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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혈자리서당

아이를 점지해주는 혈자리!? 연곡혈(然谷)!!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5. 23.

삼신할매 비켜~ 불임에는 '연곡'



intro-임신은 아무나 하나~



사극의 단골 소재인 숙종과 장희빈의 이야기가 요즘 유아인과 김태희의 연기로 다시 안방극장에 등장했다. 장희빈이 누구인가, 잘 아시다시피 후사를 잇지 못한 인현왕후를 대신하여 왕자를 낳고 후궁이 된 여인이 아닌가. 그러나 기구하게도 그녀가 낳은 아들(경종)은 또 후사를 잇지 못하여 결국 배다른 형제인 연잉군(영조)에게 왕위를 내주고 만다. 그렇다, 궁궐에서는 대를 이음이 곧 나라를 이어감이니 왕 노릇 단디 하려면 애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후사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어디 옛날 궁궐에만 있는 일이던가.


얼마 전에는 최근 인도에서 대리모 사업이 성행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밖에서 수정시킨 시험관 아기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은 웬만한 나라에서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리모에게 영양상태 유지를 위한 약간의 도움 외에 일체의 사례를 하는 것은 금지다. 즉 돈으로 대리모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간 선진국에서는 아기엄마의 자매나 심지어 친엄마 등 친인척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인도에는 이와 관련한 뚜렷한 법률이 없다. 고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자궁을 돈을 주고 빌려 쓰는 것이 가능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인도로 가서 대리모를 구한다는 기사였다.


후사에 일희일비했던 몇 백 년 전의 왕실과, 오늘도 인도여인의 배에서 태어나고 있을 푸른 눈의 아기들. 그렇다, 별반 달라지지 않은 2세에 대한 집착은 불임이 인류의 오래된 숙제임을 말해준다. 옛날 우리나라에서 아기는 삼신할머니가 점지해준다고 하고, 서양에서는 황새가 물어다준다고 했다. 표현은 다르지만 아기도 선택된 조건에게만 허락된다는 의미는 통한다. 계획에 없었는데 아이가 생겨 급히 결혼하거나, 입양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와 닿지 않겠지만, 임신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없다! 허락된 조건 안에서만 일어나는 어려운 일인거다. 그렇다면 인현왕후와 희빈의 차이, 임신과 불임은 어디서 갈라지는걸까? 생물시간에 외웠던 호르몬들은 잠시 잊고, 음양오행의 세계로 떠나보자^^



정(精)주나요, 안 정주나요?


동의보감에서는 정(精)에 대한 첫머리에 '정은 몸의 근본이다'라고 했다. 정은 선천지정과 후천지정으로 나눠지는데, 선천지정은 부모가 나를 잉태할 때 음양이 만나서 생명과 함께 생겨나는 무형의 에너지다. 후천지정은 밥에서 생긴다. 태어난 후 음식을 먹고 비위를 거쳐 오곡의 정미를 흡수하면 그것이 신장의 정액이 되고, 또 그 신정에서 온몸을 도는 피가 생겨난다. 무릇 생명의 근본은 바로 정(精)이다. 한자를 잘 보자, 초코파이 나눠주는 그 정(情)이 아니다^^; 쌀 미(米)변에 푸를 청(靑)이 더해져 '쌀을 찧어 깨끗하게 한다'는 뜻(精米)이다. 곡식을 소화시켜 깨끗한 엑기스만 모은 것이 바로 정인 셈이다.


흔히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듣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 몸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 바로 정(精)이다. 선천지정과 후천지정은 서로 도와서 움직일 수 있으며, 이 두 가지를 아울러서 신정(腎精)이라고 한다. 어릴 때에는 신정이 발육과 생장을 돕고, 몸이 더 자라서는 다른 생명을 낳을 수 있는 기능을 조절한다. 동의보감에는 '정(精)은 지극한 보배이다'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는 구절이 나온다.


양생의 도는 정을 보배로 삼으니, 보배를 지님은 은밀해야 한다네. 남에게 베풀면 사람을 낳고, 내게 간직해두면 내가 산다네. 아이를 만드는데도 오히려 아껴야 할 것을, 하물며 공연히 버릴손가. 버리면서도 너무 버린줄 모르다가, 쇠하고 늙어 목숨이 끊어지리.


─ 동의보감, 내경편, 정(精), 230p, 법인문화사


아이를 만드는 데도 아껴야 하는 것, 남에게 베풀면 사람을 낳고, 간직하면 내가 사는 것. 이것보다 더한 보배가 있을까? ^^위 문장 바로 뒤에는 "사람에게서 가장 보배로운 것은 목숨이며, 아껴야 할 것은 몸이고, 귀중히 여겨야 할 것은 정(精)이다" 라고 덧붙여 정이 곧 귀중한 몸의 근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이 이렇게 귀중한 이유는, 정은 그야말로 무엇이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제내경의 영추에서는 "오곡의 진액이 화합하여 지고(脂膏)가 되는데, 이것이 속에 들어가서는 뼛속에 스며들고 위로 올라가서는 뇌수를 보익해주며, 아래로 내려가서는 음부에 흘러든다."고 했다. 그렇다, 뇌수, 골수, 뼈, 피, 진액이 되어서 온 몸 구석구석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아니, 정이 이렇게 온 몸에 퍼져있으면 양도 넉넉한 것 아닌가, 왜 자꾸 아끼라고 하지? 이상하지 않은가? 


(精)을 담당하는 장부는 바로 신장이다. 온몸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으니 오장(五臟)도 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을 받아서 내보내고 저장하는 장부가 바로 신장으로, 신장은 몸을 한 바퀴 돌며 뇌수, 골수, 척수, 진액 등을 모두 채우고 남은 정을 받아 저장한다(腎藏精). 그러니 결코 넉넉할리가 없다. 오히려 늘 쪼달린다. 그래서 이 책 저책마다 아끼고 또 아껴야 한다고 입이 아프도록 이르며, 양생술에서도 정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임은 신(腎)때문이야~


위에 나왔듯 정(精)을 담당하는 것은 신장이다. 그렇다면 신장은 어떤 역할을 할까? 서양의학에서 신장은 비뇨기계에 속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소변의 여과와 배출 외에 생식기능을 신장이 담당한다고 본다. 위에서 말했던 정을 두 가지 범위로 나눠보면 골수, 피, 땀 등의 진액으로 작용하는 넓은 의미의 정과, 생식기능으로서의 정이 있다.


'소문'에서는 "황제가 '사람이 늙으면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은 정력(精力)이 다 떨어져서 그런 것입니까, 아니면 자연의 이치가 그래서 그러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기백이 대답했다. '여자는 7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차오르기 시작하며 유치를 갈고 머리털도 길게 자랍니다. 14세가 되면 천계(天癸)가 이르러 임맥이 통하며 태충맥이 성해져서 월경이 때에 맞추어 나오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족태양방광경-지음 참조:링크걸어주세요) -중략- 남자는 8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차오르기 시작하여 머리털이 길게 자라고 유치도 갈게 됩니다. 16세가 되면 신기가 왕성해지고 천계에 이르러 정기가 넘치고 사정할 수 있으므로 남녀가 교합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身形), 203p, 법인문화사


천계(天癸)란 본디 하늘이 만물을 생할 수 있는 기운으로, 이 기운이 사람에 이르면 사람도 자식을 나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천계(天癸)에 열째 천간 계(癸)자를 쓴 것은 의미가 있다. 아이를 갖는 것은 건강한 남여의 음과 양이 만나 하나의 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응집력이 필요하다. 오행 가운데 응축력을 가진 것은 수(水)기운으로 북방, 겨울, 씨앗 등과 연관 된다. 겨울이 오면 나무는 밖으로 뻗어나갔던 잎을 모두 떨구고 갈무리를 한다. 응집하는 것은 이렇게 외부로 뻗어나갔던 것을 모두 거두어들여 안으로 집중하는 힘이다. 계(癸)자는 이러한 수(水)기운을 담은 마지막 천간으로, 봄에 갑(甲)자가 돌아오면 스프링처럼 싹을 틔울 준비가 된 단단히 뭉친 씨앗이다.


 

frida kahlo


한의학에서는 임신의 조건을 종자지도(種子之道)라는 말로 설명하며 사람을 잉태하는 것도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 종자지도란 택지(擇地), 양종(養種), 승시(乘時), 투허(投虛)를 말하는 것으로 택지란 배란을 지칭하고, 양종은 사정을, 승시는 수정, 투허는 착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임신에 대해 어떻게 나와 있는지 보자.


임신하는 법은, 부인은 월경을 고르게 해야 하고, 남편은 정기(精氣)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 또한 성욕을 억제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가지는 것이 상책이니, 성욕을 억제하면 함부로 교합하지 않아 정기를 축적하면서 정액을 저장해두었다가 적당한 때를 기다려 행동하게 되므로 자식을 둘 수 있는 것이다.


─ 동의보감, 잡병편, 부인, 1639p, 법인문화사


그렇다, 여자는 월경이 고른 상태여야 하고, 남자는 정기가 충분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것은 곧 씨앗을 만들 정(精)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월경이 고르지 못한 것은 대개 혈과 기가 부족한 탓이다. 그런데 혈과 정은 만들어지는 곳이 같다. 동의보감에서는 "음식물 중에서 정미로운 즙을 취하여 변화되어 붉게 된 것이 혈이다. 그러므로 혈이 많아지면 몸이 튼튼해지고, 혈이 부족해지면 몸이 쇠약해진다."(301p, 법인문화사)라고 하였다. 혈을 저장하는 장기는 간인데, 간신동원(肝腎同元)라 하여 간과 신은 그 근본이 같음을 설명한다. 비위에서 오곡을 받아들여 그 즙으로 정(精)이 만들어지고, 다시 정(精)에서 혈이 생겨난다.


오장이 각각 정을 간직하고 있으나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대개 사람이 성교를 하지 않을때는 정이 혈맥속에 녹아있어 형체가 없다. 그러나 성행위를 하게 되면 성욕의 불기운이 몹시 동하여 온몸을 돌아다니는 피가 명문에 이르러 정액으로 변화되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쏟아낸 정액을 그릇에 담아 소금과 술을 조금 넣고 저어서 하룻밤을 밖에 두면 다시 피가 된다.


─ 동의보감, 내경편, 정(精), 231p, 법인문화사


그래서 정(精)이 부족하면 혈도 부족하고, 거꾸로 혈이 부족하면 정(精)을 자꾸 끌어다 쓰므로 정 역시 부족해진다. 정이 부족한 것은 곧 신허(腎虛)다. 신장은 물을 담당하므로, 신이 허하면 화(火)가 망동하게 되고, 수기(水氣)가 가지고 있는 응집력이 떨어진다. 요즈음 불임 부부들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면서도 많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밖에서 수정을 시켜서 자궁에 넣어주어도, 그 씨앗을 붙들고 있을 힘이 없는 것이다.



간과 신을 편안하게


결국 결론은 음양을 조화롭게 해야한다는 것에 이른다. 정을 없애고 화를 들뜨게 하는 것은 사방천지에 널려있다. 요란한 시청각 자료(?)부터, 폭음, 폭식, 이어폰으로 귀를 쉴새없이 괴롭히는 것도 신장을 약하게 만든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간은 간주소설(肝主疏泄)이라 하여 혈액을 퍼트림과 함께 감정이 울체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하는 것. 그런데 간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혈(血)이 필요하다. 간은 피를 저장하고 내보내는 역할도 하는데(肝藏血) 간에 혈이 충분하지 않으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분노하게 된다. 바로 이럴때 혈이 부족하면 위에 나왔듯 가뜩이나 모자란 정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혈도, 정도, 제 살(陰)만 깎아먹으면 또 화(火)가 치솟게 된다. 이렇게 감정이 끓어올라 속을 태우는 것을 칠정내상(七情內傷)이라 하는데, 이렇게 화가 올라오면 신장의 정(精)은 또 마른다. 치명적이다. 


그래서인지 아기가 생기지 않아 조급해하던 사람들이 포기를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자 어느 날 임신이 되었다는 경험담이 꽤 많다. 우리는 대개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시험관 아기와 같은 첨단시술이 필요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겨우 착상에 성공했다고 해도, 엄마가 늘 초조해하고 분노하는 자궁은 썩 안락하지 않을거다.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문제가 곧 아기가 달라붙을 수 있는 자궁을 만든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한의학에서 꼽는 불임의 원인은 크게 서너가지 인데, 신허와 어혈, 자궁이 냉한 것, 그리고 습담이다. 사실 크게 나누면 신허와 순환불능이다. 어혈이나 습담은 음기가 강하고 순환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잘 생긴다. 이렇게 제각각인듯한 원인을 혈자리 하나로 다스릴 수 있을까? 일단 만나보자. ^^


계곡에서 타는 모닥불, 연곡(然谷)


연곡(然谷)은 족소음신경의 형화혈(滎火穴)로 안쪽 복사뼈에서 비스듬히 앞으로 내려오면 톡 튀어나온 뼈가 하나 있다. 이 뼈를 예전에는 연곡이라 불렀기에 그것이 혈자리 이름이 되었다. 이 뼈의 바로 아래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연곡혈이다. 별명은 용연(龍淵)으로 잠룡(潛龍)이 연못에 있다는 뜻이다. 잠룡이 연못에 있다는 말을 괘로 풀어보면 감(坎)괘와 꼭 같은 형상이다. 신장이 해당하는 괘가 바로 감괘인데, 감괘는 음괘(‑ ‑) 가운데에 홀로 양이( — ) 들어있는 것으로, 양이 음의 가운데 빠져있다 하여 구덩이 감(坎)자를 쓴다. 물 가운데 용(火)이 있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아시다시피 음은 응축하는 성질이고 양은 발산하는 성질이다. 그러나 만일 모든 괘가 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坤卦) 지나치게 응축한 나머지 움직이지 않게 된다.(얼음) 자궁에 어혈이 생기는 것도 지나치게 응축시킨 탓이다. 하지만 가운데 양괘(陽卦)가 있으면 비로소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생동감 있는 물의 형태가 된다. 고요한 연못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용처럼, 연곡에는 물이 정체되지 않도록 늘 추동하는 에너지가 살아있다.


뿐만 아니라 오수혈 가운데 형혈(滎穴)은 열을 내리고 습을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 칠정내상으로 인한 상화와, 비기가 약해져서 생긴 습담, 지나치게 뭉쳐진 어혈, 이 모든것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마법같은 혈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남녀가 정(精)이 넘치나 아이를 갖지 못할 때 이 혈을 쓰라고 하였나보다. (정이 넘치나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노쇠하여 정이 메마를 나이가 아닌데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봄, 혹시나 아이를 기다리는 분이 있다면 연곡을 꼭 한번 눌러보시기를. 



조현수(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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