. 상품은 따끈따끈한 신간 세권입니다. 상품 타신 분들, 모두 축하드려요~
이벤트가 마무리되고, 곧 길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연구실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쓴 첫 단독 저작이라 길샘에게도 함께 공부하는 학인들에게도 그리고 저희에게도 모두 의미가 남다른 책이었지요. 선생님께서도 과거 공부하시던 것들로 아카데미를 갈 수 없다면 더 많은 것들을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백수로 지내시면서 더 다양한 공부들을 하셨었지요. 그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18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색다른 지성들에게서 백수라는 공통점을 발견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학인들과 함께한 18세기 지성사 세미나 덕분에 책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으셨구요.
길샘의 말씀이 끝나고, 깨봉빌딩의 주방지기 이취임식 후(^^;;) 사인회로 넘어가면서 출판기념회는 끝이 났습니다. 김창협, 이익, 이용휴, 홍대용, 길샘의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몇 명은 들어보지 못했을 이름들입니다. 다 선생님 덕분이지요. 마지막으로 책의 책머리에의 한 문장을 덧붙이며 후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백수로서 충만하고 활기차게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살수 있는 법을 단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즐겁게 ‘살고/놀았던’ 선배 백수들에 대한 벤치마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8세기 조선의 농암 김창협, 성호 이익, 혜환 이용휴, 담헌 홍대용은 행복한 백수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돈과 명예와 직위와 사회적 가치에 연연하지 않고 백수 생활을 충만하게 보냈다. 또한 이들은 백수의 시간을 인생역전의 기회로 삼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며 무지 바쁘게 살았다. 그리하여 농암은 18세기 노론 지식인의 정신적 지주로서 새로운 학문과 글쓰기의 물꼬를 틀었고, 성호는 재야의 경세가로서 사회 개혁의 기수가 되었으며, 혜환은 파격적인 글쓰기의 선구자로 소품문의 진수를 선보였고, 담헌은 천체 과학자이자 자유로운 여행객으로 세계와 청나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들에게 백수는 자유이자 창조와 같은 말이었다. 18세기 지성의 힘은 이 백수생태학에서 출현했다. 백수로 사는 법을 연마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지성의 힘도 이 백수생태학에서 나오지 말란 법은 없으리니.
- 길진숙 지음,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 북드라망, 2016. 10~11쪽
'백수로 사는 법을 연마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 분들이 사인을 받고 나서도 또 다른 줄이 생기고, 생기고, 사인회줄은 끝나지 않았답니다. 길샘, 화이팅!
『18세기 조선의 백수 지성 탐사』 책으로 만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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