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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해러웨이』 포스트젠더 글쓰기 ― 페미니스트 SF의 글쓰기 양식

by 북드라망 2025. 7. 24.

『애프터 해러웨이』 포스트젠더 글쓰기 ― 페미니스트 SF의 글쓰기 양식
 

김애령 선생님의 신작 『애프터 해러웨이』의 2부 ‘쓰기’ 편은 해러웨이의 개념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실험으로서 개념의 ‘쓰기’[書]이자 ‘쓰기’[用]가 선보여지는 부입니다. 

2부에는 사이보그, 겸손한 목격자, 포스트젠더, 자연문화라는 네 가지의 키워드로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요, 이 가운데 ‘포스트젠더’를 키워드로 하는 글인 2부 3장 「변형의 시도―페미니스트 SF의 글쓰기 양식」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은 SF라는 장르에 대한 해설로도 손색 없지만, “페미니스트 문학의 가장 낙관적이며, 가장 권장할 만한 장르”(조애너 러스)인 SF, 페미니스트 SF에서 “사이보그 정치학”이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SF를 읽는데, 팁트리 주니어의 SF에 대한 촘촘하며 아름다운 철학적 비평이기도 합니다. SF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페미니스트 SF를 읽어 온 독자에게도 이 글은 이후의 읽기와 읽기에서 사유로 나아가는 길의 유용한 지도가 되어 줄 거라, 확신합니다.
 

‘팁트리 주니어’라는 남성 페르소나(persona)로 글을 쓰면서, 앨리스 셸던이 단지 남자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여성성/남성성의 다층적 차원을 실험하고 표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팁트리’라는 페르소나를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SF 독자들이 익숙하게 기대고 있는, 정형화된 관습적 젠더 패턴에 달려 있었다. 따라서 “그녀의 젠더정치에 대한 분석은”,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통찰력 있고, 재치 있고, 또 고도로 기획적이다.”(Steffen-Fluhr, 1990: 204) 그 기획이 ‘남성’과 ‘여성’은 그 자체로 단지 상징적 용어들에 불과하며, 그럼에도 마치 ‘고정된 본성/자연’인 것처럼 문화적 위계와 폭력을 고정시키려 작동한다는 사실을 폭로한다.(김애령, 『애프터 해러웨이』, 2부 3장 「변형의 시도―페미니스트 SF의 글쓰기 양식」, 247쪽)

 

팁트리 주니어와 라쿠나 셸던의 탈주적 상상력은, 본질주의와 결정론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질서에서 벗어날 하나의 가능한 출구를 연다.82 “사이언스 픽션은 여성들에게 인류가 이전에는 가 보지 못했던 곳으로 가는 것을 허용한다. 다른 사람들, 다른 장소들 혹은 시간들의 상상이 관점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그곳에서] 세계가 있는 방식이나 혹은 세계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받는다.”(Genova, 1994: 25) 바로 이것이 팁트리 주니어와 라쿠나 셸던이 활용했던, SF가 페미니스트 정치학에 제공하는 전향적 가능성 중 하나이다. (김애령, 『애프터 해러웨이』, 2부 3장 「변형의 시도―페미니스트 SF의 글쓰기 양식」, 248~249쪽)


남성 이름인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로 SF를 썼던 “앨리스 셸던은 ‘팁트리’로 SF장르가 답습하고 반복하는 관습적이고 문화적인 젠더 표상을 가지고 유희했고, 그렇게 스스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되었”고, “SF라는 장르의 정형화된 문법과 제도적 관습 안에서 쉽고 가볍게 유희할 수 있었다. 앨리스 셸던은 ‘팁트리’가 죽었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이 자유로운 글쓰기의 유희 공간을 박탈당했다고 생각했다.”(같은 글, 250쪽) “팁트리 주니어의 글쓰기는 작가의 몸에 귀속하여 규정되는 ‘여성적/남성적 글쓰기’라는 전통적 구분을 의문에 붙인다.”(같은 곳)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필명을 써온 앨리스 셸던


‘정형화되고 제도화된 문법과 관습에서’ 자유로이 유희했던 팁트리의 소설들을 이번 여름, 김애령 선생님의 글과 함께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팁트리 주니어 소설들 링크  ⇒ 클릭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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