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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1

[청년주역을만나다] 허물 사용 설명서 허물 사용 설명서 아마 주역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는 无咎(무구)일 것이다. 无咎(무구)란 ‘허물이 없다’ 는 뜻이다. 처음에 주역을 접했을 때 ‘허물이 없다고? 파충류들이 벗는 그 허물? 당연히 없는 거 아닌가….?’ 싶었다. 허물에 ‘자신의 실수로 생긴 부끄러운 일’이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아무튼! 无咎(무구)는 모든 괘에서 거의 한 번은 무조건 나온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허물을 달고 산다는 말이다.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것! 그게 바로 허물이다. 처음에는 하도 많이 나오니 자연스럽게 이 말에 관심이 갔다. 하지만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나중에는 无咎(무구)는 ‘그냥 허물이 없는 건가 보다’ 하고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런데 최근에 허물을 생각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지.. 2021. 12. 7.
[공생모색야생여행기] 열대의 사회계약론 『슬픈 열대』, 29장 남자·여자·족장 열대의 사회계약론 잃어버린 세계 레비 스트로스에게 ‘남비콰라족’은 앞으로의 인류학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과밀한 인구 때문에 제도적으로밖에는 관철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여러 형식을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식민화에 따른 수탈과 부족 간 경쟁 때문에 이미 쇠락의 길을 한참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열대의 가장 빈한한 무리들 중 하나로 보였습니다. 29장에서 레비 스트로스는 남비콰라족의 한 족장이 ‘아몬’이라고 불리는 천둥 폭풍에 끌려갔던 일을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보면 아몬에게 족장이 빼앗긴 것들을 알 수 있는데요. ‘목걸이, 팔찌, 귀고리, 그리고 허리띠’. 아이구 참, 이것이 족장이 가진 전부이니 다른 부족민들은 어떻겠.. 2021. 12. 6.
[불교가좋다] 무지의 상속 무지의 상속 질문자: 어머니와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을 어떻게 없애야 할까요? 자신의 괴로움을 어떻게 없애느냐… 저의 이생의 괴로움은 엄마와의 괴로움이거든요. 저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엄마한테 생일상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저는 결혼 전엔 엄마생일에 대한 어떤 개념 없었는데, 이제는 어버이날도 챙기고 엄마 생일도 챙기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뭔가 이게 나름대로 효다. 제가 대학교육까지 받았잖아요. 배운 게 ‘부모에게 잘하고 효는 모든 덕행의 기본이다.’ 이런 군사부일체 같은 교육을 너무 많이 받고 항상 그런 것으로 살아가지고 그때부터 엄마생일을 챙겨주는 것을 효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나도 엄마는 변하지 않고 인제 이렇게 되서…… 정화스님: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굉장히 빨리 알았어야 .. 2021. 12. 3.
[만드는사람입니다]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개인들을 이런저런 속성이 부착되는 고정불변의 실체로 보는 원자론적 인간관은 개인적 정체성들과 여러 능력들 그 자체가 여러 가지 점에서 사회적 과정들과 관계들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아이리스 매리언 영, 『차이의 정치와 정의』 목공 반장님이 타카 핀을 갈아 끼우다가 집어던지면서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이 형, 그렇게 성격대로 할 거면 여기 왜 왔어! 그럴 거면 직접 일 받아 해!” ‘이 형’이라는 분도 성격이 만만찮다. “어 알았다 그래!” 하고선 작업벨트를 풀어놓고 현장에서 ‘휙’하고 나가버린다. 당황한 내가 이 형을 따라 나가려는데 반장님이 나한테도 버럭 한다. “김 실장! 내버려 둬. 내가 혼자 끝내면 되니까 가는 사람 잡지 마!” 고래 싸움에 기가 눌린 새.. 2021.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