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몸 속의 물을 치수(治水)하라! 혈자리계의 요-순임금, 부류(復溜)

흘러라 부류, 물이 되어 만나리


바람이 되어 만날까
구름 되어 만날까
강물이 되어 만날까
바다 되어 만날까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난 그대 가까이 있는
무엇이 되고 싶네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는 정민아의 ‘무엇이 되어’ 한 소절이다.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그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 그대가 바람이 되었다면 그 가까이 있는 나뭇잎이 되어 만나고 싶다, 그대가 강물이 되었다면 그 가까이 있는 돌멩이 되어 만나고 싶단다. 우리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근데 이 노래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신이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되어 만날 수 있다. 어떤 존재든 될 수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만날 수 있다. 단, 나와 그대라는 전제가 없다면 말이다. 사실 이 나와 그대라는 전제 아래에선 그 무엇이든 될 수도 없다. 이렇게 나의 동일성을 집착하고 있는데 그 무엇이 될 턱이 있을까? 그 무엇이 된다는 건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대와 나라는 틀을 깨고 우주적 연기조건 속에서 자신을 보는 것이다. 인연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어떤 모양으로도 모양 지을 수 없는 관계성을 보는 것, 전체 속에 있는 자신을 온전히 보는 것이다. 그때야말로 우린 바다가 되고, 구름이 되고, 강물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에서도 ‘나’라는 정체성을 부정하고 오직 ‘타자’와의 관계성 속에 존재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물(水)이다. 다른 말로는 수액(水液), 혹은 진액(津液)이다. 물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물은 우리 몸 안에서 유동적 흐름을 만든다. 장부와 장부를 연결하고 전신을 순환한다. 물은 운동 그 자체이며 인간이라는 존재성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래서였을까? 서양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탈레스도, 동양의 고전 『관자』에도 생명의 근원을 물이라 말한다. 그렇다. 인간은 물이다. 그래서 오늘은 물과 몸, 혈자리 부류의 관계성을 파헤쳐 보기로 하자.



진액, 내 몸의 인드라망


물을 한의학에서는 진액이라고 한다. 진액은 몸속에 있는 정상적인 수액을 총칭한 것인데 우리 몸에서 체중의 약 70%를 차지한다. 그만큼 우리 몸에서 진액이 포괄하는 것은 광범위하다. 가장 넓게 분포하는 혈을 비롯하여 오줌, 땀, 정액, 침, 호르몬과 함께 뇌와 골수도 포함된다. 뇌와 골수가 무슨 액체인가? 하실 거다. 하지만 진액은 응축정도에 따라 다양한 점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뇌와 골수는 응축도가 강력한 진액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골수가 좀 더 응축되면 뼈가 되는데 진액의 가장 강력한 응축물이 뼈인 셈이다.

 
진액은 물을 위주로 영양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이 영양물질은 맥 안에서는 혈맥을 소통시키고 혈액을 맑게 한다. 맥 밖에서는 전신의 장부와 경락 등 조직기관을 윤택하게 한다. 또한 진액은 기의 중요한 매개체다. 기가 삼초를 순환하며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은 진액이 삼초를 따라 운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기(營氣, 혈맥 안으로 흐르는 기)가 혈이라는 진액을 매개로 맥 속을 운행하고, 위기(衛氣, 혈맥 밖으로 흐르는 기)가 맥의 외부에서 몸을 덥히고 피부를 충실히 하며 주리(땀구멍)를 살찌우고 그 개합(열고 닫음)을 주관하는데 그것 역시 진액을 매개로 삼아 이루어진다.


이렇듯 무형의 기는 유형인 진액에 의존한다. 진액이 없으면 인체의 모든 조직기관이 자윤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기가 흐르지 못하고 손실되므로 생명도 멈추게 된다. 결국 진액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면서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기본 물질인 셈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진액을 진과 액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주리(腠理)가 열려서 새면 땀이 줄줄 나는데, 이것을 진(津)이라고 한다. … 음식물이 들어가서 기가 충만해지고 윤택해지면 뼈에 스며들고 뼈와 근육을 굴신하면 골이 새어나와 풀리어 뇌수(腦髓)를 보익(補益)해주며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는데, 이것을 액(液)이라고 한다. 액이 많이 빠지면 뼈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 순조롭지 않고 얼굴빛이 나빠지며, 뇌수가 줄어들고 다리가 시큰거리며 귀에서 소리가 자주 난다.


─『동의보감』, 「내경편」, ‘진액’ 법인문화사, 350쪽


수액에 속하며, 음식물에서 비롯되고 비위의 운화에 의해 생성되는 진액은 그 성질과 형상, 기능 및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명확히 구분된다. 성질이 비교적 맑고 묽으면서 유동성이 크며 체표의 피부, 근육과 공규(空竅, 사람 몸에 있는 구멍들. 땀구멍·귀·코·입·눈 등이다.)에 산포되고 혈맥에 스며들어 자윤하는 것이 ‘진’이다. 이에 반해 ‘액’은 골절·장부·뇌·골수 등의 조직에서 유양작용(濡養, 촉촉히 적시고 영양하는 작용)을 하고 성질이 비교적 진하면서 유동성이 적다. 진과 액은 상호 교류, 전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냥 ‘진액’이라고 부른다. 다만 병리변화가 있을 때는 반드시 구분하여 치료한다. 



인드라망은 불교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다. ‘인드라’라는 그물은 한없이 넓다. 그 그물에는 이음새마다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 주는 관계다.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그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모습이다. 우리는 마치 저 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비추고 있는 관계다. 이것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몸의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계망 속에서 진액은 우리 몸의 기본 물질이다. 피부에서는 땀이 되고 기육에서는 혈액이 되고 신(腎)에서는 정액이 되고 입에서는 침이 되고 비(脾)에서는 담(痰)이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된다. 또한 그 각각의 조직 속에서 진액은 우리 몸을 자양한다. 진액! 그것은 우리 몸의 인드라망이다.  



땀의 병리학


앞서 보았듯이 진액은 우리 몸의 수분을 통칭한다. 그 중에서도 다섯 가지 액(液)으로 눈물[泣], 땀[汗], 입 밖으로 흐르는 침[涎], 콧물[涕], 입 안에 고여 있는 침[唾]을 말한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가장 중시하는 것은 땀이다. 땀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가장 뚜렷하고 그 분비 상태로 몸의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땀을 13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여기서는 대표적 증상들만 보기로 하자. 


자한(自汗)이란 시도 때도 없이 땀이 축축하게 나는 것으로 움직이면 더욱 심해지는 것인데, 이것은 양기(陽氣)가 허한 것과 관련되고 위기(胃氣)가 주관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할 때는 양(陽)을 보하고 위(胃)를 고르게 해주어야 한다.

도한(盜汗)이란 수면 중에 전신이 목욕한 듯이 흠뻑 젖으나 깨어나서야 비로소 아는 것인데, 이는 음허증(陰虛證)에 속하는 것으로서, 영혈(榮血)이 주관하는 바이므로 반드시 음(陰)을 보하고 화(火)를 내려주어야 한다.

땀을 과다하게 흘리면 양이 허해져서 든든하지 못하고, 땀이 많이 나면 진액이 빠져서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다. 사지는 모든 양의 근본인데 진액이 다 빠진다는 것은 뼈마디의 굴신이 순조롭지 못하게 된다는 것으로서 이에 따라 사지가 뒤틀리면서 당긴다.

한 여름에 목욕을 하고 더운 음식을 먹어도 땀이 나지 않는 것은 표실증(表實證)인데, 표가 실(實)한 경우에는 땀이 없다. 삼양이 실하고 삼음이 허하면 땀이 나지 않는다. … 위 속의 진기가 이미 고갈되고 음화(陰火)도 이미 쇠하였다면 땀이 나지 않고 도리어 마르는데, 이는 곧 음양이 동시에 쇠약해진 것이다.


─『동의보감』, 「내경편」, ‘진액’ 법인문화사, 351~358쪽


저절로 땀이 나는 자한(自汗)은 주로 대낮에 나타난다. 자한은 양기가 허해서 대낮에 나타나므로 양기의 운행을 주관하는 위기를 보해야 한다. 그러면 땀구멍의 개폐를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자한을 막을 수 있다. 도한(盜汗)은 잠잘 때 나타난다. 잠자는 시간은 대체로 밤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음에 속한다. 따라서 도한은 음기가 허해서 생긴다. 이때는 음의 기운인 혈을 보양하는 방법을 쓴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도한은 달리 치료해야 한다. 어린아이들은 양기가 충천해 있기 때문에 열이 잘 나고, 그 열기 때문에 열린 땀구멍이 잘 닫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火)를 없애는 방법을 써야한다. 땀이 많이 나는 다한(多汗)은 습담으로 인해 열이 나고 그로인해 화가 발생해 생긴다. 정상적인 기혈순환을 방해하므로 음양 불균형이 가속화된다. 이에 비해 땀이 나지 않는 무한(無汗)은 음양의 기운이 모두 쇠약해지거나, 너무 성할 때 생긴다.


땀은 기의 고섭작용과 관련이 깊다. 위기는 땀구멍의 개폐를 조절하고 주리를 고섭하여 진액이 과다하게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다. 또한 신기는 하초를 고섭하여 진액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때문에 방광이 정상적으로 요액을 저장해서 배설하게 한다. 그런데 기가 허하면 고섭력도 약해진다. 위기가 허해지면 땀이 많이 나게 되는데 장경악은 『경악전서·한증』에서 “인체는 위기로써 체표를 고섭한다. 위기의 고섭력이 떨어지면 체표가 허약해져 자한이 발생하는데, 이는 진액이 배출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신기가 허약하면 하초를 고섭하지 못해서 다뇨(소변양이 많음)·빈뇨(잦은 오줌)·유뇨(소변이 저절로 나옴)가 발생하고 심하면 소변실금(소변이 나오는 것 제어못함)이 발생한다.



부류, 물을 조절하라


부류(復溜)는 족소음신경의 맥이 주행하는 곳이다. 부(復)는 왕래한다는 것이고 류(溜)는 순조롭게 간다는 뜻이다. 물이 곧게 흘러 순조롭게 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부류는 물길을 다스리고 수액의 정상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혈자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신은 수액대사를 담당하므로 수(水)의 장부이고, 하초에 있어 물길을 조절하는 것이 본래의 직분이다. 수액은 반드시 전신에서 반복적으로 돌아야 장부에 물을 대주고 골격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류는 신의 수습(水濕)을 소통시키고 조절한다. 수종(수습이 고여 온몸이 붓는 증)· 융폐(소변이 방광에 정체되어 잘 나오지 않는 증)·무한에 부류를 취하면 수습을 흐르게 할 수 있고, 유정(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증)·다한·도한에 부류를 취하면 수습을 흐르지 않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부류가 신경의 경혈(經穴)이기 때문이다. 경혈은 오행에서 금(金)에 해당하는데 금은 수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금이 가지고 있는 수렴작용으로 흐름을 잡을 수도 있고 금생수(金生水)에 의해 흐름을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을 잡았다 놓았다 모두 가능한 것이다. 부류는 앞서 보았던 태계에서 위로 2치 되는 곳에 있다. 


동양에서 치수(治水)는 공동체의 번영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성인으로 추앙되는 요(堯), 순(舜), 우(禹), 탕(湯)과 같은 임금들은 모두 치수에 관여했다. 공자, 노자 또한 물의 흐름을 빗대어 자신의 사상을 펼쳤다. 물과 몸 그리고 부류. 셋의 관계에서 핵심은 물이다. 물은 막힘없이 흘러야 하는 법. 하여 부류여, 흐르고 흘러라. 물이 되어 다시 만나라.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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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물처럼 2013.06.11 08:37 답글 | 수정/삭제 | ADDR

    물처럼 살고 싶네요. 아니 사람이 물이네요.
    왜 이걸 몰랐을까요?
    우리의 고정된 인식때문이겠지요.
    깨침이 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 북드라망 2013.06.11 09:16 신고 수정/삭제

      오오! 물처럼 살고 싶다는 그 말씀이 눈에 번쩍 뜨이네요. ^^
      물처럼 살았던 연암을 만나보시면 어떨른지요.
      지금 구매하시면 물의 기운이 담긴 연암컵도 드립니다. 하하하하;;
      여기까지 PPL이었습니다.

      물처럼님도 물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