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근육운동을 위한 사전작업
(‘번뇌’를 보는) “가장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훈련은 호흡관찰이다. 호흡을 면밀히 관찰하노라면 온갖 잡념과 망상이 흘러가는데, 그것들을 잘 보기만 해도 무차별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는 이치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집중(集中)이란 ‘중(中)을 잡는다’는 말로 ‘지금, 여기’와의 완벽한 일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집중력 자체가 자신의 행위와 말과 생각을 통찰하는 ‘마음의 근육’에 다름 아니다.”
-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북드라망, 2012, 119~120쪽
타고난 ‘마음의 근육’이 워낙에 후렌치파이 같아서(뜯자마자 부스러짐;;) 별것 아닌 일에도 ‘무차별적으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별 뜻 없이 던진 말에도 밤잠 못 이루고 고민하는 일이 다반사(물론 상대방에게 그 상태를 눈치 채게 해서도 안 된다, 절대!)이다 보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마음의 근육운동’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호흡관찰’이라는 것이 무턱대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상상해 보자. 방구석에 정좌하고 앉아 들숨과 날숨을 세면서 떠오르는 잡념들을 관찰하는 것이……, 글로는 그럴 듯해보여도 막상 해보면……, 일단 상당히 뻘쭘하다(나는 그랬다). 그렇게 앉아 있는데, 노크 따윈 개나 줘버린 가족이나 룸메가 벌컥 방문이라도 연다면? 또는 그렇게 가부좌 틀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키우는 고양이나 개와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당황하지 않고, 눈을 지긋이 감으며, 요동치는 내 마음을 ‘딱’, 끝!……이 아니 되는 사람이란 말이다, 나는.
그리하여 ‘마음의 근육운동’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준비’란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몸과 마음을 세팅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마음’이다. 일단 ‘마음’을 잘 다스리고, 도대체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생겨먹은 것인지를 다룬 책을 여러 권 구하기 시작한다. 뜬금없이 왜 책을 구하냐 싶겠지만, 정말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마음’에 관한 책을 구하는 과정들, 구해 놓은 책을 읽어가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마음에 대한 덕후’가 되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책을 구해 보는 것은 마음이 괴로운 그 순간에 생겨난 ‘관심’을 오래 붙잡아 두고,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편인 셈이다. 그렇게 ‘마음’에 대한 관심을 오래 붙잡아 두고 ‘마음’에 몰입할 수 있는 상태(즉 ‘덕후’상태)가 된다면, 앞서 이야기한 뻘쭘함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해 낼 수 있게 된다. 또, 우리의 주변인들이 우리 주변에 놓여 있는 책들을 보며 ‘아 쟤는 요즘 마음에 관심이 많구나’ 하거나, 최소한 ‘이런 책은 왜 보니’라고 물어보거나 하여 우리에게 답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가부좌의 충격을 완화해 줄 수도 있다.(고양이 문제는 알아서들 극복하시길)
그렇게 관심을 붙잡아 뒀으면, 이제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여기서 문제 하나, ‘마음’의 반대말은? 순간 ‘몸’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근대인! 우후훗! ‘마음’에는 반대말이 없다.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컵의 반대말은? 운동화의 반대말은?) 흔히들 말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또 스피노자를 조금 공부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심신평행론’이라는 멋진 말도 있다.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마음에서도 그대로 벌어진다는 것인데, 그런 거창한 것은 일단 뒤로 미루자. 여기서 필요한 것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호흡관찰’을 할 때, 짜파게티 한 개 끓여먹고 하고 싶은 그 충동을 잠재울 만큼의 신체능력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관심을 붙잡아 두는 것과 같은 원리로, 운동을 통해서 신체의 관심을 붙잡아 두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보면 알겠지만, 운동을 하고난 후에는 상쾌한 기분과 함께 허기가 밀려온다. 그런데 그렇게 상쾌한 나의 몸에 라면을 채워 넣고 싶지는 않다. 그럴 거면 운동을 왜 했냐 하는 생각, 다시 말해 본전 생각이 나는 것이다. 정 못 참겠으면 가볍게 바나나 한 개 먹고 끝낸다거나, 토마토 두어 개 갈아먹고 끝낸다거나 하면서 신체의 상쾌함을 즐기자. 그렇게 몇 번 하고 나면 우리 몸은 기억한다. 그 상쾌한 기분을 말이다. ‘상쾌한 기분’? 우리가 ‘마음의 근육운동’을 통해서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가 그거 아니었나? 그렇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바닥을 모르겠는 억울함이 몰려올 때마다, 조깅복으로 갈아입고 공원을 향해 달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중요한 것은 ‘상쾌한 기분’을 자주 반복적으로 느껴서 그때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기억해 두는 것이다. 언제든 그 기분을 불러낼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건강’을 그 기분을 불러내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마음의 관심’과 ‘신체의 기억’을 잘 다듬어 두었으면 이제 언제든지 ‘호흡관찰’에 돌입할 수 있다. 화가 난다, 억울하다 하는 그때마다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자. 신체의 건강은 억울함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건져 올려 ‘억울함’을 볼 수 있는 ‘엄청난 집중력’을 줄 것이다.
tip1. 마음에 관한 책 고르기
명상과 관련된 것만 찾기 보다는 평소 본인의 관심과 이어진 것,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예를 들면 ‘명상’--;;;) 등을 함께 골라보자. 그러니까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관심’을 잡아두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 아래 목록은 내가 구해 읽은 책들이다.
데이비드 버스, 『진화심리학』, 웅진지식하우스
안토니오 다마지오, 『스피노자의 뇌』, 사이언스북스
남회근, 『금강경 강의』, 부키
박문호, 『뇌, 생각의 출현』, 휴머니스트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tip2. 무슨 운동을 해야 하나
운동하면 죽는 줄 알았던 그 시절. 그러다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죽을 것 같았던 그 시절. 결국 운동이라고 한 것이 ‘걷기’였다. 시청에서 홍대까지, 집에서 마트까지. 1층에서 10층까지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그냥 걸었다. 운동 좀 한 사람들이야 우스운 것이지만, ‘운동하면 죽는 줄 아는’ 사람들에겐 이 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다. 그래도 ‘운동’이니 좋은 운동화 한 켤레 정도는 장만하자. 마음근육도 발바닥 근육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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