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리포트34 [쿠바리포트]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 한 달의 시간에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글을 다 읽고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서 무슨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아, 물론이다. 지난 한 달 간 내가 사는 아바나에서는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게릴라군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상을 모험이라고 부르련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의 기본을 책임지는 디딤돌이다. 이 요소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일상은 곧바로 재난이 된다. 쿠바는 이런 소소한 재난의 천국(?)이다. 도대체가 ‘이런 게’ 내 인생을 괴롭히는 주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 2019. 12. 24. [쿠바리포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이야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이야기 드디어 읽는다, 연구실 인기도서 이 게으른 방학을 맞이하여, 나는 연구실의 영원한 인기 도서를 드디어 처음으로 집어들 수 있었다. 바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다. 연구실에서 끊임없이 회자되어 온 책, 표지를 너무 자주 봐서내 책장에도 한 권은 꽂혀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주곤 했던 책, 뉴욕에 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선물로 드리기까지했던 책.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이 책의 첫 장을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아직 중년이 안 되었기 때문에 이 책이 별 효용성이 없다고 여겼다. 저자가 동원한 임상 사례들은 모두 40대에서 50대, 아무리 젊어봤자 30대인 여성들이었다. 10대 후반이었던 내가 몸에 대해서 무슨 고민거리가 있었겠.. 2019. 10. 29. [쿠바리포트] 아바나의 매직 리얼리즘 아바나의 매직 리얼리즘 전공을 문학에서 의학으로 확 틀기는 했지만, 요새 나는 틈틈이 남미 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원래 자기 전공이 아니면 더 재밌어 보인다더니, 정말 맞는 말 같다. ㅋㅋ.) 그 주제 중 하나가 ‘매직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이다. 매직 리얼리즘은 1960년대부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같은 작가들에 의해서 시작된 문학 사조인데, 단숨에 남미 문학을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유럽 문학이나 미국 문학과는 단단히 차별화된 스타일 때문이었다. 덕분에 남미 문학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매직 리얼리즘이라는 이름 정도는 기억하게 되었다. 실패와 유머로 만들어진 마법그렇지만 매직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정말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학 교수들마저.. 2019. 8. 27. [쿠바리포트] 아바나의 한국인 트리오 아바나의 한국인 트리오 지금까지 쿠바에는 한국 학생이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남한 학생이 없었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곳 쿠바에서는 아시아인이 너무 적어서 모두가 모두를 알기 때문이다. 올해 엘람(ELAM)을 졸업하는 말레이시아 학생도 한국인은 지난 6년 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바나의 한국인 네트워크를 봐도 다들 선교 활동을 하는 종교인이나 쿠바 정부의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업인이지, 토종 한국인으로서 이곳에 공부를 하러 오겠다는 학생은 없다. 그러나 2017~8년에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쿠바에서 공부하겠다는 한국인이 홀연히 세 명이나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모두 의학을, 또 모두 엘람을 선택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따로 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2019. 7. 30.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