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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소리객소리딴소리] “우리의 수렁과 굴욕도 떳떳하게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 “우리의 수렁과 굴욕도 떳떳하게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 아주 오래전 여름, 빈에서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우리 안의 선한 부분을 떳떳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것 못지않게 우리의 수렁과 굴욕도 떳떳하게 수긍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자만이 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준다면 후자에 대한 인식만이 전자를 진실하게 만든다. (조르조 아감벤,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 윤병언 옮김, 크리티카, 2023, 55쪽) 살다 보면 누구나 넘어가기가 힘든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가 온다.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마음이 찢어질 만큼의 이별을 겪거나 정신을 붙잡고 있기도 힘들 만큼의 사건에 휩싸이거나 모욕감 또는 굴욕감에 휩싸이는 일을…. 이때 닥친 어려움을, 굴욕을, 직시하는 일이 힘들.. 2023. 12. 26.
[읽지못한소설읽기] 우리는 모두 썩는다 우리는 모두 썩는다 엔도 슈사쿠, 『침묵』, 공문혜 옮김, 홍성사, 2003 1638년 3월 예수회 소속 신부 로드리고와 가르페, 마르타는 에도 막부의 박해에 의해 붕괴된 일본 선교를 재건하고자, 포르투갈을 떠나는 배에 오른다. 이들은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시마바라의 난' 이래로 일본의 '키리시탄'은 뿌리가 뽑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정권의 관리들은 신자들에게 성화를 밟고, 그들이 믿는 신을 욕하게 함으로써 배교를 유도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엔 끓는 유황 온천에 신자들을 몰아넣어 죽이는 형벌을 가하였다. 외국에서 온 신부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배교의 유혹은 신자들의 그것보다 더욱 집요하였는데, 신자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을 신부들이 보도록 하는 것은 형벌 자체의 잔혹함에 못지.. 2023. 9. 21.
제3회 한뼘 리뷰대회, 여러분들의 원고를 기다립니다! 제3회 한뼘 리뷰대회, 여러분들의 원고를 기다립니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독자 여러분, 제3회 한뼘 리뷰대회 마감이 약 15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인문학 공동체 감이당에서 꽤 오래 공부해왔는데요, 감이당에서는 매 학기에 한번씩 글쓰기를 하며 마무리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해가 바뀔 때마다 ‘어느새 또 1년이 지나갔네~!’라는 약간은 허탈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4편의 글을 썼구나’하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글쓰기와 같이 무언가를 물질화하여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 한편의 글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나에게 또 주변의 누군가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글쓰기의 장점이라면 자신에게 일종의 뿌듯함과 내면의 기쁨을 준다는 사.. 2023. 4. 21.
시중의 시간성 : 선한 것 중에서 적중한 것을 택하는 새로운 리듬 시중(時中)의 시간 지난 연재에서 나는 중용(中庸)을,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잡아채는 시간인 카이로스 시간의 공존으로 읽었다. 두 시간은 서로 상관적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없다면 시간이 흐른다는 것조차 알 수 없을 것이고, 카이로스의 시간 역시 크로노스의 시간이 없다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는,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잡아채는 시간인 카이로스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 논리란 모순을 허용하지 않는다. 전자의 시간은 흐르는 것이고 후자의 시간은 흐르는 시간을 멈춰 세워야 비로소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두 시간은 서로 모순적이다. 나는 논리적으로는 공존할 수 없지만 구체적 삶에서 두 시간은 공존하는 것이고, 그 공존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 .. 2016.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