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입니다,
강선우 솊, 그는 정말 양기남일까요?
안녕하셔요. 편집자 k입니다. 웬만해서 최신 드라마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저이지만, 이번 아이템은 뭔가 누군가에게 빼앗기기(?) 전에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지요. 이번 드라마는 조정석, 박보영, 김슬기 주연의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입니다. 8월 8일까지 12부를 찍었으니 아직 4회차가 더 남아 있는, 팔딱팔딱 싱싱한(?) 드라마입죠.
귀신 중에서도 가장 한이 깊다는 처녀귀신이 ‘오 나의 귀신님’인데요. 멜로드라마와 기억상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설정이라 그런지 이 처녀귀신 김슬기(신순애 役)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처녀귀신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은 참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처녀귀신이기에 그 한을 풀어야만 저승으로 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 ‘한’이라는 것은 남자와의 ‘하룻밤’을 경험하는 것!(물론 이것 말고도 성불이라든가 천도재가 있는데, 아시다시피 성불은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옵고 천도재는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이라며 김슬기가 거부합니다). 그리하여 이 처녀귀신은 ‘쭉쭉빵빵’한 여자들의 몸을 빌려(빙의) 남자들을 꼬여내어 어떻게 좀 ‘해볼라고’ 하면, 키스만 했을 뿐인데도 남자들이 이 처녀귀신의 음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나가떨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죽은 후 3년 안에 저승으로 가지 못하면 악귀가 되어 음험한 사람들에게 붙어 악을 종용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
한편, 이승에는 잘나가는 스타 솊(셰프), 강선우(조정석 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레스토랑에는 주방보조 막내 나봉선이 있지요. 나봉선은 본인이 원치 않는,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어 밤에는 귀신에 시달리고 낮에는 꾸벅꾸벅 조느라 정신을 못 차립니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수가 없지요.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쭈구리’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나봉선(박보영 분)의 몸에 신순애가 빙의되는데, 신순애의 성격은 이 나봉선과 완전 반대. 더구나 신순애는 ‘한풀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에 나봉선의 몸을 가지고 레스토랑 선배들이고 뭐고 마구 들이대기 시작합니다. 모텔촌 앞에서 1시간만 쉬었다 가자고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거나, ‘오빠 나, 오빠 집!’ 하며 매달리지만, 이 나봉선 캐릭터가 워낙 성적 매력이 없었던 탓인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맙니다(이것도 참 미스터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흠흠).
그런 가운데 일이 되려고 그런 것인지, 강선우가 감기로 정신이 비몽사몽한 가운데, 자신이 대학생 때부터 짝사랑했으나 친구의 여자가 되었고, 지금은 친구의 죽음으로 혼자가 됐으나 썸도 아니고 뭐도 아닌 애매한 관계의 여자 박정아(이소형 역)로 봉선(신순애가 빙의한)을 착각하고 입을 맞추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만상에나, 멀쩡한 겁니다. 귀신과 뽀뽀를 했지만 저체온증으로 나가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을 번쩍 차리고 바로 봉선(-순애)을 밀쳐낸 강선우를 순애가 놓칠 수가 없지요. 자신과 입을 맞춰도 멀쩡한 강선우가 자신의 한을 풀어줄 양기남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봉선(-순애)는 본격적으로 솊에게 (유부녀인 저조차 입에 담기 민망하게;; 흠흠;;) “한 번만 하자”고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런저런 로맨스가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한 번만!
그런데 말입니다(김상중 버전). 강선우 솊, 그는 정말 양기남일까요? 이 드라마는 순애와 뽀뽀를 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강선우가 양기남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나름 이론적 근거를 깔아놓지요. 그 사실은 강선우의 엄마 역의 신은경을 통해 밝혀지는데요, 아주 어린 나이에 남자에게 빠져 강선우를 갖고 아예 결혼을 해서 딸까지 낳았는데 남편은 저세상으로 가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하는 성미라 끝까지 공부를 하고 대학교수가 된 신은경은 무속인, 역술가 등의 ‘단골’입니다. 드라마 첫회에 등장해서 ‘양팔통’(陽 八通) 사주에 귀문관살까지 있는 사주인데 올해는 특히 물을 조심해야 하느니 어쩌느니 하며 아들에게 당부를 합니다. 믿으실랑가 모르겠지만 ‘양팔통’이라기에 정말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저는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이옵니다. 이런 전문용어가 나오다니, 작가가 공부 좀 하였나 보네, 하면서요.
그럼 양팔통이란 무엇이냐, 바로 사주의 원국이 모두 양(陽)의 글자로만 이루어진 경우를 말합니다. 천간은 갑, 병, 무, 경, 임으로 지지는 자(양팔통을 따질 때는 원래 음양대로 양으로 보는가 봅디다;;), 인, 진, 사, 신, 술의 글자로만 되어 있을 때지요. 양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은 이 사주의 특징은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적인 기운이 강하기에 적극적이고 도전적입니다. 때로는 나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며, 남에게 지배받기보다는 남을 지휘하고 싶어 합니다. 응집되기보다는 밖으로 분출하고 발산하는 기운이기에 그렇지요. 또 둥둥 떠다니는 양의 기운답게 가볍고 명랑하기도 합니다. 원국이 극단적인 만큼 운에 따라 인생도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럼 강선우가 진짜 양팔통 사주냐 고것을 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저에게는 신순애가 강선우와 어찌저찌 해서 저승으로 가느냐 마느냐보다 더 궁금하고 애가 타는 문제였는데요. 아주 싱겁게도, 그 의문이 풀려버립니다. 점집 투어가 취미인 신은경은 어느 날 무속인 ‘서빙고’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줌마의 직업적 전문성과는 별개인 인간적 매력에 신은경이 푹 빠지게 되고, 그러면서 당연히 아들에 관한 것을 묻게 되지요. 서빙고 아줌마가 강선우 솊의 신수를 풀기 시작합니다.
“계해년, 계해년 생이라……”
오잉!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한순간 역시나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양팔통 사주는 개뿔. 1983년 입춘 이후부터 1984년 입춘 전까지 태어나신 분들, 명심하셔요. 이런 분들은 운명적으로 양팔통이 되실 수 없습니다. 혹시 어디서 양팔통 사주라고 하시면 그 분을 한번쯤 의심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계(癸)는 음의 천간, 음간이지요. 그래서 월주, 일주, 시주가 모두 양이라고 해도 연주가 계해라면 양팔은 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세 살 어린 병인년 생이라면 좋았으련만……, 흑. 좌우간 양팔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서 그런지 자꾸 제 눈에는 ‘그러면 그렇지, 양팔이라면 저럴 리가 없지’ 하는 것들만 눈에 보입니다. 양팔인데 친구가 먼저 찍은 여자라고 해서 말 한마디 하지도 못하고 뱅뱅 맴돌기만 하다가, 친구가 없어졌는데도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하며, 지금은 봉선(-순애)과 목하 열애 중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한번 하자”는 봉선(-순애)을 끝내 뿌리치는 것도 좀 그렇고 말입니다. 양팔통의 화끈함보다는 예민하고 섬세한 캐릭터가 강선우에게는 입혀져 있지 말입니다.
비록 강선우가 양팔통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저는 성실하게 이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아! 조정석!’ 하면서요.^^(아오, 아주 매력남입디다!!) ‘양팔통’ 양기의 힘이 아니라 해도 순애를 천도해 줄 수 있는 기운이 우리 ‘솊’에게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저는 끝까지 이 드라마를 볼랍니다(멜로드라마니까 精이 아니라 情으로 해결되겠지요;;; 精과 情의 차이는 저희 북드라망 독자님들은 아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좌우간 이 드라마의 설정대로라면 양기남은 귀신을 하늘로 보내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파워를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넘치는 양기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양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잘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드라마 극장 때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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