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뉴욕 : 도시와 지성21 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2) : 뉴욕과 엠마 골드만 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2) : 뉴욕과 엠마 골드만 100년 전, 몰매 맞을 각오로 자유연애와 산아제한을 외쳤던 여성운동가들이 오늘날 세계 각국 대도시에서 연애 행각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야말로 ‘자유’가 흘러넘치는 광경이 아닐까? 1890년대에 엠마 골드만은 뉴욕에서 만인이 콘돔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미친 마녀로 몰렸다. 1990년대에 태어난 나는 이제 골드만이 부르짖었던 자유를 무료로 배급받고 있다. 포장지에 ‘NYC’라고 적힌 무료 콘돔이 뉴욕 시내 전체에 종류 별로 쌓여있다. 파트너 선택의 폭이나 관계의 형태도 퍽 다양해졌다. 고리타분한 한국조차 국제 커플, 동성 커플, 연상연하 커플, 불륜 커플, ‘돌아온 싱글’과 ‘영원한 싱글’까지 사회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은 두 말.. 2017. 3. 31. 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① : 뉴욕과 엠마 골드만 연애, 만인의 무정부주의 ① : 뉴욕과 엠마 골드만 연애 초기에 차이나타운에 있는 모텔에 자주 갔었다. 남자친구나 나나 룸메이트와 집을 쪼개 쓰는 처지였다. 단 둘이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호텔을 가기에는 또 돈이 없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맨해튼에서 제일 값싼 모텔이 모여 있는 동네, 차이나타운뿐이었다. 그 비좁고 퀴퀴한 방에서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곳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맨해튼에서도 옛날부터 돈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전통적인 빈민촌이라는데, 우리가 영락없이 그들의 후예였다. 그래도 좋았다. 체온은 따뜻했고 마음은 평온했다. 아무리 돈이 없다지만 뉴욕에서 연애를 안 하면 뭘 한단 말인가? 대부분의 개척자는 뉴욕에 홀로 오는데, 홀로 살기엔 이 .. 2017. 2. 24.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우연 (2) : 뉴욕과 스티븐 제이 굴드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우연 (2): 뉴욕과 스티븐 제이 굴드 의 서문에서 굴드는 날짜놀이를 한다. 그의 외할아버지 파파조가 뉴욕에 처음 상륙했던 날은 1901년 9월 11일이다. 그리고 굴드 가(家)의 도미 100주년인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터졌다. 굴드는 사색이 되어 외친다. “이 극적인 악마의 사건 때문에 파파조의 기쁨과 희망이 연소되어서는 안 된다.” 굴드의 글쓰기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과학책이 이런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굴드는 우연적인 사건에 의미부여 하는 일을 좋아한다. 별 연관 없는 주제를 송이송이 연결하는 데 대단한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코 허풍을 떨거나 길을 잃는 법은 없다. 그의 마음에는 유물론의 과학으로 완성된 ‘.. 2017. 1. 20.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농담 : 스티븐 제이 굴드와 뉴욕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농담: 스티븐 제이 굴드와 뉴욕 수소와 헬륨의 농담 지난달이었다. 천문학과 전용 랩(lab) 구석에 숨어서, 최순실 비선사태를 터뜨리는 네이버 기사면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 갑자기 로즈 교수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우주의 98%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헉, 딴 짓 하던 걸 들켰나? 얼른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다행히 로즈 교수는 나를 지나치면서 말을 계속 이었다. “수소와 헬륨은 만물의 부모다. 빅뱅 이후 처음 만들어진 게 뭔지 아나? 수소와 헬륨이야. 수소와 헬륨은 서로 융합하면서 우주의 모든 물질을 만들어냈지. 지구를 먹여 살리는 태양도 결국 수소덩어리가 헬륨덩어리로 변신하면서 생기는 에너지다. 우주가 궁금한가? 네 몸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수.. 2016. 12. 2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