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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장자』, 마이너리티의 향연14

장자, 만물-되기[物化]의 윤리학 만물-되기[物化]의 윤리학​ 꿈도 꿈, 현실도 꿈! 선악 시비와 같은 분별을 넘어서기, 이것이 도의 활동이다. 나의 입장에서 타자를 분별하지 말고, 타자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뜻일 터. 부단한 마주침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미션이 분별 넘어서기가 아닌가? 조삼모사의 고사에서도 분별을 넘어서서 두 길을 가는 경우를 말했지만, 그래도 아리송하다. 그래서일까? 장자는 분별 넘어서기의 또 다른 버전을 제시한다. 「제물론」의 끝에서 난데없이 던진 꿈에 관한 이야기! 장자는 여기서 분별의 궁극, 현실과 꿈의 경계조차 해체해버린다. 꿈과 현실 중 어떤 게 진짜일까? 어디까지 꿈이고 어디까지 현실일까? 꿈속의 나는 진짜인가 허상인가? 혹은 현실 속의 나는 진짜일까 허상일까? 장자가 내세운 구작자와 장.. 2017. 7. 20.
‘도’를 아십니까? ‘도’를 아십니까? 1. 길은 다녀서 만들어진다! 우연에 의해 저절로 생성된 만물들, 그사이에는 차등이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만물 사이에 차등이 만들어졌다. 사람으로서 동물을 천시하고, 높은 신분으로서 낮은 신분을 천시한다. 나의 아름다움으로 미추를 나누고 나의 옳음으로 선악과 시비를 나눈다. 그리하여 어느덧 이분법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장자는 진단한다. 도가 가리어져 참과 거짓의 분별이 생기고, 참말이 가리어져 옳고 그름의 차별이 생긴 것이라고, “옳고 그름을 따지면 도가 허물어진다. 도가 허물어지면 편애가 발생한다.” 도가 온전한 세상에서는 만물 사이에 어떤 차등도 없었는데, 도가 허물어져서 차별과 배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 갑자기 “도를 아십니까?”라는 물.. 2017. 7. 6.
경계 없는 사유 : 만물은 모두 똑 같다[萬物齊同] ⓶​ 경계 없는 사유 : 만물은 모두 똑 같다[萬物齊同] ⓶​- 만물, 우연이 만든 기적! 1. 만물을 누가 만들었을까? 『장자』에서 가장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랩소디. 「제물편」에서 스승 남곽자기가 제자 안성자유에게 낭랑하게 읊조리듯, 노래하듯 들려주는 창조의 이야기. 우리가 예상하는 바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우주 만물의 생성에 대해 새삼 곱씹어보게 된다. 우주를 빚어낸 주재자, 창조주는 있는가? 없는가? 없다면 누가 우주를 생성했는가? 남곽자기는 자기 안의 모든 지식을 비우고 느닷없이 하늘과 대지의 파동을 주시하며 제자 안성자유에게 묻는다. 하늘의 피리 소리[천뢰], 땅의 피리 소리[지뢰], 사람의 피리 소리[인뢰]를 들어보았느냐고.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귀로 감지되는 파동, 즉 소리로 우주.. 2017. 6. 15.
장자, 경계 없는 사유 : 만물은 모두 똑 같다[萬物齊同] ① 경계 없는 사유 : 만물은 모두 똑 같다[萬物齊同] ①- 인간, 나는 어떤 존재인가? 존재는 정말 변해야 하는가? 장자는 삶을 혁명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삶의 혁명은 정치 시스템이나 사회 구조를 바꿀 때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장자는 달랐다. 제도나 정치를 믿지 않았다. 그런 것들로 삶이 바뀌거나 구원되지 않는다. 구원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다. 진정 생명을 구원하고자 한다면 존재가 바뀌어야 한다. 삶의 혁명은 존재를 탈바꿈할 때 도래한다. 그래서 장자는 고착되고 익숙한 지반으로부터 떠나기를, 새로운 존재로 계속해서 변신하기를 제안했다. 장자의 변신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니, 뭔가 그럴듯한데 그래도 뭔가? 슬금슬금 의구심이 일어난다. 9만 리를 날아 남명의 천지로 가려는 대붕을 비웃던 비둘.. 2017.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