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494 꽉 막힌 몸과 마음에 길을 뚫어주는 혈자리 - 지구혈 지구, 몸의 길을 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 내기 우리 집의 연례행사 중 최악의 행사는 단연 김장이다. 2박 3일 동안 200포기에 가까운 배추를 다듬어 절이고 씻고 양념하는 일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조카들 시험기간을 피하느라 12월 중순경에 김장을 했다. 날씨는 매섭게 추운데 시간을 못 맞춰서 절인 배추를 새벽에 씻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들 집에 돌아가서 감기몸살을 앓았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추워지기 전에 김장을 하자고 단단히 별렀다. 11월 말, 여섯 가족이 막내 여동생 집에 모였다. 날씨는 따뜻했다. 하지만 우리는 털 달린 장화, 기모고무장갑, 워머, 비닐 앞치마까지 모두 챙겨 입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웬걸? 배추와 무를 알아보러간 제부가 감감무소식이었다. 부.. 2013. 12. 19. <아빠 어디가> 귀요미 탐구 [오늘만 편집자 k의 예능극장] 귀요미 탐구 올해 초부터인가요. 포털 사이트에 새로운 검색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어디가’, ‘윤후앓이’, ‘성준앓이’……. ‘일밤’의 새로운 코너구나, 하고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일요일이 지나고 나면 자꾸만 검색어가 뜨는 겁니다. ‘후요미’, ‘윤후 먹방’……. 포털의 웬만한 연예 뉴스는 다 클릭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저였건만 이상하게도 손목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한때 중증의 미취학 아동 페티시를 가지고 있던 저였으나 애들이 우글우글하다는 그 프로그램에도, 관련 기사에도 마냥 심드렁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만나야 할 사람을 꼭 만나게 되듯이, 보게 될 프로그램은 꼭 보게 되기 마련이지요, 하하(응?)! 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던 어느 날, 트렌드에 뒤처져서.. 2013. 12. 18. 매혹적인 너무나 매혹적인 추상의 언어 -『과학과 근대세계』를 읽다 한 권의 책, 세 개의 시선 『과학과 근대세계』, A. N. 화이트헤드, 오영환 옮김, 2008, 서광사 #1 물론 나는 여기서 각 시대의 수학적 관념들에 대한 깊은 연구 없이 사상사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 마치 『햄릿』(Hamlet)이라는 제목의 연극에서 주인공 햄릿을 빠뜨리는 것과 같다고 하는 정도까지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히 “오필리아” 역을 빼어 버린 것과 비슷하다. 이 비유는 특히 잘 들어맞는다. 왜냐하면 “오필리아”는 이 연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일 뿐만 아니라 아주 매력적인데다 약간의 실성기마저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연구는 인간 정신의 광기이며, 우연적인 사건들의 온갖 요구에 즉시즉시 응해야 하는 고통스런 상황으로부터의 도.. 2013. 12. 17. 수백 번, 수천 번 시도하며 내몸으로 익히는 앎, 삶 고꾸라지며 익히는 앎 내 고민은 이것이었다. 진보적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왜 나의 삶은 진보적이거나 자유롭지 않을까? 좋은 책과 품성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진보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권위를 악용하는 사람도 없었고, 교복을 착용하거나 무책임한 체벌 때문에 억압받은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내 일상은 보람차기보다는 무기력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생각들을 배웠는데 왜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질까? 이 진보적인 환경에서 아무리 해도 나는 ‘의식 있는 진보청년’이 될 수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말은 내 말이 되지 않았다! ― 김해완,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71쪽 『천 개의 고원』에는 하나의 윤리적 질문이 변주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억압받기를 욕망하는가.. 2013. 12. 16. 이전 1 ··· 712 713 714 715 716 717 718 ··· 8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