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계속 보게 되네
마성의 드라마 <연애시대>
(제목과 내용은 별 상관이…^^;;)
안녕하셔요, 편집자 k입니다. ‘편집자 k의 드라마극장’을 쓴 지도 어언… 뭐, 아무튼 오래되었지요. 그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던 드라마도 있었고, 차마 저의 손이 닿아 괜한 누가 될까 두려워 끼적거리다가 만 드라마도 여러 편이었습지요. 그중 베스트는 2006년에 방영되었던 <연애시대>입니다! 일본 소설(노자와 히사시 作)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는데 한국에서 먼저 드라마로 방영되었었고, 일본 버전은 얼마 전 6월 중순에 종영을 했네요. 저는 이미 한국판 <연애시대>를 통해 드라마로부터 비롯되는 오욕칠정의 절정을 맛보았기에 일본판은 그리 기대가 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조만간 보기는 할 계획입니다.
방영 당시에도 저는 이 드라마를 정말이지 틈나는 대로 보았었는데, 지금까지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꼭 챙겨서 봅니다. 이혼 후에도 심리 및 지리적으로 멀어지지 못한 (구)부부(감우성|이동진 역 & 손예진|유은호 역)가 같은 마음과 동네를 맴돌며 생겼던 사건과 사연을 그린 이 드라마는 박연선 작가(<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명작도 쓰셨지만 잘 모르실 것이고;;,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쓰신 분입니다)에 한지승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 부인인 노영심이 음악을 맡고(엔딩크레딧에 ‘음악 노영심’으로 되어 있는 걸 보고 혼자 또 빵 터지고 그랬었었지요;;;), 그 덕분인지 카메오로 김현철(개그맨 아니고 가수요~), 이문세 아저씨가 나오고……, 아무튼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특히 서점 직원분들은 정말 어디서 그런 분들을 캐스팅했는지! 정말 짱이었습니다!), 극본, 연출, 음악, 카메오까지 정말이지 어디 하나 빈 데가 없는,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저의 왼쪽 손목을 걸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둘의 접선(?) 장소인 동네 던킨도너츠! 아, <연애시대> 본방 당시에 던킨도너츠를 얼마나 많이 사먹었던지!
처음 저를 이 드라마로 이끈 분은 단언컨대, 감우성! 저는 이 분이 남자배우 최초로 생리대 광고모델을 하던 시절부터 호감이 있었기에 감우성이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로 <연애시대>를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연기를 잘했던, 후일의 빵꾸똥꾸 진지희(조은솔 역|은호의 친구 미연의 딸이자 동진과 부녀 관계가 될 뻔했던 사이)가 보고 싶거나 “하느님한테는 내가 같이 용서를 빌어 주마. 행복해져라 은호야” 하던 김갑수(유은호의 부친 역)의 목소리가 떠오를 때나 양치질을 하던 유지호(이하나|은호의 동생)가 공준표(공형진|동진의 친구)에게 전활 걸어 “나 닥터 공 좋아하는 것 같애요” 하면 공준표가 “어, 그래. 알았어. 끊어” 하는 장면이 보고 싶거나 (네;; 제가 좀 취향이;;;)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한 하재숙(나유리 역|은호·동진의 친구)이 (알고 보니) 펀드매니저 정우성 씨(극중 이름)에게 운동 방법을 알려주던 장면이나 해물찜 양념의 비결을 묻는 유경(문정희|동진의 첫사랑)에게 “거시기… 스(서)산 육쪽마늘인디요” 하던 동진과 은호의 단골 술집 사장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거나(제가 진짜 좀 이상하죠^^;;;) 할 때 다시 정주행에 들어가기도 하곤 했더랬지요.
올해의 정주행은 처음으로 서태화가 연기한 정윤수라는 캐릭터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호의 학교 교수님이자 은호와 어찌어찌 러브라인이 형성될 뻔하였으나 결국 전처에게 돌아가게 된 인물인데요. 참으로 순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사람 가슴을 치게 하는 답답한 캐릭터라서 별다른 애정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튼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이 나무랄 데 없는 신사는” 물속에만 들어갔다 하면 돌변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짠한 캐릭터로요(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느라 얼굴은 있는 대로 찌푸리고 콧속에서 물방울이 방울방울 배출될 때는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참 그렇습니다. 흑). 은호가 일하고 있는 스포츠클럽에서 수영을 하고는 있지만 ‘물 공포증’이 있어 처음엔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태였으나 지금은 물속에서 허우적대기는 하고 있습니다(그래도 몸은 좋습디다!+.+ 응?). 그런 그 사람이 저절로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엔가 제가 스쿼시 연습장에서 물속의 정윤수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때 말입니다(스쿼시에 대한 사연은 요기를 봐주셔요;;). 그래서 강습을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지요.
차마 코 방울 사진은;;; 이 사진도 충분히 굴욕적이지 않습니까;;;
허우적대는 정교수 때문에 덩달아 당황하신 수강생 아저씨의 리얼한 표정!+.+
“우울하다. 4개월째 초보반. 기록 세우시겠네. 우리 교수님” 하는 지호의 대사에서 전 공포감마저 느끼고 말았습니다. 아니, 저것은 나의 미래가 아닌가! 보다 못한 은호는 (수영강사이자 헬스트레이너입니다), 정말 짠한 마음에
은호 : 저 수영 대신 헬스를 하시는 건 어떠세요?
윤수 : 예?
은호 :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윤수 : 아… 예, 저기 저 그게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자기가 가장 괴로울 때로 돌아가는 그런 악몽을 꾼다고 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물에 빠지는 그런 꿈을 꾸더라구요. 시커먼 물이랑 폐에 물이 차 들어오는 고통이, 그게 또 굉장히 실감나서 꿈인 줄 알면서도 고통스럽죠.
은호: 네…
윤수 : 수영을 배우고부터는 적어도 그런 꿈은 꾸지 않더라구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중에요, 가장 공격적인 방법이 있는데요…….
아쉽게도 대화는 여기서 끊어져 버리고 말았기에, 저에게 아쉬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장 공격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듣지 못하였는데요. 어쨌든 이 두 사람은 ‘될 뻔’ 한 사이였기에 계속해서 마주치게 됩니다.
은호 : 저, 저기… 물에 빠졌던 경험, 극복되지 않으면 어떡하실 거예요?
윤수 : 극복할 겁니다.
은호 : 그래도 극복되지 않으면요?
윤수 : 죽을 때까지 노력할 겁니다. 저, 인간은 자기 보호본능이 있어서 견딜 수 없는 심적 외상을 겪게 되면은 왜곡시키거나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갖고 있는 물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시죠, 트라우마? 심리적 외상… 트라우마는 왜곡되지도 숨어 있지도 않으니까 언젠가는 극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 할아버지 덕분인데요. 내가 물에 빠졌던 경험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반복해서 말을 하게 시켰거든요. 그러니까 말을 하면 할수록 주관적인 사건이 객관화가 되는 거죠.
하…할아버지가 ‘호모 큐라스 낭송의 달인’이셨었네요(^^). 듣기와 구술의 힘으로 손자의 병을 고쳐주려고 하셨으나 아쉽게도 손자의 모습은 보신 바와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교수의 물 공포증이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정교수는 “한때는 제멋대로인 것을 매력으로 여겼던” 부잣집 딸과 결혼하였으나 결국 견디지 못하고 별거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은호를 만나게 된 것인데요. 아내와의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더 큰 스트레스인 물 공포증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스트레스의 돌려막기라고나 할까요?(^^;;) 전에 본 다른 드라마에서는 남자친구와 헤어져 실의에 빠져 있는 주인공에게 한 친구가 ‘한쪽 눈썹을 밀어 버리라’고 충고해 줍니다. 눈썹이 자랄 때까지는 신경이 온통 눈썹에만 집중된다면서요. 정교수는 눈썹 대신 수영을 택한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만……흠흠. 아무튼 드라마 전개상 은호와 만나고 헤어진 후에는 정교수가 굳이 수영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이후에 아내와의 관계가 갈무리되었기에 더 이상 수영을 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정윤수를 비롯한 <연애시대>의 등장인물들은 바로 이 점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제때 마디맺음하지 못한 관계나 사건들은 돌려막기와 돌려막기를 거듭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아! 이렇게 아름다운 드라마를 두고 이렇게 싼 티 나게 말하지 못하는 저도 제가 밉습니다ㅠㅠ).
이…이제 마무리를 하긴 해야 할 텐데(원고 마감시간이^^;;) 어…어쩔까 하다 결국 지호의 말을 빌려오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가면 지르고 안 되면 포기하고 그래도 포기가 안 된다 하면 다시 한 번 지르고” 사셔요. “인생 짧다!”(어디까지나 직접인용입니다^^;)
글_편집자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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