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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21

[청년 사기를 만나다]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불온한 이들을 기록하다 《사기(史記)》를 읽다 보면, 놀라운 영웅담을 만날 수 있다. 《논어(論語)》에서 제자들과 배움을 일상으로 삼았던 공자가 제자 자공을 사신으로 보내 전국을 좌우하는 낯선 모습을 볼 수도 있고[〈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13년간 홀로 서쪽을 떠돌았던 장건[대원열전(大宛列傳)]의 소설 같은 모험담도 읽을 수 있다. 그런 반면, 이걸 공식 역사책에 기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온’한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유협열전(游俠列傳)〉이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 〈유협열전〉은 《사기》의 모든 기록 중에서 가장 불온한 이야기인 것 같다. 유협(游俠)에 대한 사마천의 기록은 그 자체로 당대 한나라의 폭력성을 고.. 2025. 6. 20.
김부식에게 한민족은 없었다! - 1 〈‘한민족’이 아니라 ‘삼국’이 있었네!〉 1탄 삼국, 다른 기원/다른 천하 『삼국사기』라는 역사책으로 진입해보자. 『삼국사기』는 중국의 역사책인 『사기』의 양식을 모방한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는 황제의 일과 행위를 다룬 본기(本紀), 제후의 일과 행위를 다룬 세가(世家), 기억할 만한 개인들의 행위를 기술한 열전(列傳), 왕력을 연표로 정리한 표(表), 문물·제도·법령을 논술한 서(序)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독창적 역사 양식이 창조된 이래, 동아시아 역사책들은 기전체라 불리게 된 이 양식을 전범으로 삼게 된다. 김부식도 『사기』의 양식에 의거하여 본기·열전·연표·잡지(雜志)의 체제로 역사를 구성한다. 중요한 것은 김부식이 신라·고구려·백제 삼국을 각각 천자의 나라, 즉 독립된 제국으로 보았다는 점이.. 2016. 5. 24.
정말『삼국사기』는 민족의식이 결여된, 국가주의적인 역사책일까? 『삼국사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삼국사기』에 대한 변명 역사책은 '독서물'이다. 물론 역사·문화·지리의 고증과 발견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게 역사책임을 간과해서 한 말은 아니다. 우리들은 역사소설을 읽듯, 역사책을 읽는다. 연구자가 아니라면 역사를 검증하기 위해 역사책을 들춰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역사적 사건, 사고들은 국사책에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잘 정돈된 ‘사건과 사고’ 너머의 ‘음험한’ 이야기를 찾을 때 역사소설과 마찬가지로 역사책도 읽는다. 어떤 가려진 진실을 찾기 위해서도 우리는 역사를 읽는다.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이 ‘원래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어떤 기억을 붙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 유.. 2016. 3. 29.
중국 최초의 통일왕국 진나라를 멸망케한 인물, 조고 나쁜 놈 조고? 팔월 기해일(八月己亥), 조고가 난을 일으키려 했으나 군신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을까 봐 걱정하여 이에 먼저 그들을 시험해 보았다. 조고는 사슴을 가져다가 이세에게 헌상하며 말하기를 “말입니다” 하였다. 이세가 웃으며 말하기를 “승상이 틀린 게 아니오? 사슴을 말이라 하네” 그러면서 좌우 측근에게 물었더니 혹자는 침묵하고, 혹자는 말이라고 하여 조고에게 아부했다. 어떤 사람이 사슴이라고 했는데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을 모두 은밀하게 법으로 표적수사를 하여 제거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여러 신하들이 모두 조고를 두려워했다.- 『사기』「진시황본기」중 이것이 그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 의 역사적 현장이다.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사슴을 가져와 “말”이라 하며 진 이세 황제, 호해에.. 2015.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