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591 ‘서울’ 대학가 익명시 모음 『슬픈 우리 젊은 날』 대학생활을 ‘상상’하게 했던 대학가 익명시 모음, 『슬픈 우리 젊은 날』 집에서 첫째인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가끔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려운 숙제를 도움받아 해오는 걸 볼 때도 부럽긴 했으나 그보다는 있어 보이는(?) 팝 음악도 많이 알고, 뭔가 수준 높아 보이는 책들도 읽고 하는 것이 더 부러웠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이렇다더라, 하는 정보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뭐랄까 하나하나 내 힘으로 내가 겪으며 깨쳐 가야 하는 고단함에 비해 손쉬워 보이기도 했고 더 유리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인터넷이 없던 시절, 정보는 오롯이 지근거리의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나에겐 정보를 얻을 곳이 참 없었다(언니 오빠는 고사하고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는 삼촌이나 이모, 고모도 없었고, 가까운.. 2015. 8. 31. 도시를 떠나 거대한 야생의 땅 '그랜드 캐니언'에 가다 땅의 노래 뉴욕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 방학이 거의 끝나간다. 일한 기억밖에 없는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다. 작년에는 매인 곳 하나 없어 그냥 훌훌 떠나면 되었다. 워싱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캐나다의 벤쿠버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찍고 다녔더랬다. 호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올해 내 일상은 시작부터 ‘정규직’의 냄새가 났다. 늦깍이로 대학교에 입학한 것도 모자라 내가 지원하지도 않은 알바 자리가 넝쿨째 굴러 들어왔고, 정규직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써야 하는 원고가 있었다. 주말에는 밀린 숙제를 하다가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 아, 이 비루한 일상. 모든 장소가 그렇듯, 뉴욕은 어느 새 설레였던 이국적인 도시에서 내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는 감옥이 되고 말았다. 이렇다 보니 올해는 여름 .. 2015. 8. 28. 혁명의 계절에 듣는 주역의 지혜 - 택화혁 택화혁, 혁명의 계절에 듣는 주역의 지혜 지난 23일,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가 지났다. 아직 낮은 무덥지만 아침과 저녁은 제법 쌀쌀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는 새벽에 이불을 덮지 않으면 춥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더니 여름내 단잠을 방해하던 모기도 처서가 지나자 급격히 쇠약(?)해진 모습이다. 이런 작은 변화의 기미들이 하나둘 보이는 지금 우주는 대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여름의 작열하던 화기가 가을의 서슬 퍼런 금기에 제압당하는 때가 바로 이때다. 계절을 오행으로 풀어보면 봄은 목(木), 여름은 화(火), 가을은 금(金), 겨울은 수(水)다. 이 사계를 매개해주는 환절기를 토(土)라고 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목에서 화로 가는 .. 2015. 8. 27. 중국의 악기 생황으로 협주곡을 만들다 -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Šu)'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 생황(笙簧)이라는 악기가 있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생황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후 동아시아 삼국(한중일)의 전통음악에 가장 신비로운 화음의 음색을 불어넣게 된다. 모든 관악기 연주자들은 공기를 한껏 흡입하여 취구와 리드를 통해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소리의 ‘결’로 바꾸는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에서 생황은 연주할 때 악기와 연주자가 완전히 말착된 상태를 보여준다. 하늘에 떠다니는 기운들 가운데 가장 신비롭고 정화된 기운의 소리를 필터링하여 내보내는 듯한 이 악기를 일컬어 한 유명한 미술작가는 내게 “심장이 피를 온몸에 퍼트리듯 생황이라는 악기는 심장을 닮았다”는 인상적인 말을 해주었다. 훌륭한 생황 연주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신묘한 기운을 모아 소리로 .. 2015. 8. 26. 이전 1 ··· 629 630 631 632 633 634 635 ··· 8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