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4 [허남린 선생님의 임진왜란 이야기] 권력과 폭력에 묻힌 침묵을 찾아 권력과 폭력에 묻힌 침묵을 찾아허남린 선생님(캐나다 UBC 아시아학과 교수) 임진왜란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조선의 인구는 3퍼센트에서 5퍼센트나 줄어든 것으로 추량된다. 이는 오십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근거한 추계이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는 대략적 추계가 가능한데, 조선의 전체 인구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인구를 추정한 학자들은 있다. 이들의 널뛰기 추정치에 사망자 추계치를 대입하면 전체 인구의 3퍼센트에서 5퍼센트가 된다. 지금의 남한 인구 5천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낮게 잡아 3퍼센트면 백오십만이고, 5퍼센트면 이백오십만 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엄청난 숫자이다. 왜침의 참화는 조선의 구석구석에 미쳤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벼락처럼 내려친 망실의 고.. 2025. 6. 23. [읽지못한소설읽기] 우리는 모두 썩는다 우리는 모두 썩는다 엔도 슈사쿠, 『침묵』, 공문혜 옮김, 홍성사, 2003 1638년 3월 예수회 소속 신부 로드리고와 가르페, 마르타는 에도 막부의 박해에 의해 붕괴된 일본 선교를 재건하고자, 포르투갈을 떠나는 배에 오른다. 이들은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시마바라의 난' 이래로 일본의 '키리시탄'은 뿌리가 뽑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정권의 관리들은 신자들에게 성화를 밟고, 그들이 믿는 신을 욕하게 함으로써 배교를 유도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엔 끓는 유황 온천에 신자들을 몰아넣어 죽이는 형벌을 가하였다. 외국에서 온 신부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배교의 유혹은 신자들의 그것보다 더욱 집요하였는데, 신자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을 신부들이 보도록 하는 것은 형벌 자체의 잔혹함에 못지.. 2023. 9. 21. 존 케이지 <4분 33초> "침묵은 없다" 존 케이지, 4’33” ― 침묵 존 케이지 (John Cage 1912~1992) 1912년 9월 5일 로스엔젤레스 출생. 할아버지는 청교도적 감리교단의 순회 목사였고 아버지는 발명가. 어머니는 세 번째 결혼을 통해 존 케이지를 낳음. 작곡가, 저술가, 음악 시인, 뉴욕 균류학회를 설립한 버섯 전문가, “내 생각에 가장 훌륭한 내 작품, 최소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침묵이다.” 작곡가이자 시인인 존 케이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곧 침묵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침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여러 다양한 행위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 그것을 ‘침묵(silence)’이라 부른다. 그것은 우리의 질서나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것은 질서와 표현으로 이끌어 가지만 그때 우리의 소리를 침묵.. 2016. 7. 20. '완벽'이라는 욕심을 줄이는 삶에 관하여 『낭송 장자』욕심을 줄이는 삶에 관하여 “우리 삶에는 끝이 있지만 지식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는 일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지식을 좇는다면 삶이 위태로워질 뿐입니다.”― 『낭송 장자』, 이희경 풀어읽음, 북드라망, 78쪽 죽지 않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삶에는 언제나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살 만할 수도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어떤 심한 괴로움을 겪더라도 언젠가는, 어떻게든 ‘끝’이 있으니까요. ‘희망’이라는 감정이 작동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끝이 있는 생애 내내 공부를 하고, 기술을 습득하고 한다 한들 완벽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죽음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그 또한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완전한 침묵으.. 2015. 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